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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정치신학 5강 후기

탁선경 2020.08.19 13:42 조회 수 : 184

5. 바울의 정치신학과 메시아주의

정치신학은 칼슈미트가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정치란 주권을 확립하는 것과 주권자 자신의 의지와 결정을 주권 권력의 가장 핵심으로 보고, 주권자는 법의 외부에 자리하면서 "예외상태를 결정짓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 기독교의 유일신이 자신의 뜻과 의지에 따라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메시아 개념은 영적이고 마냥 기다리는 그렇게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메시아가 아닌, 옛 질서를 중단시키고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게 하는 "낯선"존재의 "사건"과 같은 것이라는데...그럼 바울은 어떤 사람일까. 바울과 정치와 메시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현대 정치철학은 왜 바울에 주목하는 걸까. 바울은 어떤 공동체를 바랐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공동체에 속하기를 원하는 걸까.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은 걸까.

바울의 글은 예수님의 글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영향을 준 안부를 묻는 글들이다. 니체에게 바울은 원한의 종교를 만들어낸 인물로, 키에르케고르에게는 서구의 동일성과 주체성을 해체시키는 극단의 사상가이지만, 현대정치철학자들은 탈근대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인 바울의 논쟁적인 지점에 주목한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전후로 유대사회는 매우 배타적인 민족주의 양상을 띠게 되고 디아스포라 지역으로 점점 활동반경을 넓혀가게 된다. 바울의 문헌에서 유대파는 민족적 전통을 고수하는 유대계 그리스도인을, 헬라파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디아스포라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킨다. 바리새파의 전통적 율법 교육을 받은 바울은 디아스포라 출신으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사도가 된다. 헬라파는 전통적인 율법을 따르는 것보다는 율법의 본질로 돌아가 형식을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는데 이런이유로 유대파와 헬라파의 갈등은 심화된다. 바울은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급진적인 그의 성향때문인지 그에 대한 오해와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스데반의 순교 이후 헬라파는 박해를 받고 결국 추방되어 디아스포라 지역으로 흩어지게 되는데 이때문에 헬라파의 활동은 유대밖으로 확산되고 반대로 예루살렘 공동체는 유대파가 주도하면서 더욱더 민족주의적인 성향은 강화된다.

디아스포라 공동체중 안디옥에서 가장 먼저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가 수립되는데 이곳에서 유대인의 복음을 이방인에게 강요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바울은 강하게 반대하게 되고 결국 그는 안디옥 공동체에서 쫒겨나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바울은 마케도니아와 소아시아, 그리스 지역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예루살렘 공동체의 간섭에서 벗어나 율법과 유대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운 공동체를 세우려한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후원금도 받지 않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누명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바울은 여러 공동체를 다니며 지원함으로써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받고자 노력한다. 끊임없이 바울은 오해와 모함으로 쫒겨나지만 예루살렘 공동체는 그를 돌보지 않는다. 여러 죽을고비를 넘기지만 결국 모함으로 죽는다. 

로마서에서 바울은 

강한자와 약한자 - 엄격한 생활을 유지하는자(약한자)와 율법에 얽매이지 않은자(강한자)로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며 강한자의 견해를 편다. 하지만 고린도 공동체에는 율법에 얽매일 필요 없이 모든것이 다 허용된다고 주장하는 극단적 열광주의자들이 등장한다. 바울은 그들이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공동체의 덕은 모든것이 허용되어 있는 가운데 약자에게 걸림돌이 된다면 스스로 삼가야 한다고 한다.

윤리 -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도덕 규범이 아닌 상황마다 달라지는 방안을 모색하는 윤리를 제시한다. 바울에게 있어 하나님 이외의 절대적인 것은 없고 어떤것도 허용되지만 그것또한 언제나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차이 그리고 카리스마 -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되는 재능, 카리스마는 권력이 되어서는 안되고 그것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

바울은 실천적 예수의 가르침을 교리적이고 내세적인 종교로 바꾸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부분은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어떤 차이들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조금더 공부가 필요한 부분인듯하다.

바울은 로마제국에 대해 저항하기보다는 복종할 것을 주장한다. 국가 권력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바울의 뜻이 그 시대의 문장과 단어의 느낌때문인지 지나치게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고 현실에의 순응을 요구하는 방식이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임박한 종말을 앞둔 시점에서 로마의 공동체가 존속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선택이 중요했을것이고 '악으로 악을 이기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악한 권력에 대해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명백히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멸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무리한 저항은 자멸이다"라는 문장들은 바울의 행보를 알고 이 문장을 본다면 바울이 무조건적 순응을 말하는 방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바울에게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누구나 나약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유대인과 헬라인, 자유인과 노예, 남자와 여자, 저마다의 삶을 규정하는 경계. 

바울은 인간의 경계를 규정하는 것들에 의문을 가지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고 한다. 노예는 노예인 채로, 자유인은 자유인인 채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을 규정하는 것은 더 이상 어떤 신분이나 직업, 혈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울에게 있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세운 모든 권력과 질서, 가치를 의문을 가지고 예수가 추구한 신적 질서와 가치를 실천하는 삶. 교회는 이러한 메시아적 삶을 실천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세속의 경계가 아닌 세속과 분리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세속에 속하지 않는 삶. 기존의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삶. 모든 사람에게 모든 종류의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 아무것도 아닌 삶. 즉 케노시스(kenosis)의 실천을 통해서만 메시아적 삶에 다가설 수 있다. 세상의 모든것들은 사라지니 경계에 연연하지 말것. 경계를 넘어선 삶.

바울을 읽으면서 불교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벌써 일곱강의 중 다섯 강의가 지나가고 오늘 6강이 시작된다. 6강! 근대 국가론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정치신학.

또다시 무섭게 확산되는 코로나19가 심상치 않다. 

"저항하기 보다는 복종할 것. 공동체의 덕은 모든것이 허용되어 있는 가운데 약자에게 걸림돌이 된다면 스스로 삼가는 것"

지금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바울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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