(가벼움에 대하여 생각하며 쓴 글의 일부를 후기로 올립니다.)
깃털의 진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비밀모임을 결성하고, 숲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교환하는 비밀암호는 이것이다:새들이 아닌 자는 심연 위에 둥지를 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니체, 이름 높은 현자들에 대하여)
그들은 35억 년 전 새가 출현한 뒤 깃털이 진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부리의 진화에 대해서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다.
비밀모임이 결정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아직 깃털을 갖지 못했다. 그들이 깃털이라고 믿는 것은 지빠귀다.
지빠귀는 그들에게 깃털을 주지 않는다.
그들의 손에서 손으로 지빠귀가 건네진다.
그들은 말한다:아직도 진화하고 있다니.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어디에?
깃털.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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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짧은 시에 많은 메타포가 숨어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어요. 산노루! 깃털의 진화와 부리의 진화는 연결해서 읽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깃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결코 깃털을 갖지 못한다'는 교훈도 끌어낼 수 있겠어요. ㅎㅎ
특히 제 마음을 끌었던 것은 비밀암호입니다. "새들이 아닌 자는 심연 위에 둥지를 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심연이 가진 이중적 가치를 잘 드러내는 텍스트지요. 심연은 자기극복의 증거인데, '그의 자기극복'을 증명하는 것은 바로 '그의 심연'이지요. 진정한 의미의 자기극복은 심연을 경유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심연이 깊을 수록 자기극복은 빛나는 법이니까요!! 물론 심연을 갖지 않는 낮은 강도의 자기극복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ㅎㅎ
한편 심연은 그것에서 차고 올라올 수 있는 날개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를 삼키는 검은 구멍이 될 수가 있지요. 그래서 날개가 없는 자가 심연 위에 둥지를 틀때는 자칫 검은 구멍에 빠질 수가 있다는 거지요. 그래서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강자의 특권과 위험(심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 제가 좋아하는 아포리즘이라서 이전에도 인용한 적이 있지요 ㅎㅎ
"(*기존의 가치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강자의 특권이다. 독립을 시도하는 사람은 강할 뿐 아니라 자유분방한 상태에 이를 정도로 대담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독립한다는 것은, 미궁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삶의 위험을 천배나 불리게 된다. 그가 길을 잃고 고독에 빠져 양심이라는 동굴의 미노타우루스(*괴물)에게 갈갈이 찢기는 것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 위험이다. 그가 밑바닥으로 내려갈 때(*심연), 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 동정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그는 다시 되돌아올 수는 없다! 사람들의 동정으로도 되돌아올 수 없다!" [선악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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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노루 선생님의 짧은 이야기가 많은 것을 전달해주는 듯 합니다.
저도 덩달아서 가벼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동시에 그것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무거움을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생각]
35억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것을 40년만에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새에 대해서 궁금하지는 않지만, 새의 비행에 대해선 관심이 있어요.
이미 날 수 있지만, 새의 비행은 다른 것 같아서요.
나는 게, 나는 게 아닌 것 같아서요.
깃털은 새의 날갯짓과 분리되는 것일까요.
니체의 말들을 깃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