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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글자들은 정확하게 기록하지만, 그걸 위해 말에 실렸던 색조와 뉘앙스를

그 어조를 타고 왔던 감응들을 지워버립니다.

기록된 사실들, 실증성을 갖춘 증언들은 이처럼 표백된 사실들의 집합이지요.

사실 법적 관념에서 기어나온,

사실성과 정확성, 타당성에 대한 요청은

표백되며 가장 중요한 것이 망실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방해물로 만들어버립니다.

문학적 허구가 사실이나 진리라는 것들보다 더 진실할 수 있다면

그렇게 사실로부터 지워지고 추방당한 진실들의 조각들, 보이지 않는 입자와 파동들을 모아

모호하기 그지 없는 구름들로 응결시켜

표백된 사실을 다투는 슬픈 논란의 장 속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피부를 적시는 비구름이 되어,

그 구름 속에서 살아나는 어떤 형상의 인물들로, 감응들로 부활하게 하는 것일 겁니다.

저는 부활된 것의 진실성을 믿습니다.

진리는 사라질 수 있어도 그 진실성은 사라질 수 없음을 믿습니다.

물론 모든 문학이 그런 것은 아니라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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