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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에 던지는 '다른' 질문들] 5강 후기

고구마 2017.08.14 12:59 조회 수 : 218

“전후 전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선인 위안부가 어떤 일본 병사의 아내가 되었다는 일이 화제가 되었다고도 한다. 후루야마에게 위안부였던 여성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궁금한 대상이었던 것이다.”(강의록 14p)

 

80년대에 한국에서 나온 위안부 관련 소설 중, 일본 병사였던 사람이 한국으로 와 조선인 위안부였던 사람을 찾고 수소문 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에서 일본군‘위안부’였던 여성은 자신이 일본군‘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고 있었을 뿐아니라, 어떤 일본 사람이 전지에 있었던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몸서리치며 만나기 싫고, 일본사람이 찾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부인한다.(읽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성폭력 가해자가 성폭력 피해자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오름...) 가해와 폭력의 경험이 ‘노스텔지어’로 미화되어버릴 때가 있다.

 

나는 고바야시 마사루가 생각났다.

전후 조선태생의 일본 작가들이 ‘그리운 내고향’으로서의 ‘조선’을 소설로 그려내거나 이야기한다. 고바야시 마사루는 그들을 비판하며 “그리워해서는 안된다(懐かしいと言ってはならぬ)”고 말한다. 일본어 ‘나츠카시이(懐かしい)’라는 말은 한국어로 ‘그리운’이라고 자주 번역된다. 일본어 어원 사전을 찾아보면 ‘나츠카시이(懐かしい)’는 ‘나레시타시무(熟れ親しむ): (몸에) 익어 친숙하다’라는 의미의 ‘나츠쿠(懐く)’가 형용사화 된 말이라고 한다. 어원을 통해서 보면 한국어에서 ‘(그림을)그리다’의 어원을 가진 ‘그리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일본어의 ‘나츠카시이’는 좀 더 ‘몸’에 달라붙어 있는 감정이고 좀 더 일상생활 속에 내면화 된 감정이다. 귀환한 일본인이 ‘나츠카시이 조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말로 번역되는 것처럼 ‘(어린시절을 보냈던) 그리운 조선’과는 다른 것이다. 식민자의 몸으로서 피식민지 조선에서 익숙하고 친숙했던 것을 원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 온 일본인 식민자가 다시 ‘(조선의) 식민자로서의 몸과 감정’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츠카시이’라고 말하는 것을 거절했던 것은 과거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지금-이곳’에서 단절하는 정치적 결단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는 예비역이 군대얘기하는 걸 포함해서ㅋㅋㅋ) 일본 군인이었던 작가가 내보이고 있는 ‘향수’, ‘회고’가 무엇에 대한 ‘향수’와 ‘회고’인 것인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비평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계속되고 반복되는 전쟁 기억의 소설화를 통해 무엇이 기념되고 무엇이 삭제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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