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자료 :: 강좌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협력의 진화론] 7월3일 첫강의 후기

상빙 2015.07.09 04:30 조회 수 : 680


 

 

지난 주 금요일 <협력의 진화론>이 개강했습니다! (우와! 와우! 오 예!)

 

인문학 연구 공동체인 줄로만 알았던 수유너머n에서 무려 진화론 강의를 하다니?!

물론 수유너머n이 표방하는 바가 제도화된 공부를 넘어서는

횡단적인 공부가 몸에 밴 공동체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그리고 몇 년 전 생물학 세미나가 굉장히 흥행했었고,

여전히 물리학 세미나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의아했던 것도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요 ^^

 

또한 다른 한편으로 의아했던 건 진화론이라는 단어 앞에 붙은 협력이라는 수식어였습니다. 진화론이란 경쟁이란 것을 바로 그 제1원칙으로 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환경에 적합한 유전인자를 지닌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와 경쟁해 누구는 살아남지 못하고 누구는 살아남는 것이 진화이지 않았던가요? 그러나 이 의아함은 금세 풀릴 수 있었습니다.

 

협력이란 상대방 집단(외집단)과 경쟁하는 내집단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하면 말이 참 쉽게 될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내집단-외집단의 구분은 사회적 배제를 통해 동일성을 유지하려 하는 근대적 삶의 일상적인 문화 형식, 구조적인 인식의 틀 같은 것 인줄로만 알았는데, 진화론생물학에서도 이런 점을 다룬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인류라는 내집단에게 위협을 가하는 뱀이라는 외집단에 대한 배제적 인식이 100만년동안의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 각인된 불안과 공포가 유전적으로 전수된다고 설명하는 것이었을까요? 뱀에 대한 어떤 인식은 분명 인식일 뿐이지만, 그것은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은 분명 생명의 본능 전체에 관한 부분이며, 그것이 각인되는 무의식은 정신의 과학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두 측면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그것이 인류집단의 100만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무의식의 차원에서 전수되어 왔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됩니다만, 그것과 유전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니 연결고리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궁금증만 더해지는군요.. ㅠㅠ

 

이런 궁금증은 이날 강의의 주제였던 포괄적 적합성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었습니다. 포괄적 적합성 이론이 내 유전자와 많이 닮은 유전자를 지닌 개체일수록 더 이타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유전자의 본능을 설명한 이론이라고 했을 때, 상대방의 유전자를 파악하는 그 인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가 궁금했었습니다. (이에 선생님께 질문도 하곤 했었읍죠.)

 

저는 처음엔 뭐 무슨 <드래곤볼>에서 베지터가 상대방의 전투력을 한눈에 스캔해서 파악할 때 쓰고 있던 스카우터같은 것이 유전자에 있나 싶었어요 ㅋㅋㅋ

아무튼 이런 질문에 대해 우리의 만세 선생님께서는 그 점이 포괄적 적합성 이론이 설명해 내지 못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씀해 주셔서 저의 궁금증이 근거 없는 공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 받을 수 있어 좋았었어요 ㅋㅋㅋ

 

때문에 수업 후반부에는 이런 포괄적 적합성 이론에 대해 도전하려 하는 사람들의 이론을 다루었지요. 이 도전자들은 포괄적 적합성 이론을 빠져나가는 반례를 들기도 하고, 그 이론적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하는 논쟁이 재밌었어요. 역시 구경은 싸움구경이 제맛이었던 거죠 ㅋㅋ

 

생물학이란 게 실증실험 위주의 관찰기록발견의 학문일 것이다 라는 것이 기존의 저의 인식이었다면, 이들의 논쟁에서 (모든 논쟁에서 발견할 수 있듯) 역시 관점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의 내용을 꼼꼼이 요약하지는 못했고 쓰다보니 그냥저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대기만 했네요. 아이쿠 부끄러워라

 

덧붙여 기존의 지배적인 이론의 지반 설명그 이론의 꼼꼼하고 명쾌한 강의반론 및 논쟁의 소개와 같이 진행되는 강의의 전체적인 틀이 정말 입문자 라거나 혹은 다른 전공 사람들 이라거나, 예전에 생물학 세미나를 했었던 사람이라거나, 여전히 생물학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거나, 머리 식히러 온 사람 같은 사람이라거나, 교양 강의 듣는 느낌으로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 같은 사람이라거나 뭐 그런 사람들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아주 적합한 형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돌아오는 금요일의 강의가 또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6 예술이론의 이데올로기_ 제2강 루카치: 위대한 총체성과 가망없는 낙관주의에 대하여 [1] file 공릉너머 2017.07.27 262
245 논어 3강 후기 [1] 아이다호 2017.07.27 121
244 [루신에 다가가는 6개의 단어] 세 번째 시간 공지 & 후기 file 고헤미 2017.07.26 272
243 위안부 '다른 시선들'2강후기_Reformulation, recontextualization, reconstruction [2] 노은정 2017.07.24 153
242 영화만들기 워크샵 3주차 후기 [1] 장한길 2017.07.22 128
241 위안부 문제에 던지는 ‘다른’ 질문들 1강 후기 [1] 채원 2017.07.21 131
240 <후기> 이상한 영화 만들기 워크샵. 2강 [1] 남궁건 2017.07.19 124
239 [논어] 두번째 시간 후기 [2] sora 2017.07.18 156
238 (루쉰 강의 1강 후기) 조지아 2017.07.17 174
237 [영화 워크샵_짧고 이상한 영화 만들기] 무허가 후기.. 영화 제작기. [1] hector 2017.07.17 150
236 논어 1강 후기 [1] 유현당 2017.07.13 146
235 [후기] 영화워크숍 제1강 [1] file 누혜 2017.07.11 416
234 예술 이론의 이데올로기_1강 맑스.엥겔스: 팩트인가 리얼인가 (후기) [2] david77 2017.07.09 284
233 니체 짜라투스트라 머리말, 1부- 후기 [8] 한지원 2017.05.18 651
232 [니체 혹은 필로비오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부 발제 [1] 재림 2017.05.12 1718
231 [니체 혹은 필로비오스] 제4강 후기(를 가장한 녹취록) (1) [4] file 김주경 2017.05.09 266
230 플라톤 강좌 [때 늦은 "후기"] Anna Purna 2017.05.07 182
229 니체-차라투스트라느느 이렇게 말했다 1부 발제 file 한창호 2017.04.28 269
228 [니체-발제] 도덕의 계보. 3논문 : 금욕주의적 이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2] 류재숙 2017.04.27 2781
227 [니체 혹은 필로비오스] <도덕의 계보> 제2논문 발제문 file 김주경 2017.04.26 37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