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수줍게 강좌 후기 올립니다.
(자발적으로 올리는 거예요 정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올리는 거 맞겠죠?)
수업시간은 금요일이라 가혹했지만 6강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끝나는 게 무척 아쉬울 정도였어요. 제가 금요일에 일이 없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얼마 없는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웬 공부냐 금요일 수업에 사람은 많이 오냐고 저에게 살짝 빈정거렸지만 사람도 많았고 사람이 많으니 어쩐지 저도 출석에
경쟁적으로 임하게 되었어요. 첫수업 때 7시 15분쯤 가면 앞자리에 앉을 수 있겠지! 했지만 오판이었습니다.
의무 교육을 충실하게 이행했으면서도 역사는 잘 모르고 특별히 관심도 가지지 않아서(그나마 최근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를 읽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큼직큼직한 사건조차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무식자라 수업이 너무 어려우면 어쩌지 걱정했어요. 게다가 첫강부터 "콤그룹"이라는 생소한 용어에 맞닥뜨리는 바람에
집에 돌아가서 XX년 동안 무엇을 했나 심히 자책했고 마지막 강의에서도 갑자기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을 받아 적느라 혼란스러웠지만
당시의 사건들을 자료와 함께 설명해 주셔서 몰랐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또 제가 역사에 대해 배울 때 항상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제가 알고 있는 사건들이 시공간을 벗어나서 그냥 사건 그 자체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수업은 사건에 따른 다양한 원인 관계와 배경들이 함께 움직이는 감각을 주었습니다.
매시간 선생님을 통해서 제가 통합적이고 추상적으로만 알던 파편들의 세밀한 결을 읽을 수 있었고 굉장한 지적 자극이 되었습니다. 절대 사건에 대해 "안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더라구요..
질문들도 많이 나와 지식 슥듭에 급급한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고찰할 수 있어 좋았고, 당시의 인물들과 관련된 홍수수쌤의 삽화들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의미로 뒷풀이가 수업의 철저한 연장이었던 것 같아요. 더 많이 참여할 걸 아쉽습니다.
급하게 쓰느라 횡설수설하네요.. 이런 후기로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강의 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아님, 불금이 기다려지는 한달 반이었지요?
전차가 다니던 시절을 체험했고, 버스가 오라잇 소리치는 차장때문에 달린다는 농담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 내가 살아온 세월이 역사였구나, 역사의 이어짐에 어떤 순간들이었구나
해석을 할 수 있게 해준 명강의였어요. 젊은 학생들보다 오래 이 땅에 산 사람으로의 부끄러움으로
힘들기도 했고, 허나 순풍님의 후기대로 앞으로의 역사지도를 어덯게 그려나갈까
우리 적극적으로 공부해요. 18XX년 뭐라든가 하는 솔제니친 소설말미에
"불의는 우리로 인해 시작되지도 않았고, 우리로 인해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라는 주인공의 독백에서
젊은 날 난 외려 큰 힘을 얻었어요. 그러니 싸워야지요. 그러니 적극적으로 더 싸우면서 살아야지요.
강의 내내 난 눈물이 많아졌어요. 고마왔어요. 울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노년에 이렇게 글썽이다 눈물흘리는
시간을 갖게 해준 후지이 샘과, 같이 열중햇던 학우들께 *캄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