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부분의 미팅도 줌으로 진행한다. 보통 때 같으면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인사하고 명함도 주고받는 시간이었겠지만, JPG로 변환한 명함을 전달하고 화면으로 첫인사를 나눈다.
강연 참가를 매번 계획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는데, ‘줌’ 강연이 있어 함께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이다. 카메라와 오디오 기능을 끈 상태에서 이어폰을 꽂고 강아지 간식도 주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강연을 듣는다.
실체가 사라진 가상 현실에 사는 느낌이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혼란, 불안함, 막막함, 우울감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니체를 만난 건 행운이다. 혼자 읽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발제도 아니고 강연도 아닌 후기를 붙들고 고민하자니 웃음이 나온다.
*매주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자료를 정리해 주시는 류재숙 선생님께 존경과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7일을 앓고 깨어난 차라투스트라는 소멸과 생성, 위대함과 왜소함, 최선과 최악이 서로의 다리가 되어 춤추며 영원회귀 하게 하는 재료임을 이야기한다. 가벼움을 위한 무거움, 창조적 재료로서의 악, 웃음 속의 악, 긍정 속 부정, 영원회귀는 모든 부정과 긍정을 함께 모아 숙성시켜야지만 가능하다고 하니, 나 같은 인간은 엄두도 못 낼 단계다. 오히려 신을 그냥 살려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영원회귀하기 위해 부정적인 것도 필요하다는 말은 다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2년여에 가까운 고통의 시간이 영원회귀의 시간으로 변할 거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과연 영원회귀란 게 가능할까? 역겨움을 극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악취를 향기로 바꾸는 건?
철학은 삶의 명령어이며 삶의 언어라고 한다. 코로나가 점령한 불안의 시대가 지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을 되찾을 거라고 기대한다. 되찾은 그 일상은 이전 일상과 같을까? 코로나 이전에 소멸하는 것들, 다시 태어나는 것들에 관해 생각해본다. 과거의 부정을 긍정으로 극복한다면 일상은 과거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우리의 일상이 더 좋아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안다.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는 것보다 더 큰 부정으로 팽창하기 쉬운 세상이니까.
그런데도 니체와 함께 춤추고 싶다.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다시 피어난다. 존재의 세월은 영원히 흘러간다.” <치유되는 자> 383쪽
돌아오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관해 생각한다. ‘자신’이 아닌, 흙으로 풀로 또는 공기로 바람으로 회귀한 것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영원회귀는 존재의 방점이라기보다, 멸종을 막는 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닐까? 역겨움이 아닌, 생성에 방점. 니체식 존재의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고 영원히 계속해서 굴러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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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진샘의 글에서, 2가지 단상이 떠오릅니다. ㅎㅎ
저는 [차라투스트라] 강의를 하고 있는 류재숙입니다. ^.^
1. 코로나라는 이름의 '영원회귀의 바퀴'
코로나가 우리의 삶에서 영원회귀의 바퀴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삶에서도, 코로나의 바퀴를 거치면서 소멸하는 것과 살아남는 것(증폭하는 것)이 선별되고 있지요.
오프라인 관계를 기본적인 스킨십으로 간주하던 나의 취향은 점점 소멸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반대로 '온라인 스킨십'에 대한 감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온라인은 스킨십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스킨십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온라인의 차이를 단지 어쩔 수 없는 수용이 아니라, 차이를 긍정하는 스킨십의 기술은 무엇일까?
이런 방식으로 퍼스펙티브의 전환이 이동중입니다. 여기서도 코로나의 바퀴는
부정적 의지와 반동적인 힘을 날려버리고, 긍정의 의지와 능동의 힘만이 되돌아오게 합니다.
물론 여기서 전제되는 것은 '영원회귀를 현행화시키는 것은 힘에의 의지'라는 사실입니다!
2. 돌아오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 '나의 문어선생님'
'돌아오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문어가 문어로서 계속해서 되돌아온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얼마나 견디기 힘들까요?
새끼문어로, 청소물고기와 상어의 살로, 바다의 부유물로, 그리고 크레이그의 삶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문어가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새끼문어의 잉태/부화/출산에 이어 다시 바다의 일부로 되돌아가는, 개체적 삶이
해체되면서 진행되는, 이 거대한 과정이 생명의 아름다움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것은 되돌아오지만, 차이나는 방식으로만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