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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살고 있다 싶다가 어느 순간, 시가 시들해질 때가 있습니다.

‘에이, 시 같은 거 이제 떠나보내자’하고, 마음을 놓아버리고 일상을 살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에 매혹된 영혼은 쉽사리 시의 품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허수경의 시 ‘혼자 가는 먼 집’의 한 구절처럼

시는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이 되어버립니다.

시에게 다시 다가가면, 시는 입을 가리며 웃습니다.

킥킥 당신 이쁜 당신....

그러면서요.

 

다시, 연애하고 싶다는 제목을

시와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

다시 시를 쓰고 싶다로

저는 바꿔 읽었습니다.

 

도발적인 아이디!

탄환샘! 시의 명치로 날아가 시를 쓰러트리고 더 세차게 끌어안길 바랍니다.

 

그 밤 참 좋게 읽었습니다.

연상되는 시편은 김광규의 밤눈이었고요.

 

밤 눈

 

김 광 규 (金光圭·1941∼)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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