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윤영실 쌤)
영자팔법 연습을 훅 뛰어넘어 부채에 들어갈 글씨를 연습하게 되었네요.
부채 본을 뜨고 천자문에서 각자 고른 네글자, 혹은 여덟글자를 써넣을 칸을
부채살과 부채칸을 계산하여 그리는 지난한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곤, 짜잔~
각자 해서, 행서, 초서, 예서, 전서 중에서 쓰고 싶은 필체를 선택해
이렇게 부채에 써넣을 글씨들을 쓰게 된 것이지요!
7시반에 시작하지만
종이 접고, 부채 본 뜨고, 중국 서예사를 공부하고, 부채 들어갈 글씨 연습하다보니
11시가 다 되어 끝나는 열혈 서예반!
아무래도 먹물에 취하고, 붓의 신기한 놀림에 나도 모르게 끌려서
획이 그려내는 세계에 빠져든 게 아닌가 싶네요.
진나라 시황제의 분서갱유에서 춘추전국시대의 고전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니고
(왜냐면 분서는 유학자들을 탄압하기 위함이었기에..)
손자병법 등 실용서들은 분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전해내려오고 있는데,
죽간, 목간들이 발견되어 대나무 등 나무에 쓰인 글씨들을 볼 수 있었어요.
한나라 광무제가 유교를 국교로 삼아 공자의 묘가 장대해지면서 이에 공적을 세운 을영을 기리는 을영비.
을영비는 서예의 팔분八分을 가장 격조 높게 보여주는 고전으로 평가된다고 하네요.
특히, 중국의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왕희지가 평생 벼슬을 멀리하고, 거위의 걸음을 보고도 서체가 나올만큼
끊임없이 다양한 서체를 연구하여 글을 썼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상, 조촐한 뒤풀이 맥주집에서 반장님으로부터 후기 작성 부탁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쓰겠다 했다가
술자리 약속은 쉬이 잊어먹는 원리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여기저기 쏘댕기느라 엉덩이 붙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틈이 없었던 저의 개인 사정 때문인지
까맣게 잊고 있던 후기를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밤 11시 반이 되어서야 강의실의 불을 끄고 나서는 뜨거운 밤을 보내다!'
월요일 저녁, 날도 무덥고 지칠 수도 있는 시간에, 밤 11시가 넘도록 집에 갈 생각을 안하시던 분들의 열정에
더욱 정신차리고 공부해야겠다는 힘을 얻습니다.
특히 벼루에 먹물이 유난히 많던 최샘은 정말 밤을 지새우기라도 하실 듯한 초집중 상태이셨지요.
초롱초롱 수업에 귀를 기울이시고, 질문에 답으로 호응도 잘하시던 모습들이 선합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여러분 각자가 집중해서 작업하시는 모습을 사진찍어드리겠다던 생각을 까맣게 잊곤 합니다.
그래도 문득 생각나 우선 건진 사진들을 올립니다.
마지막 강의 때는, 각자의 부채작품을 들고 독사진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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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재미난 후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