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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곡점이 시작하는 순간
“마음이 휘어지는 자리마다 시가 태어난다.”
그 말이 참 좋았다. 마음이 어떻게 휘어질까?
그곳에서 어떻게 시가 태어날까?
앞으로 강의 내내 그 질문을 스스로 하고, 찾아야 할 것 같다.
눈을 초롱초롱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면서
마음이 휘어지는 그 자리에서 시가 태어나는 모습을
고요히 지켜봐야할 것 같다.
강의 시간에 추천해 준 『내 사랑』이란 영화도 참 좋았다.
만약 모드 할머니가 불편한 몸이 아닌 정상적인
건강한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붓 하루만 있으면 더 바랄 것 없고,
그림 그리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을까.
인간에게 ‘결핍’이란 부분은 결국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결핍이 찾아 왔을 때, 자신의 삶에 어떻게
유용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의 자극들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데
풍성한 시선을 만나는 순간이다.
처음 첫 재능을 알아봐 준 산드라가 모드 할머니에게 말했듯이,
“당신의 시선이 보고 싶어요.”
이번에 새롭게 만나는 시들을 통해서,
나도 모르는 내 시선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에게 자꾸 주문을 걸지도 모른다.
“나의 새로운 시선이 보고 싶어요.”
젤리님의 담백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인간에게 ‘결핍’이란 부분은 결국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결핍이 찾아 왔을 때, 자신의 삶에 어떻게
유용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는 부딪침이 필요합니다.
젤리님은 매주 제가 소개하는 시편들과 부딪치고 있고,
젤리님의 진솔한 후기를 통해 저와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5강에서 같이 읽어볼 요시노 히로시 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동사 '부딪치다'
- 요시노 히로시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한 명의 여성
일본 최초의 맹인 전화교환원
그 눈은
바깥세상을 흡수하지 못하고
빛을 밝게 반사시키고 있었다
몇 해 전 실명했다는 그 눈은
사회자가 그녀의 출퇴근 모습을 소개했다
'출근 첫날만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고
그 후로는 줄곧
혼자서 출퇴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무를 시작한 지 오늘로 한 달
편도로 거의 한 시간 동안 만원 전철을 타고……'
그리고 물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기 힘드시죠?'
그녀는 대답했다
'네, 힘들긴 힘들지만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걷기 때문에
그럭저럭……'
'부딪치면서…… 말인가요?'라고 말하는 사회자
그녀는 미소 지었다
'부딪치는 것이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 걸요'
눈이 보이는 나는
부딪치지 않고 걷는다
사람이나 물체를
피해야만 하는 장애물로 여기며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는
부딪치며 걷는다
부딪치는 사람이나 사물을
세상이 내민 거친 호의로 여기며
길 위의 쓰레기통이나
볼트가 튀어나온 가드레일과
몸을 난폭하게 치고 지나가는 가방과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조바심 내는 자동차의 경적
그것들은 오히려
그녀를 생생하게 긴장시키는 것
친근한 장애물
존재의 촉감
부딪쳐 오는 모든 것들에
자신을 맞부딪쳐
부싯돌처럼 상쾌하게 불꽃을 일으키면서
걸어가는 그녀
사람과 사물들 사이를
눅눅한 성냥개비처럼
한 번의 불꽃도 일으킴 없이
그냥 빠져나가기만 해온 나
세상을 피하는 것밖에 몰랐던
나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세게 부딪쳐 온 그녀
피할 겨를도 없이
나가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나에게
그녀가 속삭여 주었다
부딪치는 법, 세상을 소유하는 기술을
동사 '부딪치다'가
그곳에 있었다
한 여성의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그녀의 주위에는
모든 물체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짓 한 번에 곧바로 노래를 부를 것처럼
다정한 성가대처럼
젤리님께서 이 시를 낭송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젤리님의 마지막 문장 ‘나의 새로운 시선이 보고 싶어요’에 방점을 찍습니다.
이 문장은 ‘시는 당신의 삶을 겨냥한다’를 모토로 하는 이 강의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저는 젤리님을 비롯해 함께하는 벗님들이 시와의 부딪침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을 발견하게 되길 바랍니다.
강의가 끝날 무렵, 우리네 마음이 휘어져 닿는 접점이 이전보다 증폭 되리란 것을 저는 믿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