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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강독 2월 20일 후기입니다.

면발 2013.02.23 00:32 조회 수 : 7435

정신현상학강독 1권 마지막강좌 후기 올립니다.

 

이번주에 우리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이성의 확신과 진리이성적인 자기의식의 자기실현절대적인 실재성을 획득한 개인을 읽었습니다.

우선 이성적인 자기의식의 자기실현이란 나와 대상이 대립되어 있지만 대립되어 있지 않다는 진리를 자각하고 타자를 동일화하여, 현실에서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않으면서 오직 자기표현 그 자체를 대상이며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의 구체적인 예로 쾌락과 필연성, 마음의 법칙과 자만의 광기, 그리고 덕성과 세계행로라는, 동일화될 수 있는 대립된 짝을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쾌락은 개별적인 것으로, 타자와의 공동성을 거부하는 순수한 자기위주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필연성은 보편적이고 운명적인 대상입니다. 오이디푸스나 안티고네와 같은 그리스 비극에서 개인은 자기의 길을 가지만 어느 순간 운명에 발이 묶이며 비극을 맞습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오빠의 시체를 묻는 안티고네는 국가라는 보편과 혈연이라는 개별에 동시에 묶여있습니다. 안티고네의 고집이 쾌락일 수도 있겠지요? 정신분석에서는 안티고네의 고집을 쾌락원칙을 넘어선 죽음충동으로 보던데, 쾌락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처럼 개인이 운명과 합일되는 관계는 초반에는 쾌락이라는 즉자적 관계로만 나타나지만, 즉자대자적 단계에서는 실존적인 자기상실에 당도하여 결국 운명을 소원한 존재라고 여기는 사상을 품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의식이 자체 내로 복귀해 필연을 자기의 본질로서 인식하게 된 자기실현의 단계라고 말합니다.

 

또한 마음의 법칙은 보편적으로 타당한 법칙이 내 안에 깃들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의 법칙 역시 그것과는 대립되는 필연적인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데, 대립되는 법칙이 마음의 법칙과 통일될 확률은 우연한 경우 외에는 없습니다. 마음은 대립되는 법칙을 곧 자기로 의식해 거기서 자만하게 될 가능성이 더 많으며, 그것이 보편적으로 실현된 경우에는 오히려 개인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타인의 경우에도 보편적으로 실현된 법칙 안에서 타인의 법칙만을 발견하게 될 뿐이므로 법칙 자체를 혐오하게 됩니다. 그러나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얻어진 보편적 질서는 모든 인간의 마음의 법칙이 깃들어진 필연의 세계가 됩니다. 따라서 자기의식이 머금고 있던 생각에서의 소외와, 대립한다고 느끼는 현존하는 질서에서 보이는 자기의식의 그림자를 인식하면서 개인은 자기모순에 사로잡혀 광기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수많은, 보편적 질서를 지향하는 개인의 모순적 마음가짐은 누구나 자기의 뜻을 펴나가고자 하기에 공동체는 투쟁상태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태가 세계의 행로입니다. 한편, 자만의 광기에 휘말려 자기야말로 곧 보편적 현실이라고 자처하는 비현실적 개인은 자기를 방기해야만 비로소 현실적인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착란상태에 있으면서도 보편존재로서의 법칙에 대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에, 내면적으로는 개별성으로서의 의식을 방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식의 형태를 덕성이라고 합니다.

 

덕성의 단계에서 덕성은 세계행로와 갈등, 투쟁을 벌입니다. 앞서 보았듯 덕성은 법칙만을 본질적인 것으로 보고 세계행로를 구성하는 개체성은 지양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데, 세계행로에서는 개체성이 본질이 되어 법칙을 지배 아래로 두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덕성이 추구하는 보편정신인 선은 아직 현실화되어있지 않으므로 세계행로와의 갈등과 투쟁에서 선의 의미는 개체별로 상대화됩니다. 투쟁의 과정에서 덕성은 선이란 추상적인 것이고 세계행로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상대적인 것이며, 개인에게서만 현실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개인이야말로 현실의 원리임을 알게 된 덕성은 즉자적이고 초월적인 선의 관념을 뒤로 하고 세계행로가 보편적인 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개체성이야말로 선을 실현하는 힘이며 개인의 행위야말로 보편을 실재화하는 것이 됩니다.

 

절대적인 실재성을 획득한 개인단계로 넘어오면, 개인의 행위는 즉자존재가 대자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매개하는 것이며 보편과 개체가 상호침투되고 진리와 확신이 분리되지 않게끔 하는, 대립이 없는 보편적인 실재 자체가 됩니다. 그러나 이는 의식의 차원이며 다시 즉자적인 것으로 명명됩니다. 의식이 행동으로 나아가려면, 다시 말해 즉자적으로 있는 것을 현실화시키려면 행위를 통해 내부의 소질을 외부로 실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존재와 행위가 상호 침투되는 즉자대자적 단계가 되면 개인의 의식은 자기동일성이라는 희열에 넘치게 되지만, 의식의 모습이 경험의 확증에 의해서 개념의 실재성과 일치하는지를 살펴보아야하는 단계로 다시 넘어가게 됩니다. 소질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현실적이기에 개인의 실재성은 반영되어 있습니다만, 보편적 개념과는 대립됩니다. 행위와 존재 즉 실재와 개념, 소질과 목적이 대립, 분열되는 것이지요. 이제 다시 이 양측이 통일되어야 하는 단계가 됩니다. 양측은 우연적으로 통일될 수도 있고 잘못된 목적이나 수단이어도 훌륭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등의 오류도 있습니다만, 더불어 필연적으로 통일되는 상황도 존재합니다. 우연을 능가하는 이 필연이 존재와 행위를 통일시키는 사태 자체입니다.

 

사태 자체는 개체가 전체화되고 의식의 자기 확신이 대상화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자기 확신을 개념화시키면서도 즉자적인 의식의 차원에 갇히지 않고 즉자대자적으로 존재를 객관화할 수 있는 자기의식의 단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사태 자체는 행위와 존재가 경험의 확증에 의해서 통일되는 모든 필연적 결과를 본질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술어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언제나 보편적 가치의 문제에 골몰해 실재를 보편과 통일시키고자 하는 성실한 의식은 어디를 향하고 있건 사태 자체를 실현하고 성취하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사태 자체가 아무 것도 이루지 않았을 때라도 그것이 행위되었다는 자체에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다지 성실한 의식이 아닙니다. 순수한 행위나 한 개인의 특유한 행위가 아니라 타인에게 열려있는 사태 자체가 중요하며, 무언가를 실현한다는 것은 자기 만족이 아니라 개인의 것을 공동의 장에 내놓음으로써 자기의 것을 만인의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자기의식의 행위가 공동체의 행위와 통일되어야 하는 당위가 나타납니다. 개인의 행위는 사회적 행위이며 만인 각자의 행위도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자기의식의 경험이, 앞서 말한 순수한 사태 자체의 내용에 더해지게 됩니다.

 

공동체의 행위가 침투된 현실과 자기의식의 행위가 일체화된 사태 자체를 인륜적 실체, 이에 바탕을 둔 의식이 인륜적 의식입니다. 이제 마음의 법칙은 곧 공동체를 위한 법칙까지 포괄하게 되었으므로 보편적인 법칙을 표현하고 명문화하고자 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그러나 어떤 법칙도 보편타당한 법칙으로 명문화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인륜, 즉 공동체의 원리를 규정하는 윤리의 기반은 관습으로, 사태 자체는 인륜성을 구현해야 하는데 안티고네에서 반역자의 시체는 장사를 지내서는 안 된다는 실정법의 강제적 형식에는 가족의 시체를 장사지내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관습적인 자연법의 보편적인 내용이 우연적으로 배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법칙은 내용의 개별성이 통일되지 않는 형식적으로만 보편적인 당위가 되어버립니다. 법칙 제정자로서의 이성은 단지 보편성의 순수한 형식을 확보하는 일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칙 제정자로서의 이성은 법칙을 음미하는 이성, 즉 주어진 법칙을 검증하는 이성으로 격하되는데, 역시 보편화가능성이라는 형식적인 기준으로 실행하는 검증은 단지 동어반복만을 선언하게 되고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떠한 법칙도 그에 맞는 근거를 가져와 논증한다면 보편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편적 법칙을 제정하거나 법칙의 보편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내용의 차원에서도 보편적인 것이 필요하며,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법의 제정과 음미의 단계에서는 자의적인 요소가 있어, 실재하는 정신적 질서인 공동체를 부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극복되고 나면 의식은 다시 공동체를 통합한 세계로 복귀합니다. 형식적이고 일반적인 음미는 지양되고, 특정한 개인의 의지가 아닌 본원적인 만인의 순수의지가 나타나는 영원의 법칙이 나타나며 이것은 공동체의 현재과 동일합니다. 이제 인륜적인 자기의식은 공동체와 하나가 되며, 이 상태에서의 법칙들은 차이만이 존재할 뿐 본질적 존재의 조화로움이 유지되는 정의로운 것이 됩니다. 인륜적인 실체로서의 공동체를 자기화한 자기의식은 어떤 경우에도 모순을 야기하지 않는 정의로운 법칙을 구현하게 됩니다.

 

 

- 다들 후기에서 정리를 하길래 정리를 했습니다. 제가 좀 더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좀더 개념화해 요약할 수 있을텐데 능력이 모자라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의식의 발전 단계를 어떻게 이렇게 변증법이라는 방법론으로 철두철미하게 진행했는지 헤겔의 사유가 놀랍습니다. 그것을 구현한 방법도 자체로는 구조적이고 빈틈이 없어서 예술작품을 보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철학의 공허한 객관과 쫄아있는 주체가 별로 맘에 안들었었는데, 헤겔 주체의 끊임없는 자기실현과정이 너무나 매력적이네요. 2권에서는 어떤 내용이 진행될지 기대가 큽니다. 그럼 한달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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