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자료 :: 강좌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다나 해러웨이  - 곤란함과 함께하기 1강 후기

 

 

지난 1/3 첫 번째 시간에선 이번 강좌에서 다룰 다나 해러웨이의 『Staying with trouble』와 함께 해러웨이의 대표적인 두 선언문인 ‘사이보그 선언’과 ‘반려종 선언’ 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을 분노로 썼다면 반려종 선언은 사랑으로 썼다고 했다는데요, 과연 이 두 개의 선언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이미지 347.png

 

  1. 사이보그 선언

 

사이보그 선언문은 1985년 소셜리스트 리뷰라고 하는 진보적인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80년대는 대처와 레이건의 시대였고 해러웨이는 이 신냉전 시대에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대처할지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서 사이보그 선언문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소셜리스트 리뷰에 게재가 안 될 뻔 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이보그’라는 개념이 많은 논란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테크노사이언스는 군사 기술이 주도해 왔기 때문에 신좌파와 페미니스트들은 테크놀로지에 대해 대척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은 이런 태도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었습니다.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기술, 과학을 불편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생물학은 흔히 여성에겐 본질적으로 수동성이 있다는 식을 결정론을 펼치곤 하지요. 그런 과학들은 자연에 이미 전제된 진리가 있고 우리가 객관적인 방법론을 통해 언젠가 그 비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과학은 자연의 비밀을 푸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 또한 사실 인간의 사회적인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 구성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진리가 아니라고 치부해버릴 순 없습니다. 과학 또한 세상을 굉장히 풍성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다나 해러웨이 33년생이고 2차 세계대전 와중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소련이 1957년 미국에 앞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후에 미국의 교육체제는 테크놀로지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되었습니다. 해러웨이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기술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군산복합체가 주도하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고 합니다. 해러웨이는 테크노사이언스를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시 보자고 말합니다.


 

다나 해러웨이가 말하는 사이보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끈한 철로 만들어진 몸을 가진 로봇이 아닙니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의 접합체입니다. 기계를 이용하는 몸,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몸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여성들에 있어서 과학기술은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반도체는 핵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가 아니었다면 그녀들이 어떻게 집안일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녀들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착취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로 인해 생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것이 접합한 혼종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 언제나 착취당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주인인 것도 아닌 이중적 위치에 있는 존재입니다.

 

사이보그 선언에서의 해러웨이의 기획은 페미니스트 사이보그-되기를 통해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을 갱신하고, 그것을 통해 우주개발경쟁과 냉전, 기술적 인간중심주의로 대표되는 제국주의적 환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지 348.png

 

2. 반려종 선언

 

가장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여성? 노동자? 그들보다 더 억압받는 존재는 동물이 아닐까요? 그런데 인간은 동물에게도 위계를 설정합니다. 들뢰즈는 천 개의 고원에서 동물-되기를 이야기하면서, 되기의 대상이 되는 동물은 적어도 ‘백경’에 나오는 고래 정도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개는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천한 존재였던 것이지요. 반려종은 기존 철학적 관점에 있어서는 경멸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개’, 그것도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반려견에게 주목합니다. 그녀는 늘 우리 곁에 있는 일상의 존재들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반려종은 같이 사는 존재입니다. 반려(companion)의 라틴어어원은 쿰 파니스(cum panis)로 빵을 함께 나눈다는 말입니다. 반려종은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을 칭하기도 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은 90%의 이상은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물학자 마글라스는 루이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인류’만이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게 아니라, 그와 함께 수 많은 지구의 미생물이 함께 달에 간 것이고 그로 인해 달의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생명의 다양성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것들은 수평적인 것으로, 감염에 의해 서로에게 전달됩니다. 해러웨이가 말하는 감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정보과학에서 말하는 명령의 일방적인 하달과 수령의 피드백이 아닌, 양방향에서 서로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이미지 346.png

 

3. Staying with trouble

 

실뜨기 혹은 SF(String Figure)


 

해러웨이가 대결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을 신비화시키는 시선입니다. 자연을 그런 식으로 보는 것은 매우 투시법적인 시선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평이 아니라 다른 지평, 신적인 시선에서 굽어보는 것입니다. 한편 에코 페미니스트나 급진적 생태주의자들은 자연을 Mother nature로 파악합니다. 다나 해러웨이는 이러한 초월적인 시선에 반대하여 자연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길 요구합니다.

 

그 시각은 투시법적인 시각이 아니라 회절하는 시각입니다. 어떤 판이 빛을 반사할 때 그 뒤의 공간은 완전한 어둠이 아니라 희미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질 주변으로 일부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회절 렌즈로 보면 빛이 간섭해서 얼룩으로 보이게 됩니다. 해러웨이는 회절적인 시각을 이야기하며 ‘실뜨기’ 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이 실뜨기는 반려종들이 함께 하는 게임입니다.


 

"실뜨기 게임을 하는 것은 패턴을 주고 받기이고, 실을 떨어뜨리고 실패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유효하게 작동하는무엇을 발견하는 것이고, 문제가 되는 연결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땅 위에서 지구에서의 유한한 번창을 만들어 가기 위해 손에 손을 포개고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고, 접합 부위에 접합 부위를 이어가는 속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이전에는 거기에 없었던 중요하고 아마도 아름답기까지 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실뜨기는 받고 전해주기 위해 가만히 있기가 필요하다. 실뜨기는 주고받기의 리듬이 유지되는 한, 모든 종류의 수족으로, 다수에 의해 플레이 될 수 있다. 학문과 정치도 역시 그것을 닮았다.  열정과 행동, 가만히 있기와 움직이기, 고정시키기와 시작하기를 요구하는 꼬임과 뒤얽힘 속에서 전달하기.”

 

실뜨기는 문제가 되는 연결을 받는 것, 그것을 또 전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선 누구도 전적으로 대상이 되거나 누구도 전적으로 주체가 되지 않습니다. 투시법적인 시선이 아니라 실뜨기를 통해 상관적인 관계를 통해 사실들을 본다면 과학적인 사실들조차도 다른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반려종은 지금까지 우리와 같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함께 살 존재입니다. 때문에 이건 구체적인 문제여야 합니다. 피죤블로그(PigeonBlog)는 일종의 예술액티비즘 프로그램으로 반려종과의 실뜨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만든 한 예입니다. 이것은 비둘기에게 장치를 달아 대기오염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PETA라는 단체로부터 동물학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실험에서 문제되는 것은 이게 동물학대냐/아니냐 하는 이분법적인 판결이 아니라, 비둘기가 맨 백팩이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노동 시간은 적정한지 하는 문제겠죠. 추상적인 대문자 동물권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피죤블로그가 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인간(착취자)-비둘기(착취당하는 자연/동물)의 관계만을 보려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일반화입니다. 여기엔 귀소본능이라는 능력을 통해 인간을 애호가로 만든 비둘기와 그에 매료되어 비둘기를 유능한 경주 선수 또는 오염 측정자로 만든 인간 사이의 관계가 누락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문제는 일반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씨름하면서 부분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습니다. 실뜨기는 낭만적인 것이 아니고, 전면적인 해결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인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동물과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면적인 회복이란 폭력, 대량학살을 수반한 혁명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희생과 수 많은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부분적인 회복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들을 얼마나 많이 해 나가느냐가 현실적으로 우리가 사는 곳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 혁명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그토록 많은 희생을 낳고서도 맑스의 이론은 틀린 게 없고 스탈린의 실패였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러웨이는 그런 식의 시선이 투시법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이론 자체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런 결과를 낳게 된 조건 자체입니다. 하나의 시선을 절대적인 것으로 놓고, 약자의 시선이 다시 투시법적인 시선으로 전복될 때 결국 똑같은 폭력을 야기할 뿐입니다. 어떻게 투시가 아니라 회절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동물권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게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근본주의로 갈 때 그것은 낙태 반대론과 똑같게 됩니다.  해러웨이가 말하는 트러블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옳다/그르다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할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일상에서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음 2강에선 '촉수처럼 사고하기'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 
 

 


2강 공지

수강 인원이 많아 2주차 부터 강의 장소가 1층 카페로 변경되었으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그리고 이번 주는 끝나고 뒤풀이를 할 예정이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참석 부탁드려요~

그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6 [차라투스트라] 4강 발제: 4-1,4-2 황정 2021.07.30 63
485 [세이렌을 듣는 밤] 2강 후기 [1] hanaka 2021.07.29 31
484 [세이렌을 듣는 밤] 3강 후기 [1] 오레오오즈 2021.07.28 855
483 [스피노자의 탈근대주의] 4강 후기 선우 2021.07.27 67
482 [차라투스트라4강] 토론주제: 7.30(금) [1] oracle 2021.07.26 98
481 [차라투스트라3강] 후기 [1] ksj 2021.07.26 75
480 [차라투스투라 시즌2] 3강 ②위대한 동경 ~ 춤 노래 2 라라 2021.07.23 149
479 [차라투스트라 강독] 영원회귀 발제 박찬유 2021.07.23 234
478 [스피노자의 탈근대주의] 3강 후기 선우 2021.07.23 95
477 [차라투스트라 3강] 발제_7개의 봉인 아름 2021.07.23 77
476 [차라투스트라 시즌2] 2강 후기 [2] Chloe 2021.07.22 89
475 [천개의 유물론] 3강 후기 지수지구 2021.07.21 87
474 [차라투스트라3강] 토론주제: 7.23(금) [1] oracle 2021.07.20 102
473 [천개의 유물론] 2강 후기. 지수지구 2021.07.16 69
472 [차라투스트라 시즌 2] 귀향 - 중력의 정령 발제 hongmin 2021.07.16 97
471 [차라투스트라 2강 ]발제_낡은 새로운 서판 16-30 드넓은 2021.07.16 68
470 차라투스트라와 영원회귀 1강 후기 hongmin 2021.07.13 87
469 시워크숍::세이렌을 듣는 밤 1강 후기 하얀 2021.07.13 55
468 [차라투스트라2강] 토론주제: 7.16(금) [2] oracle 2021.07.13 109
467 [차라투스트라1강] 발제_1)방랑자_2)환영과수수께끼 file 해돌 2021.07.09 219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