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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완의 시 세미나] 1강 후기

재연 2022.04.13 16:38 조회 수 : 151

 

김진완의 시 세미나 4.10 1강 후기

 

 

 

 

“이거 진완샘 챙겨줘야 되는데..”

“이거 진완샘이랑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이거 진완샘 오면 주려고 했는데 까믹어빗다.”

 

진완샘을 알고 지내기 전에는 이름을 먼저 들었다. 수유너머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유미샘이 자주 진완샘을 찾고 언급했다. 혼자 속으로 진완샘이 누구길래 유미샘이 저리도 챙기고 자주 찾을까 궁금했다.  “진완샘이 누구에요?” 나는 궁금하면 일단 들이대보는 성격이다. “아~ 진완샘 몰라요? 나중에 만나면 소개해 줄게요.” 진완이란 이름을 잊고 살았는데, 몇일 뒤 수유너머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재연샘~~ 여기, 여기. 진완샘이야, 이 사람이.” 한 인간의 존재를 말로 설명하기란 어려운 줄 알면서도 물어본 어리석은 나에게 지혜로운 유미샘은 김진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보여주었다. 유미샘이 진완샘을 가리키자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 얼굴이 맑고 눈동자도 맑았다. 멋쩍은 웃음, 환영의 웃음이 섞인 것 같은 얼굴로 인사해주었다. 나도 덩달아 웃으면서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유미샘이 맨날 진완샘을 찾으시길래 누구신지 너~무 궁금했어요. 하하하하” 진완샘이 민망해하고 궁금해하실까봐(뒤에서 어떤 얘기를 했나 궁금했을거다.)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진완샘은 알겠다는 듯한 뉘앙스의 표정을 짓고는 당신이 먹고 있던 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였으면 더 대화를 이어가려고 아주 조금의 노력은 했을 것 같은데 진완샘은 그냥 허허 웃고 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도 좀 민망한 기분인지 미안한 기분인지 멜랑꼴리해져서 그냥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 뒤로 진완샘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더 커졌다. 

 

수유너머에 오며가며 진완샘과 인사정도는 했다. 그는 거의 1층 부엌에 있거나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거나 담배를 피다 하늘을 응시하거나 화단에 있는 식물들을 만지작 거렸다. 그러다 작년인가 우연히 자연학 세미나에서 만났다. 약 3년 정도 수유너머에서 세미나를 띄엄띄엄 참여했는데 진완샘을 강의에서 만난 건 처음이었다.

 

종종 그는 수업이 끝나기 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강사에게 빨리 끝내라는 눈빛을 강하게 발사했다. 진경샘은 수업 중 김진완 이 친구가 자꾸 저번 수업부터 강의를 빨리 끝내라고 신호를 보내서 여기서 말을 마치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지지 않고 뒤풀이에서 하면 될 이야기를 왜 수업 중에 하려고 하느냐며 우리 대신 항의해주었다. 뒤풀이에서 그는 아주 해맑고 누구보다 행동이 빨랐다. 우리가 다 앉기도 전에 술을 얼른 챙겨오거나 맛있는 간식과 안주를 챙겨주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진경샘의 유투브에 올라온 강의를 보다가 ‘기찬 딸’ 시를 읽는 것을 보았다. 시를 잘 모르지만 대강 들어도 좋았다. 밥 먹으며 틀어놓은 터라 자세히 듣진 못했다. 진경샘이 무어라고 그 시를 언급한 이유를 설명해준 것 같았는데, 내가 느낀 것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강의를 중지하고 인터넷에 ‘기찬 딸’을 쳤다. 우리가 이미 첫 시간에 들어 알겠지만, 그 시를 쓴 작가는 김진완이였고, 대중들에게 이미 호응을 얻은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뭐지, 이 사람?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다시 수유너머에서 저녁을 먹을 일이 생겼다. 진완샘이 내 옆인가 옆옆 자리인가에 앉았다. 반가운 마음에 “선생님, 시 쓰세요?” 물었다. 진완샘은 처음 인사한 날의 그 표정으로 허허 웃고는 그렇다고 했다. 유미샘은 진완샘에게 “더 분발해야겠어~ 어찌 여지껏 자기가 시 쓰는 줄도 몰라.” 라고 장난을 걸었다. 나는 또 재빨리 설명했다. “제가 아직 문화꿈돌이라 그래요. 제가 무지해서…” 진완샘은 그저 또 허허 웃었다. 그때 처음 진완샘의 시집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무슨 일인지 진완샘이 2층 독서실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 괜히 친한 척 하고 싶어 “샘, 무슨 공부 하세요?” 하고 물었다. 그는 “그냥 나는 시집 이것 저것 봐요.” 대답했다. 사실 무슨 공부하는지는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곧 속내를 드러냈다. “샘, 저 샘 시집 하나 읽어볼래요. 책 있으면 빌려주세요.” 그는 아니, 사서 읽지 그걸 빌려가냐며 한마디 하시지 않고 진경샘 책장에서 당신의 시집을 꺼내들어 이거 가져가서 읽고 다시 여기에 두라고 했다.

 

집에 가서 시집을 쭉 훑어보았다. 평소 시를 잘 모르기도 하고 가까이 하는 편도 아니다. 가끔 맘에 드는 시가 있으면 메모하거나 다시 들춰보는 시들이 있긴 하지만, 내 돈을 주고 산 시집은 5권도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시집을 편 것이다. 그런데 몇 편 보지도 않았는데 감정 몰입이 금방 되더니 눈물이 흘렀다. 김진완이라는 사람과 대화도 없이 그가 남긴 글로 그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았고 내 마음도 무어라고 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재미난 경험을 하고 나서 또 재미난 일이 생겼다. 하나님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수유너머에서 우리집에 CCTV를 단 것인지, 김진완의 시 세미나가 한달 뒤에 열린다는 포스터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 인생의 첫 시 세미나를 김진완이라는 사람에게 내어주어도 될 것이라 확신했다.

 

시 세미나 서두에서 진완샘은 “공부가 싫다”며 말문을 열었다. 나도 사실 공부가 싫다. 그런데도 무언가의 압박때문인지 정말 나의 궁금증때문인지 어쨋든 관심사에 따라, 필요에 따라 강의를 듣고 공부를 붙잡고 있다. 물론 어쩔 때는 앎이 확장되는 순간들이 있어 즐거울 때도 있지만, 현 제도권 내에서 하는 공부들은 괴로운 것이 팔할 이상인 것 같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정말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진완샘이 ‘시를 배우러 온 미친 제자’라고 했을 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맥상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시의 의도보다 내 감정이 우선인지라 쌩뚱맞게 공감이 되더라.

 

공부할 사람, 공부할 머리는 따로 있다고 절실히 느끼는 와중에 “공부가 싫다”며 솔직하게 말하는 그가 멋져보였다. 그는 강좌 후에 에세이를 쓰라고 해도 안쓴댄다. 그래도 당당한 게 멋있었다. 나는 눈치나 보며 써야되나 말아야되나 쓰잘데기 없는 고민들에 에너지를 소비하곤 하는데,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그가 달라보였다. 그가 가진 자유를 갈망해서 공부를 붙잡는건가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의 첫 세미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었고 유익했다. 무엇보다 그의 설명하기 보다는 보여주는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며, 그 안에서도 진부하지 않아 기대 이상이었다. 다음에는 현장에 가서 그의 힘차고도 따뜻한 낭독 목소리가 주는 기운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나도 후기를 시로 남기겠다. 첫 수업을 듣고 다음 날 산책 중에 발견한 시다. (어떻게 다음 날 이 시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참 신기하다. 분명 하나님이 나를 지켜보고 있거나 수유너머에서 CCTV를 단 것이다. 진완샘은 귀찮아서 그런 일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문 정 희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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