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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소송』의 완결로 읽힌다면 “카프카 읽기의 다양한 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

 ―『소송』을 처음 읽었을 때,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칼을 주고받는 두 사람 뒤로 굽어보며 웃고 있는 법이 보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때문에 첫 심문 장소, K와 예심판사와 관중(법원 직원일 수도 있는), 세탁부가 있는 그곳에서도 법이 내려다보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법의 손바닥 위에 있고, 법이 K의 말을 듣고 있으며, 법의 결정으로 K가 처형당하는 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법이 텅 빈 형식으로 주어지고, 심문 장소를 채우는 것이 욕망이라 한다면, 다시 말해 내려다보는 법이 없다면, 「종말」도 마찬가지로 굽어보는 법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K의 운명을 결정짓는 초월자로서의 법은 애초에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상상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종말」의 이름과 위치가 불러일으키는 것 아닐까 합니다. K의 삶의 완결…

 ―그렇다면 다른 상상이 필요할 듯합니다. 「어떤 꿈」처럼 그것은 K의 꿈일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한다면 K를 엄습하는 불안의 형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싸움에서 언제든 패배할 수 있고, 패배는 죽음과 직결된다는 불안. 그러면서 K의 죽음이 언제든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합니다. 재판을 거부하고, 변호사의 변호를 거부하고, ‘판결 지연’을 알게 됨으로써 활용하려는 K의 삶이 아무 위협 없이 계속되겠지 하는 예상을―또는 예감을―단번에 뒤엎으면서 말입니다.

 ―(또한 K가 불멸의 영웅이 아님을, 최고법원에 도달하여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한 영웅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불안의 형상은 K 주위를 맴돕니다. 법을 호위하는, 더 이상 균열을 참지 못하는 이들에게 붙잡혀 이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밀려들 치욕을 예감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치욕의 예감이 지금과 같은 ‘종말’을 지연시키고, 무사안일을 뒤흔들며, 수많은 출구를 열면서 최소한 그들의 시선이라도 따돌리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불안이 두렵지는 않지만, 패배의 치욕이 개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말」을 소설의 종말(완결)이 아닌 K에게 가능한 종말(죽음)로 읽으면 어떠할지 생각해봅니다. 그 종말을 우회할 때 무한한 길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K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무한한 길 앞에서 멈추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또다른 출구를 닫는 방식의 읽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아래 개구멍이라도 남겨둘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촉발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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