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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니_곽태경


  “너 페미냐?” 요즘 온라인 상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하거나 여성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주장했다가는 무차별적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아무리 주장의 근거를 진지하게 논해도 “군대나 가라”는 말로 무마되기 일쑤다.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 여성에 대한 특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피로감 때문인지 여성들도 공개적으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하지 않는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다수의 여성들도 페미니즘이 갖는 부정적 어감에 공감한다. 심지어 현재 상황에 만족하기 때문에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한국은 성평등이 충족된 사회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정책이 특혜라고 하기에는, ‘강한 여풍’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OECD 꼴찌이고,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5%가 되지 않는다. 여성 국회의원은 19% 수준이고, OECD 성별 임금격차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정권, 재산권과 같은 구조적 불평등이 개선되었고, 채용 할당제 등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의 실현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것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유효한 단어가 돼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남성과 여성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에세이 ‘3기니’에서 전쟁과 가부장제는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전쟁의 원인이 된 제국주의, 파시즘 등은 타인에 대한 우월감, 타인의 배제라는 점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이 전쟁 종식을 위해 싸우는 것은 여성이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3기니’ 말미에 “귀하와 저희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한 명 한 명 정의와 평등과 자유라는 대원칙에 따라 존중받을 권리”를 천명하는 것”이라고 썼다.

  한국 사회의 남성들에게 전쟁은 잠재적인 것이 되었지만, 자유와 평등을 위한  남녀의 목적이 같다는 울프의 주장은 여전히 시사점이 있다. 한국사회는 남녀를 막론하고 ‘능력주의’의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이므로 당연하다는 주장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의 질이 좌우되고, 이는 대학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재능과 노력이라는 것도 사교육의 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공정한 기회, 공정한 경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평등하고 자유로운 경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의 재력과 개인의 재능이라는 특권을 고려하지 않는 자본주의 체제는 경쟁을 더욱 부추겨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능력주의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에 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 남성 역시 여성과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여성들의 ‘페미질’에 3기니를 보태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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