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반복해서 읽고, 여기저기 찾아보며 읽어야
대충이나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
무지하다기보다는 반대로 과지한 습성을 가진 넘이,
서예를 하면서 듣는 데 머물러 있다보니
그저 들었다는 기억만 남겨두고 모두 잊기로 했다는, 취생몽사의 영혼이 된 지라
후기를 쓰긴 써야겠는데, 술과 함께 흘러가버린 기억들을 다시 불러모을 수도 없고....
하여, 시란 마음을 바꿔치는자라는 문자와 처음에 들었던 노숙자란 시가 생각나
노숙자에 대해 적었던 걸 다시 꺼내 고치곤
취생몽사, 쪽팔림도 기억과 함께 흘려보낸 뒤, 옮겨적습니다.
노숙자
잔다는 건
나를 밟고간 시간의 발자국을
눈동자 밑 어둠 속에 차곡차곡 쌓는 것
지하도 되지 못한 어설픈 어둠 속에
등자국이 쌓인다
어리숙한 잠들의 어중간한 계단들
급한 발길질에 채여 아침이 눈을 뜨면
찢어진 등자국 늘어진 발자국
퀼트처럼 꿰맨 작은 배에
다정하게 달라붙은 두 개의 동그라미
희망 삼아 엉덩이자국 새겨 넣으며
꿈에 스며든 살의 검은 잔향을 낚으려
텅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내게 허용된 것은
동전 몇 개만큼의 세계
동전이 던져질 때마다
세상이 오그라든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
엉덩이 아래 작은 그늘마저 조여오는 빛의 포위망
어둠마저 잃어버린 삶의 그림자
멍들로 해진 내 살, 내 소매에
검은 얼룩으로 피신해 있다.
멱살을 조여오는 빛의 고함에 맞서 보겠다고
다시 어둠의 향수를 사러 간다
명계에서 흘러왔으리라, 이 작은 병들
그 몽롱한 액체에 탐닉함은
희미해져가는 어떤 향수를 담아두기 위함이다
멍든 피부에는 취한 잡초가 자라고
얼룩진 소매 속에는
누군가 토한 밤이 잠들어 있다
거친 목탄으로 그려진 그림 한 폭을 보는 느낌의 시네요.
노숙자와 관련된 저의 졸시가 있어 답시로 올립니다.
모른다
-김진완
종로 3가 금은방 뒷골목
남이 먹다 남긴 점심상
먼지바람 등지고 앉아
마른밥 먹는 남자 본다
양철 쟁반 철 수세미 자국
눈이 시어
반눈 뜬 채
우물우물 밥 먹는
저 사내를
나는 안다
구겨 신은 신발에
넘치게 담긴 맨발
까만 때 반질대는
복숭아뼈도
나는 안다
쭈글쭈글한 감자알이
젓가락에서 미끄러지자
저 사내 제 복숭아뼈를 뽑아
우물우물 삼키는 저 이를
나는 아는 것이다
아!라는 감탄과 긍정이 빠져
절뚝대는 생의 이름
복숭뼈!
모른다 모른다 아,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