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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고전 소설의 철학적 실험 1강 (늦은) 후기

혜련 2014.07.30 22:48 조회 수 : 928

1강.소설의 윤리와 내재적 독해: 고전 소설 읽기의 방법.

 

수업을 시작하시면서 비평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비평이고

저자의 특권적 위치, 의도, 전기적 사실로 귀속하는 해석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주셨죠.

 

아울러서,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에서 인용하여, 저자의 고독에 대해 언급해주셨는데,

이부분은 저 역시 인상적으로 읽은 대목이라 (생각하신 부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랑쇼의 책에서 한 구절을 소개할까 합니다.

작품의 고독은 우리에게 보다 본질적인 고독을 드러낸다.....작품을 쓰는 자는 한쪽으로 밀려나고, 작품을 다 쓴 자는 쫓겨난다.....

작품은 고독하다. 이것은 작품이 전달할 수 없는 것으로 남고 그것을 읽을 독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을 읽는 자는 작품의 고독을 긍정하게 된다. 작품을 쓰는 자가 그러한 고독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처럼.”

 

따라서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는 독서가 가능하며 작가가 놀랄만한 해석이 나름의 논리와 분석으로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강의와 관련된 내용을 조금 보탠다면, 일단,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읽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마저 그 의도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석을 독자의 의도로 본다면 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주의에 빠질 수가 있으니까요.

 여기에 대한 절충안이 움베르트 에코의 텍스트의 의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텍스트에 대한 절단면으로 비평의 가능성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수업내용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1강이었습니다.

 

1.작품과 절단면

문학작품에는,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공존되어 있습니다. 문학작품은 수많은 방향으로 사유나 감각을 움직이게 만드는 땅덩어리가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절단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평입니다. 비평이 창작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읽던 것과 아주 다른 새로운 절단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수업시간에서는 고전소설에 대한 새로운 절단면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절단면이라는 말이 적극적인 해석자가 되기 위해서, 설레는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잘라야하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면을 보게 되겠지, 하면서요.)

하지만, 절단면은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야합니다. (제멋대로 난도질하면 안 되겠죠.)

 

새로운 절단면. ‘반인륜적절단면으로 텍스트를 읽게 됩니다.

표면의 양식과 상반되는 어떤 것이 제거할 수 없는 통념과 만드는 긴장에서 읽게 되는 것입니다.

 

2. 심청전과 소설의 윤리.

효녀의 대명사, 심청. 눈먼 아버지를 위해 물에 빠져 죽었는데 용왕을 만나 연꽃으로 피어올라 왕과 결혼했다.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긴 시간동안 아버지를 위해 죽는 것=극강의 효심. 이렇게 상투적으로, 별 고민 없이 도식이 만들어졌는데 이날 수업을 통해 새로운 절단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진정 효인가?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 오히려 불효가 아닌가?

 

심봉사는 당시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구현하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철없는 애비라고 하셨죠.

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하는 것은 심청인데요. 몇가지 주목하신 설정들을 살펴보면, 장승상댁 부인의 제안 거절하는 곤혹스러운 설정,

동무들을 그리워하는 소녀감성, 홀로될 아버지를 생각하는 서러운 마음, ‘아버지 나 죽소!’애처로운 부르짖음. 등등.

 ‘라고 단일하게 판단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셨죠.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일단, 칸트의 규범과 도덕적 명령에 대한 절대적 지위, 즉 반드시 지켜야하는 정언명령으로서의 입니다.

 하지만 심청은 동요 없이 정언명령을 따르는 칸트주의자의 면모가 보이지는 않죠. 그렇다면?

 

3. 심청, 마조히스트. 심청전의 역설적 전략.

 

카프카의 선고에서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을 것을 선고하니까 정말 떨어지는 장면과 연결하여 설명해주셨습니다.

명령에 순종함으로써 그 명령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그런 항의라고. 따라서 심청 또한, 효에 대한 요구를 과도하게 준수함으로써

 그런 요구 자체를 어이없는 명령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청이 자기가 살던 세계에 되돌려주고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이 짐작할 수 있는 거죠.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위해 바다에 던져질 제물로 몸을 판다면 그걸 효라고 할 수 있을까

 

4. 연꽃 속의 심청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심청은 임당수에 몸을 던져 죽습니다. 바다는 바닥이 없는 심연입니다. 자아의 죽음은 심청 안의 누군가가 죽는 것입니다.

그녀의 죽음은 확고부동한 효를 어떤 물음의 상태로 끌고 갑니다. 심연은 무의 공간이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용궁이라는 다른 세계를 만납니다. 따라서 그녀의 죽음은 블랑쇼를 인용하면 비인칭적 죽음으로 이는 인칭적인 세계의 죽음인 것입니다.

 심청은 이 죽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비인칭적 탄생이 되는 거죠. 이러한 재탄생의 형상은 임당수에 솟아오르는 연꽃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심청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심청은 낡은 세계로 후퇴하지 않습니다.

 심청은 우연히 왕비가 되어 맹인장치(대대적인 탈영토화)를 열고 (효라는 문제상황이 벌어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맹인들을, 무언가에 눈먼 모든 이들을 집으로부터, 고향으로부터,

 익숙한 관념이나 양식, 익숙한 도덕과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강력한 탈영토화의 벡터를 가동시킵니다.

 

5. 콩쥐와 신데렐라

 

콩쥐팥쥐전은 신데렐라 이야기와 유사하다고 여겨집니다.

나카자와 신이치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의 분석을 살피며 도식에 따라 차이가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반복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물에 대한 통상적인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공통된 전체 이야기의 의미를 해석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이런 신화해석을 통해 텍스트는 분해되어 각각의 요소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가정된 상징들의 의미로 환원되게 됩니다.

작품 안에서 어떤 요소의 의미는 텍스트 안에서의 다른 요소들과의 내재적 관계에 의해 결정되어합니다.

 콩쥐팥쥐전이 신데렐라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결혼으로 끝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결혼은 일시적 봉합으로 보여지는 또다른 사건의 국면으로 작용합니다.

 다들 수업시간에 들으셨지만,

간략히 팥쥐가 콩쥐를 죽이고 (연못, 불아궁이) 팥쥐는 콩쥐인 척 감사의 부인 노릇을 하다가 노파에게 전말이 발각되어 팥쥐는 능지처참당하는...

잔혹함과 엽기성에 있어서 이게 내가 아는 그 전래 동화?’라는 재인식을 하게 됩니다.

 결혼은 행복하게 살았대요.’식의 결말이 아니라 두 번째 사건을 예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이 신데렐라 이야기의 상투성을 깨는 점입니다.

콩쥐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과제를 통해 콩쥐는 집 밖으로 떠나 오히려 불모의 땅에서 먹고 살아갈 능력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검은소가 등장하는데 동물과 해결한다는 점에서 동물을 도구화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둘째과제는 깨진 독의 구멍인데, 메워질 수 없는 구멍을 두꺼비가 해결해줍니다.

 셋째과제는 베를 짜고 쌀을 내는 것인데 무언가를 산출하는 긍정적 능력의 시험입니다.

옷과 신발을 얻게되는데 은 탈영토화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으로 다시 갇히게 됩니다.

사건을 내재한다는 점에서 신데렐라 이야기의 결혼과는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6. 바리공주와 숙향

 

최기숙은 소설 숙향전과 무가 바리공주의 전개과정에서 보여지는 유사성을 지적합니다.

탄생, 예언, 버려짐과 고난, 구원, 탐색(구약) 다섯가지 서사가 그려집니다. (프린트 참조)

지적된 유사성은 항들의 유사성보다는 항들을 연결하는 서사구조의 유사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숙향은 전란으로 부모에게 버려지는 반면, 바리공주는 왕인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버려집니다.

하지만 숙향의 아버지가 할 수 없이 숙향을 숨기고 도망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버린이가 아버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묶을 수 있을지...모르겠습니다.

 각 항들 역시 차이점이 드러나고, 구약의 과정도 유사성보다는 차이가 훨씬 크고 중요합니다. (프린트 참조)

따라서, 서사의 틀을 짜는 요소들의 연관이 유사해보인다 해도, 그것들이 펼쳐지는 양상의 차이에 따라 전체 서사 안에서 다른 의미,

 다른 기능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텍스트 안에서 항들의 내재적 관계를 통해

동일한 요소들조차 어떻게 다른 의미, 다른 기능을 갖게 되는지를 주목하여 분석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7. 소설이 나아가는 곳.

 

......

 

예리하며 명쾌한 절단면을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눈먼 아버지를 위해, 바다에 몸을 던져 = 효심이 깊구나.

감사와 결혼했다 = 행복하게 살았구나.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참 단순하게 생각했죠


 

지금까지 현대소설에 있어서는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비평적 논의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왜 고전소설에 대해서는 통속의 무딘 날로도 절단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내재적 독해를 위해 텍스트에 몰입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덧붙이는 방식으로 읽어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낡은 면을 예리하게 절단하면, 아마 새롭게 빛나는 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1.2.3강 후기를 한번에 올리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지고....처음이라 아주 뒤늦게 1강만 올립니당.

너무 길어서 필요한 부분만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앞으로 3강 밖에 남지 않았네요..내일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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