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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문학] 5강 후기

violet 2019.02.11 02:51 조회 수 : 87

바깥의 문학 5강 <감응의 글쓰기와 문학의 미-래> 후기

 

유령처럼 떠돌다가 어느새 도처에 흘러넘치고 있는 ‘어펙트’를 드디어 우리도 문학을 통해 만나게 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이광수의 <무정>을 통해서 근대를 먼저 만나야 합니다. 근대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감정의 공동체-큰 것과의 일치를 성립하는 과정에서 문학이 매개 역할을 했으며, 우리는 그것을 <무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의 내내 <무정>의 유령은 떠돌고 있습니다. 또 만납니다.

 

어팩트, 감응이란 무엇인가요.

훌륭하신 최진석 선생님께서 보석 같은 강의록을 통해 일상의 예시를 비롯하여, 영화 속의 감응, 철학자들이 언어 속의 감응 등을 충분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성의 시대인 근대에는 죄악시하고 억압했던 감성이 때로 동정, 연민의 이름으로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응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타인과 사건에서 촉발되는 감정의 연속체, 인지 이전에 작동하는 신체적 감각의 발현이 바로 어팩트, 감응이기 때문입니다. ‘느낌적 느낌’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감응적 관계란 작동하고 있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그 관계를 통해서 흔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응의 공동체란 가능한 것인가요, 문학을 통해서 모색해 봅니다.

최진석 선생님께서 작가란 나를 대신해서 나의 바깥을 보아 주는 사람, 체험할 수 없는 바깥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첫 번째 모색은 최진영 작가의 <하룻밤>입니다. 익명의 별 일 없는 청년들이 하룻밤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서히 그들만의 이름부르기가 시작되고, 그것은 알 수 없는 공-동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야기를 맺습니다.

문득,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 속의 주인공들이 파편화된 채 이름부르기가 없는 관계로 헤어지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방으로, 거리로 흩어져 사라져 버립니다. 아직 감응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두 번째는 김애란 작가의 <입동>입니다. 불의의 사고을 아이를 잃은 부부가 아이에 대한 진정한 애도의 행위 속에서 협동의 공동체, 감응의 연대가 위태롭게나마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정과 연민을 전제한 공감은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공감 너머의 공감이 어떤 계기로 일상에서 와 닿게 될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강의록에 인용해주신 김애란 작가의 문장들이 인상적으로 기억되면서, 문학을 통해서 감응의 연대가 이렇게 형성이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윤이형 작가의 <대니>는 노인과 기계의 조합, 낯선 관계 맺음을 통해 감응의 공동체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감응의 자유, 모든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감응의 가능성, 문학이 이끌어내는 멋진 상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현실이 될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서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자유롭고, 거침없는 감응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공감의 미래, 문학의 미래는 있나요

문학은 이름 없는 자들이 공동체를 낯선 방식으로 상상하면서 공감 너머의 공감을 창조해야 합니다. 감응의 공동성을 공유하게 하면서 다음 독서로 이끌어 갈 힘을 가진다면 문학의 미래는 있습니다. 수렴되지 않는 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호응하는 공동체,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어야 가능한 공동체를 문학을 통해 모색한다면 문학의 미래도, 공감의 미래도 가능합니다.

 

최진석 선생님의 강의를 기억 닿는 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정>은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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