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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강좌의 반이 지났습니다..ㅎㅎ 6주라는 기간이 시작하기 전에는 살짝 길게 느껴졌는데, 역시나 하다보니 금방 쑥쑥 흘러가네요.

저번 강의 때 제 눈에 계속 사로잡혔던 것은 랑시에르가 오클로스의 원인을 정의하는 지점이었습니다. 랑시에르는 오클로스가 정치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에서 탄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랑시에르가 꾸준히 말하는 철학과 정치의 관계에서 정치의 죽음은 철학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일자의 척도 아래 다자를 포섭하는 것이었지요. 랑시에르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분석하면서 이러한 정치의 종언과 철학의 완성이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는데요. 하나는 중간계급을 육성함으로써 혼합정을 구성하여 데모스들의 공적 정념을 추첨을 통하여 관리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데모스들을 민회로부터 거리 두게 함으로써 그들의 탈정치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데모스들이 관리가능하게 될 때 소란은 종식되고, 민중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타고난 덕성을 유지하며, 국가 안에서의 모든 계급들은 조화를 이루게 되고, 정치술로서의 철학은 완성되며 정치와 민주주의는 끝나겠지요. 하지만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오클로스입니다.


"정치적인 것이 쇠약해진 곳, 부자들의 편과 빈자들의 편이 이제 십중팔구 똑같은 것(근대화)을 말할 뿐인 곳, 대동소이한 기획을 더 잘 포장해줄 광고 이미지를 선택할 뿐인 곳, 거기에서 번쩍이며 출현하는 것은 합의가 아니라 배제이며, [...] 사회적 합리성이 된 이성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순수한 증오, 배제를 위한 결집이다."(65) "정치적인 것의 평화적 종언은 그것의 살인적인 전사로 탈바꿈했다."(66) "분할의 사회적 원리가 땅속에 묻혔다고 공포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배제하는 일자의 정념이 솟아오르는 것을 우리는 목도한다."(69)


이러한 인용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랑시에르는 오클로스의 탄생이 합의(consensus)의 산물인 것처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클로스를 제대로 사유하지 못하는 것이 철학의 맹점이라고 말하지요. 철학은 기본적으로 합의와 탈정치화를 목적으로 하고, 이러한 오클로스조차도 이성의 덕 아래로 인도하고자 하는 것이 철학인데, 랑시에르가 보기에 오클로스는 합의의 대상이 아닌 합의의 산물이기에  철학자들은 오클로스에 대해서 원인과 결과를 오인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합의의 결과가 오클로스인데 이것들을 다시 합의하려 하니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러한 랑시에르의 분석이 조금 갸우뚱했습니다.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이 느낌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은 못하겠지만, 정치가 사라진 장소에 오클로스가 나타난다는 정의는 너무 나이브한 것 같습니다. 랑시에르에 따르면 "정치의 종언이란 언제나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활동인 정치에 늘 붙어 있는 가장자리"입니다. 이는 정치가 철학이나 사회적인 것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에 처해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고로 사실상 유사이래 정치는 끊임없이 종언의 위협 아래 처해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랑시에르는 오클로스를 초역사적인 것으로 정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는 랑시에르가 오클로스를 가장 의고적인 것이라고 정의한 것으로부터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뭔가 이런 정의는 각각의 시대에 따른 오클로스의 양태들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냥 오클로스의 초역사적인 존재론적 조건만을 드러낸 것이어서, 뭔가 제게는 느낌있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물론 이 논문에서 랑시에르의 주된 문제의식은 오클로스의 역사적 양태가 아니라, 오클로스라는 존재를 통해 철학과 정치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랑시에르가 보기에 정념이란 정치술을 통해 관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향락을 경영하는 자들의 한계는 양화하기 더 어렵고 지수화하기 더 어려운 두세 가지 결합된 감정들 ㅡ 낙심, 공포, 그리고 증오 ㅡ 을 그들이 쉽사리 경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79)] 이것을 그저 시기심이나 결핍으로 정의함으로써 무시하거나 혹은 어떻게든 철학을 통해 인도하려는 것은, 그가 보기에는 원인을 인식하지 않은 채 결과로부터 바로 해결책을 도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일테지요. 하지만 저는 랑시에르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개하는 과정 속에서 전제하는 감정이 경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의 오클로스는 감정을 경영함으로써 탄생한 산물이 아니었나요? 물론 이는 저의 직관적인 이해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인 논증은 지금의 제 능력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쪼금 과감하게 말하면 증오와 배제와 같은 정념조차도 정치적인 것의 산물로 포섭하려 했던 것은 살짝 과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랑시에르는 정치적인 것을 너무 자율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치적인 것이라는 개념만을 바탕으로 너무나 광범위한 분야를 설명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것 또한 저의 직관적인 이해에 불과합니다...


원래 이렇게까지 비판적인 입장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하하하..ㅠㅠ  랑시에르의 사유들이 너무나 톡톡 튀다보니 정말 재밌어서 몇 번씩 읽고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때로는 이런 입장으로도 가게 되네요..ㅎㅎ 물론 질문만이 난무할 뿐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직관적인 느낌에 기초한 비판들이죠. 그렇다보니 이러한 비판들 또한 저 자신에게도 그렇게 의미있게 다가오지는 않네요. 아무튼 이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아보려고 합니다.


그럼 공지 나갑니다!


일시: 7월 28일 저녁 7시 10분

장소: 생명문화연구소

후기: 이범연 선생님

간식: 안지현, 이범연, 홍신혜

범위: 민주주의의 용법들(80 ~ 111)


감동과 고민에 뒷풀이까지 함께 주는 즐거운 랑시에르 강독강좌입니다. 남은 3주도 다 같이 열심히 달려봐요~^^

그럼 월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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