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문학이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매혹적이다.
따라서 문학을 ‘다른 종류의 삶을 생산하는 기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학작품이 생산하는 다른 종류의 삶은 현실에 기반한 삶이기 마련이다.
문학작품은 독자에게 읽혀지고 수용될 때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
작가는 독자의 공감을 얻고 읽혀지기 위해서라도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문학작품을 생산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문학은 항상 이미 삶의 내부에 있으며,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삶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문학에서 정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랜시간 논쟁의 중심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논쟁은 김기진과 박영희의 ‘내용-형식 논쟁’이다.
초창기 계급문학운동의 이념적 성격을 규정한 김기진과 박영희 사이에 벌어진 ‘내용-형식 논쟁’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영희는 계급 문학의 가치는 작품에 나타난 계급적 의식에 의해 규정된다고 하여 계급적인 내용이 담겨야 함을 주장하였고,
김기진은 이를 비판하며 계급 문학이라 하더라도 미적 형식을 추구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진경 선생님께서는 문학과 정치에서 ‘정치의 문제란 삶의 방식을 변형시키는 문제다.’라고 정의하셨다.
부연설명으로 문학이 어떠한 정치적 이념을 담아낸다기 보다는 수용자가 지금과 다른 종류의 삶을 살게 하는 혁명이라고 이야기 하셨다.
이는 김기진, 박영희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김기진과 박영희는 문학의 생산자 측면에서 ‘이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었으나,
이진경 선생님께서는 수용자 측면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문학에서 다루는 정치라고 하셨다.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이면 어쩌죠ㅠ) 이에 근거하면 이념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더라도
수용자의 삶의 방식이 변화한다면 문학이 정치를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문학이 다루는 정치의 개념을 넓힐 수 있다.
셋째
혁명적 문학은 횡단적이다. 지배계층은 흐름을 관리하려 하고, 홈을 따라서 흘러가도록 하는 억압장치를 만들고,
벽을 만들어서 흐름이 범람하지 못하도록 한다. 조선후기 양란과 새로운 계층의 성장으로 신분제가 문란해지자,
당시 지배계층인 양반들은 가문소설을 통해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려고 했다.
몇 백년 전에도 정치적이지 않은 내용의 문학이 정치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따라서 혁명적인 문학은 이러한 홈과 흐름을 넘나들 수 있는 ‘횡단’적인 문학이어야 한다.
결론
수업을 들으면서, 또 듣고 나서 계속 생각했던 것이 ‘아기장수 전설’이에요. 아기장수 전설은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져있는 구비설화에요.
대략적인 내용은 평민의 집에 아기장수가 태어나는데, 장수가 태어났다고 집안에 화가 끼칠 것을 두려워한
(장수가 태어나서 모의를 꾸밀까봐 장수가 태어났다는 소문이 들리면 관군이 집안을 몰살했대요.) 부모가
간절히 원했던 아기장수를 죽이거나, 죽이려 하나 죽지 않자 아기장수가 자신을 죽일 방법을 일러주거나,
잠깐 살더라도 어쨌든 곧 죽어요. 우리나라에 아기장수 전설이 정말정말 많이 존재하는데
아기장수가 살아서 어른이 되는 이야기는 딱 한군데 제주도에서만 전승됩니다.
제주도에는 관군의 영향이 덜 미쳐서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서 그랬대요.
아기장수 전설에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지금의 이 삶을 바뀌게 해주길 바라는 당대 민중들의 바람’과
‘그것이 내 가족은 아니길 바라는 한계’가 그대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본론이랑 결론이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문학과 기계, 정치, 횡단이라는 측면에서 나름 관계가 있답니다. ㅎㅎㅎ
저는 이진경 선생님 강의를 제일 손꼽아 기다렸어요!
후기를 쓰게 될 줄 알았으면 정말 필기 완전 빽빽하게 하면서 모범생처럼 들었을텐데ㅠ
마음에 새기면서 듣느라 중간중간 소멸된 내용들이 있어서 제가 재구성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아이고 ㅎ
아무튼,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꼭 싸인해주세요. ㅋㅋㅋ
아기장수 얘기 재밌는데요?ㅋㅋ
'...그래서 아기장수는 죽게 되었답니다' 하고 할머니의 이야기는 끝이 나고 아이들은 슬픔에 빠지겠지만
이야기가 계속 전해지는 한 아기장수도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거잖아요ㅎ
어느 순간에는 어떤 욕망과 만나 벽을 넘게 하는 기계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후기 잘 봤어요 다음 시간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