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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얀 선생님의 알베르 까뮈  <페스트>를 텍스트로 한  "세 겹의 미시적 글쓰기 -알베르 까뮈, 『페스트』 재앙 서사 다시 읽기"  잘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읽은 소설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재앙서사라는 기표를 넘어 미시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생각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이 텍스트를 ‘팔림세스트’(palimpsest) 텍스트로 제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안의 각주에 의하면, ‘팔림프세스트’는 "고대 양피지 사본의 일종이다. 당시 구하기 쉽지 않고 값비싼 양피지를 사용하면서, 고대인들은 그것을 재사용했는데, 이때 기존 문자들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내용을 써넣었다. 그런데 기존 문자들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새롭게 쓰여진 문자 아래에 희미하게 흔적으로 남았다. 고고학적으로 이 흔적은 당시의 미시적인 생활상이나 풍습을 알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된다." 고 합니다.

 이어서 소설 속 세 인물 -의사 리외, 이방인 타르, 말단 공무원 그랑- 의 미시적 글쓰기를 팔림세스트가 가지는 소수적 글쓰기의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는 것으로 해석하며, 실재 팔림세스트에서 소멸되는 그 흔적들을 인물들의 일기, 낙서, 메모 같은 편린들로 연결시키는 것에 주목하였습니다.  "이것은 거시적인 글쓰기가 가능했던 현실적 기반이자 조건이면서, 글쓰기 내부에서는 사라지는 내용들로서 『페스트』에도 그 형식을 보존한다"고...

 실제 있었던 사건인 양 르뽀 형식으로 기술하는 재앙서사이기도 하지만, 소설에서 미시적 글쓰기를 수행하는 인물들은 제게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2020년 4월, 저는 중국 베이징에 한 달간 레지던스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봉쇄로 인해 가지 못했죠. 그런데 중국에서 영화워크샵 튜터를 했을 때 알게 됐던 포토그래퍼이자 저널리스트인 Guligo Jia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있었던 사진작가 행사에 참석했다가 코로나로 발이 묶였고, 이후 현지에서 일어난 시위를 촬영하다가 감옥에까지 갇히게 된 걸 페북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Jia는 감옥에 있는 두루말이 휴지에 락다운 일기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여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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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Jia는 중국으로 무사히 돌아왔고, 이것을 사진과 글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우리는 "In the Name of Cinema, Against the War 영화의 이름으로, 전쟁 반대" 캠페인영화 작업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12명의 중국,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 작가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인데 그중에서도 Jia의 작품이 좋습니다. 

<페스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의사 리외는 침묵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페스트에 걸렸던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증언을 하기 위해, 그리고 재앙 중에 배운 것, 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 찬양할 것이 더 많다는 것만이라도 말하기 위해 지금 여기서 끝맺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이미 환경 파괴, 기후위기, 자본주의 전쟁이라는 재앙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전조와 증상에 눈 돌리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겸허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출구 없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쓰는 것...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꿈꾸어 봅니다.  

 <천 개의 밤, 뜻밖의 읽기> 다음 강의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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