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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포착한 한 장면만으로, 그 삶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짧은 시구 속에 풍성하고 진한 것들이 와락 몰려왔다.

 

시를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범상치 않은 감각을 장착하고 계신 거라 생각합니다.

 

삶(일상)에서 포착한 한 장면만으로, 그 삶의 모든 것을 가장 잘 말해주는 시를

백석의 시편들 중에서 꼽으라면 저는 팔원을 꼽습니다.

백석에게 마음을 빼앗긴 터라 당연히 강의에 들어있고요^^

 

팔원(八院)

 

- 서행시초(西行詩抄) 3

 

― 백석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 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 주재소장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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