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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시 쓰기 5강- 경계 기욤 아폴리네르 후기

 

어느 날 나는 내 자신을 기다렸다

 

  2층 강의실에 도착하는 순간, 발은 기욤 아폴리네르가 걸었던 파리 변두리에 있었다. 강의는 구글맵으로 파리를 펼쳐놓은 상태에서 기욤이 새벽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파리 변두리을 걸었던 보폭으로 (파리바깥에서 바라 본 기욤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선생님의 배려에서)강의는 시작되었다.

 

  내가 아는 기욤은 사실 보잘 것 없다. 파리의 벨 에포크 시절에 피카소의 소개로 만난 마리 로랑생의 연인으로 ‘미라보 다리’의 시인쯤으로 안다고 고백하면 너무 순진한 고백일까? 기욤보다는 마리가 먼저였다. 미술관에서 본 마리의 그림은 눈물방울에 맺혀 시야가 흐리고 눈물에 번진 듯 한 그림이었다. 비평가는 환상적인 이미지라 했지만 내가 보기엔 울고 있는 마음 같았다. 암튼, 이런 무지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시를 읽는다. 그리고 보니 기욤의 경계의 바깥에서 쓰는 자유시와 마리의 경계 없음이 닮은 듯도 하다.

 

  이제 강의실로 들어와서 「행렬」시를 읽고 들은 것을 적어 본다.

  ‘조용한 새 뒤집혀 나는 새야’ 지구를 하늘로 생각하는 새로 전복적 사고를 준다. ‘나는 어둡고 흐리다’, ‘나는 멀어지며 빛나리라’. 거꾸로 나는 새와 동일시하며 단독자로서 스스로 빛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으로 그려주신 것을 옮기면 나는 지구의 수면 밑에 죽은 것(DNA, 역사성)들이 쌓아올린 탑의 꼭대기에 있으며 나는 기지, 내부, 가능성이며 수면은 미지, 바깥, 불가능한 것들로부터 맞닿아 있는 것이다. 고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첫 번째 지점이다.

 

  '어느 날 나는 내 자신을 기다렸다 / 나는 내게 말했다 기욤 이제 네가 올 시간이다'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상의 내가 아니라 시를 쓰는 나로, 자기 자신을 기다리며 쓰는 주체의 나로, 기존의 관습 바깥에서, 인류가 경험한 밑바탕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 기억이 벌써 빛을 내는 그 경계에서’, ‘마침내 어느 날 단 하나의 빛이 될 때까지’ 시를 쓰는 것이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내면서 서로 연대하는 것임을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행렬」에서 각자의 이름을 넣고 읽어보았다.

  "필아 이제 네가 올 시간이다"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말에는 ‘신령’이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내가 당도할 시간이 곧 올 수도 있겠다는 믿음, 내가 쓰고 있는 한 그러할 것이라는 긍지, 바깥으로 가야할 방향을 찾았다. 어차피 걷는 행위는 한 발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이고 내가 몸을 돌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상 나는 걷는 사람이다. '이 낡은 세계가 지'겨워 '진저리'치며 걷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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