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104에 처음 참여하는 새내기로서 첫 수업의 후기를 올립니다.
다른 강좌의 후기를 읽어보니 거의 논문 수준이어서 상당히 의기소침해졌지만 그래도 저 나름대로의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선 저는 아주 오랜만에 학생으로 교실에 앉아 강의를 듣는 일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만 접했던 강대진 선생님께 직접 <신곡>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기뻤습니다.
강좌의 첫 시간에 우리는 벌써 중요한 두 개의 주제와 맞닥뜨린 것 같습니다. 첫째, 저승을 체험해야만 삶에 대한 온전한 인식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신곡>의 토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 죽음의 체험을 단테가 희극이라고 하는 연극적 구성을 통해 구현했다는 것도 새삼 놀라운 발견입니다. 관객이 아닌 배우로서, 가상의 인물 안으로 들어가 그 인물을 살아내는 체험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그 어떤 철학적 담론보다 직접적인 체험의 진술이자 우리를 그 무대 내부로 끌어들이는 예술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두번째로는, 연옥의 마지막 층에서 죄를 모두 씻은 후 단테가 지상 낙원으로 들어가는 지점입니다. 오만-질시-분노-태만-탐욕-식탐-애욕의 죄를 씻는 일곱 층의 과정도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지옥에서 빠져나오고도 그 일곱 층을 지나는 일이 남아 있다니... 나라면 베르길리우스와 영원히 연옥을 떠돌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오고갑니다. 그렇게 심란해 하고 있는데 다시 선생님의 어떤 말이 둔기처럼 가슴을 칩니다. 그 마지막 층은 내 마음이 움직일 때 끝나는 것이라는 말. 세상에... 연옥의 끝도 내 마음에 달려 있었던 거로군요. 14세기의 단테 속에 이미 현대의 수많은 치유 담론들의 단초가 들어 있었네요. 앞으로 차분히, 열심히 <신곡>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을 잘 모아보고 싶습니다.
내일이면 두번째 강의네요. 기대되고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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