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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진은영 선생님의 첫 번째 강의 내용을 정리한 후기가 벌써 올라왔네요.

래서 저는 강의 시간에 제가 했던 질문을 중심으로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제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1.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 제작, 행위로 구분하고 있지만, 이 활동들이 아렌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인가?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 제작, 행위로 나누고 예술을 제작의 범주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렌트가 이야기하듯이 인간의 활동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멸될 것들을 만들어내는 노동이나 세계를 구성하는 제작’,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의미로 작용할 수 있는 행위는 교섭하는 부분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예술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예술은 제작이냐, 행위냐라는 이분법적 질문을 던지는 것은 예술의 다면성을 훼손시킬 위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을 제작이라고 말한 아렌트의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아렌트의 사유방식을 따라가도 예술은 때로는 순간적인 것을 만드는 노동일 수 있고, 공동의 세계를 구성하는 문제일 수 있으며, 동시에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행위의 가능성도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2. 아렌트가 후기 저작에서 강조하고 있는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을 매개로 한다면 아렌트의 예술론을 행위적 측면에서 다시 고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렌트에게 세계는 예술을 위시한 인공품과 연관되며, 인위적 세계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계합니다. 세계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탁자가 그 둘러 앉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듯이, 사물의 세계도 공동으로 그것을 취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모든 사이(in-beteen)가 그러하듯이 세계는 사람들을 맺어주기도 하고 분리시키기도 합니다.

정치의 문제에서 아렌트는 언어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정치 영역에서 인간의 복수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은 언어의 사용을 통해서이고, 언어의 본질적 기능이 중시되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언어의 본질적 기능이란 단순한 의사전달 수단이 아니라 복수의 인간들이 합의를 이룩해낼 가능성을 뜻합니다. ‘언어가 필요 없는 관조를 통해 진리가 드러난다고 믿었던 기존의 철학자들에게 인간은 늘 단수로서의 인간(Man)’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렌트에게 사태를 경험하고 그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자신과 남의 경험을 의미 있게 만들고 나눔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것은 항상 복수로서의 인간(men)’입니다. 언어는 이러한 복수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이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어에 대한 아렌트의 태도가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행위, 다시 말해 이야기하기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적 이익과 생존의 문제가 공적 문제를 압도하는 순간에도 공적 영역의 확보를 위한 투쟁을 주장하는 아렌트는 이야기하기를 통해 근대사회에 내재한 인간 소멸의 가능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합니다. 예술, 그 중에서도 문학적 글쓰기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하기는 사유를 구체화할 수 있는 활동이며, 자기소외와 세계소외가 동시에 발생한 상황에서 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진은영 선생님의 강의 중에서 문학적 고독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아렌트가 이야기하기에 주목한 근본적인 이유는 기존의 이론과 철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체주의적 체제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체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하기는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다양한 세계관과 이야기가 지닌 결말, 그리고 상이한 해석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하기는 의미를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서 의미를 드러내는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사물들과 조화를 이룹니다.

이야기하기는 이해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스럽고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마주할 때, 특히 그러한 사건들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기는 비극과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아렌트는 이자크 디네센의 표현을 인용하여 모든 슬픔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말로 할 수 있을 경우, 여러분은 모든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렌트의 이러한 논의들을 기반으로 저는 이야기하기가 공포와 슬픔의 기억, 혹은 그러한 정치적 현실에 대처하는 도구일 수 있으며, 그 고통을 인내한 힘을 구심점 삼아 정치적 행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렌트를 읽으면서 이야기하기에 주목했기 때문에 예술론 전반에 대한 독해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술론에 대해서는 아직 정리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막연하게 이야기하기와 예술론이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다음 시간에 진은영 선생님께서 보충해 주시리라 믿고... 전 이만 후기를 마칩니다. 새해 복들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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