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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혜

미라샘~ 이런 멋진 후기를 써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감동감동)

첫 강의라 부담도 되고 긴장도 했는데 잘 들으셨다니 매우 매우 기뻐요^^

더불어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질문을 남겨두셔서 틈틈이 고민을 좀 했습니다요.

그렇다고 명쾌한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짧은 지식과 생각으로 풀어보자면...

 

우선 존재한다는 사실이 존재자들의 평등의 근거라고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난점...에 대한 것인데요.

사실 평등의 근거를 자연상태에서의 동등함...에서 찾는 건 새삼스러우리만치 식상한 것 같고,

가장 난점이라 여겨지는 건 역시 생명과 비생명 간의 동등한 관계...일텐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먼저, 생명의 정의가 생각보다 불분명하더라고요.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동어반복을 하거나

생물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하는데...(이건 생식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선에서 크게 2가지 정도 말씀드리면,

하나는 분자생물학의 관점인데요, 사실 저는 분자생물학을 잘 모릅니다-_-

다만 분자생물학이 분자 수준에서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을 때,

그 분자라는 건 결국 탄소, 수소, 질소, 산소 같은 거잖아요? 주기율표상의 그 기호들.

결국 분자 수준까지 쪼개보면 반도체든 DNA든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데서는 동일하다는 거죠.

유명한 예가 바이러스인데, 바이러스는 숙주에 붙으면 생식을 하는 생명체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생식을 하지 않는(핵과 세포질이 없는) 결정(상태)일 뿐이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생명이든 비-생명이든 구성물질은 같다, 따라서 생명과 비-생명을 애써 구분할 필요가 없다...

정도가 되려나요? 물론 분자에서 유기물 사이 그 어드메를 딱 잘라서

'여기서부터는 생명이다'라고 정의를 해버리면 생기론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명의 특이성을 고민해야 하겠지요(사실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역시 해러웨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역시 해러웨이도 잘은 모르지만(;) 그녀가 말하는 상황적 지식 또는 맥락이라는 것은

나와 비-생명 권리주체가 어떤 형태로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것이 휴대폰이든 로봇청소기든 아마존이든 에스트로겐이든,

인간은 무구하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으며 세계에 대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반대로 말하면 휴대폰과 로봇청소기, 아마존, 에스트로겐의 권리를 뜻하는 것일지도요.

실은 저는 권리란 용어의 자리에 존중, 존엄, 배려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신체의 확장이란 것이 단순히 인간중심주의의 확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다음으로, 로봇만의 고유성으로 동물, 식물과는 달리 인간이 로봇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요.

질문의 의도가 윤리적인 측면이라면,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시니컬하게 말하면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혹은 부모가 자식을 낳았을 때 그들이 의무 말고 어떤 권리를 주는가ㅋㅋ

설령 어떤 권리가 주어진다고 할 때조차 그것을 신이나 부모가 부여한 것인가.

오래된 영화지만 A.I.에는 인간이 로봇을 더 이상 사랑하게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 나오죠.

로봇공학자는 위와 같은 대답을 하면서 로봇에게 인간을 사랑하도록 감정을 주입하지만 주인공 로봇은 곧 인간에게 버려집니다...

그렇다고 장난감도 로봇도 아무렇게나 버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요(영화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강의 때도 말씀드렸지만 인간이 로봇개발을 함에 있어서

과거에는 인간중심의 로봇의 3원칙만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로봇 권리장전이나 윤리헌장과 같은 로봇중심의 윤리규정이 만들어지고 있죠.

이러한 흐름도 샘이 말씀하신 로봇의 고유한 특이성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해요.

아쉬운 건 아직은, 여전히, 로봇의 3원칙이란 대전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만요.

인격이 부여되더라도 인간에게 종속된다든지, 인류에게 유익해야 한다든지, 감정이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든지...

감정이 없다는 것과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의 거리를 좁히기가 참 어려운가 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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