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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2강 후기

남희 2014.07.21 04:23 조회 수 : 720

저번 시간(714)에는 정치에 대한 열 가지 테제 중 테제 5 10까지 했지요.

정정훈쌤의 넘쳐흐르는 에너지와 지식을 제가 다 전달할 순 없겠지만^^;;

인상 깊었던 부분 몇 자 적어볼게요.

 

테제 5는 민주주의의 주체인 인민이 어떤 존재인지 제시하고 있어요.

 

민주주의의 주체인, 따라서 정치의 모체가 되는 주체인 인민은 공동체 성원들의 모임도 노동하는 주민 계급도 아니다. 인민이란 주민의 부분들에 대한 모든 셈과 비교하여 보충이 되는 부분으로서, 셈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셈을 공동체 전체와 동일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민은 인구나 인종 같은 사회적 범주가 아니죠. 인민은 아르케, 정당한 지배논리들을 중단시키는 존재들이죠. 그러니까 말하지 않아야 하는데 불쑥 끼어들어 말하는 자이면서, 몫이 없는 데, 몫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죠. 첫 시간에 했던 테제 4에서 나왔던 내용인데, 기억하고 있으시죠^^?! 그런데 인민이란 주민의 부분들에 대한 모든 셈과 비교하여 보충이 된다는 게 무슨 얘기일까요?

 

강의를 듣기 전에 사실 전 보충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어요. . 몫이 없는 자들이 자신들도 몫이 있다고 주장하니까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겠구나 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생각에는 기존 사회의 질서는 유지한 채!’라는 전제가 숨어 있었어요! ;

 

그런데 여기서 등장하는 보충은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 그 이상이죠. 데리다의 대리/보충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해야해요. 그럼 우선 데리다의 대리/보충부터 알아야겠죠? 예를 들어 볼게요.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모두 다 알았어라는 말이지만 뒤에 어떤 이모티콘이나 문장부호가 오는지에 따라 의미는 전혀 다르죠. 이렇게 부차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어떤 것을 보충적으로 덧붙임으로써 의미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대리/보충이라고 해요.

 

인민은 빈민은 아니지만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지배질서에서는 사소하게 여겨지는 자들이에요.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몫을 덧붙이면서 사회의 보충적 존재가 되요. 그럼으로써 정당한 지배논리를 중단시키고, 주민을 그 자체로부터 탈구”(216)시키죠. 셈해지지 않은 것들을 셈에 기입하려 하면서 애초의 사회질서를 바꾸어버리죠. 아마 테제 5셈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셈을 공동체 전체와 동일시한다는 의미가 이게 아닌가 싶네요.

 

이제 확인할 수 있는 건 공동체의 부분들을 셈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첫 번째는 사회체를 구성하는 출생, 직무, 자리, 이해의 차이들로 정의되는 실제 부분들, 실질적인 집단들만을 셈하는 방식. 이것이 아르케이며 지배질서죠. 두 번째는 몫이 없는 자들의 몫을 ’(en plus) 셈하는 방식. 이것은 바로 위에서 설명했던 보충의 셈법이죠. 이 후자, 다시 말해 기존의 셈을 전복하는 덧셈이 정치이며 민주주의죠. 반대로 전자는 치안이에요.

 

테제 7

정치는 특정하게 치안과 대립한다.

치안은 공백과 보충의 부재를 원리로 하는 하나의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다.

 

그렇죠. 치안과 정치는 대립할 수밖에 없어요. 치안은 기존의 셈법을 유지하려 들고, 정치는 보충의 셈을 더하면서 기존의 질서를 뒤집으려 하거든요. 그런데 이 셈법이라는 건 하나의 감각적인 나눔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라는 표현이 기막히게 절묘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는 지각 방식들을 먼저 규정함으로써 참여/몫을 가짐의 형식들-이것들은 지각 방식들에 기입된다-을 규정하는 일반적으로 암묵적인 법을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라 부를 것이다.(222)

 

말이 어렵네요; 몫을 주장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일단 그것은 법적 권리의 보장 같은 건 아닌 것 같아요. 훨씬 포괄적이죠. 나의 몫을 가짐은 내가 어떤 (공적) ()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 장()에서 보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반대로 몫이 없다는 건 어떤 장()에서 배제되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된다는 뜻이죠. 또 몫 없는 자들이 몫을 주장한다는 것은 배제된 장()에 난입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일테구요. 여전히 애매모호하네요. 예를 들어볼게요.

 

고속버스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내리는 걸 본적이 있나요? 전 없어요. 그리고 여러분도 보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고속버스는 애초에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거든요. 왜 그렇게 설계되었을까요? 고속버스를 만들 당시에 장애인은 셈에서 배제되어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이들이 고속버스를 타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진 않죠. 하지만 이들은 고속버스를 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고속버스에서 이들을 볼 수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다고 여겨요. 더 정확히 말하면, 왜 그들이 안 보이는지 생각조차 못하고 있죠. 이것이 감각적인 나눔이고, 이는 암묵적인 법이죠.

 

그래서 랑시에르는 정치는 우선 가시적인 것과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개입”(223)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제 테제 8은 정치가 해야 하는 작업을 알려줘요.

 

정치의 주요 작업은 그것의 고유한 공간을 짜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의 주체들의 세계 그리고 정치가 작동하는 세계를 보이게 만드는 데 있다. 정치의 본질은 두 세계가 하나의 유일한 세계 안에 현존하는 불일치를 현시하는 것이다.

 

정치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만드는 것, 그저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었던 것을 말로서 듣게 만드는 것, 특수한 쾌락이나 고통의 표현으로 나타났을 뿐인 것을 공통의 선과 악에 대한 느낌[감각]으로서 나타나게 만드는 데 있어요.(226) 이게 정치적 계쟁이에요. 공동체를 다른 식으로 셈하는 범주들을 설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위한 싸움이죠.(221) 그래서 정치는 합의의 과정이 아니라 불화의 과정이죠.

 

무엇보다도 저는 랑시에르가 감각적 차원에서 정치를 말한다는 게 참 흥미로웠어요.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비가시적인 폭력과 이에 대항해 싸워나가는 방법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방향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적 느낌이랄까..... 무슨 소리하냐구요?

하하. 몇 자 적는다더니 넘 길다고 불평들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다음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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