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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재장전] 4강 후기

쿠다 2012.08.05 18:32 조회 수 : 44622

<인권강좌 4강 후기> 20120803 


내가 인권을 처음 만난날


1998년 더운 여름, 연대에 한총련 학생들이 집회를 하다가 경찰들의 봉쇄작전에 몰려 도서관을 점거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몇날 몇일을 도서관에서 점거와 감금의 이중상태로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이때 경찰들이 조기진압을 위해 단전단수까지 가는 사태(정확히 기억이..)까지 나아갔고, 연일 뉴스에 이 사건이 보도되었었지요. 
밀봉 - 이러한 상황에서 밖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가 터져나온것이 ‘물과 빵, 그리고 생리대’를 점거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달하는 요구였습니다. 
조국의 청춘들에게도, 불온한 종북주의자들에게도 당시 생존에 필요했던 것은 물과 빵 그리고 생리대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었죠. 
결국 경찰은 이들을 대량 검거하고, 이들과 함께 싸웠던 나머지 사람들이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도주하자 이들의 ‘생포’를 위해 검거령을 각 대학에 내립니다.  한가로운 방학때 각 대학의 주요 지하철역, 정문앞에는 하얀 운동화가 날렵해 보였던 전투경찰들(당시엔 ‘백골단’)과 사복형사들이 포진을 하면서 불심검문을 하면서 기묘한 긴장과 공포를 자아냈더랬어요. 
학생회나 다른 운동권 학생들조차 이러한 급작스런 상황에 우왕좌왕하고 있을 즈음 한장의 대자보가 각 대학 정문에 붙습니다. 
바로 당시 ‘인권운동사랑방’이 ‘불심검문에 대처하는 법’이라는 안내글이었죠. 아무런 주장도 없고, 비판도 없는 이 한장의 대자보. 이 대자보가 붙으면서 기괴한 공포를 휩쓸던 학교 주변에서도 검문에 반대하는 최소의 저항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그 한장의 대자보는 당시 우리에게도 ‘물과 빵과 생리대’ 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그들이 꾸는 인권세상

내가 인권에 대해 두번째 생각하게 된 것은 김대중 정부가 탄생했을 때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 아래 <의문사진상규명위>도 만들어지면서 인권이 공무의 완장을 차고 등장했을 때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인권적 투쟁들이 인권 의제로 매끈하게 흡수되는 것을 보면서 야릇한 기분이 들었었죠. 국가가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데 갑자기 신상털린 기분이랄까. 봄-여름동안 애써 텃밭을 가꿨는데 지나가던 브로커가 텃밭의 생산물을 밭뙈기로 몽땅 사들였을 때의 씁쓸한 후련함, 아니 후련함 뒤의 박탈감 같은 느낌이 컸었죠. 
97년 구조조정의 호들갑스런 구조조정 덕분에 노동자들은 난데없는 고용에 대한 공포로 오드오들 떨고 있을 동안 이뤄진 이런 인권의 봄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찝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권이 등장했고, 법무부장관이 된 강금실은 교도소부터 방문했지요. 교도소인권이란 말을 정권 차원에서 들었던 것은 처음으로 기억합니다. 
그들은 수감자들의 인권을 위해 법무부장관에게 보낼 수 있는 직통엽서까지 구비해놓았고, 그리고 역대 어느정권보다 구속수배자들을 많이도 만들어냈었습니다. 마치 구속자들의 인권까지도 생각하는 정부라는 자부심을 위해 역설적으로 더 많은 구속자들이 필요하다는 듯이..
모두들 살맛나는 민주정부라고 말들을 해댔지만 그 정권에 저항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요. 
그들이 그어놓은 가이드라인을 밟는 순간 그들의 인권이 맨얼굴을 드러낸다는 사실을요. 

탈인간주의적 인권?

지난강의의 주제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인권의 반 정치성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모두를 모래사장의 모래알로 만들어놓은 다음 모래알-인민을 통치하기 위한 인권은 근대국가의 출발과 함께 전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인권을 선언해야 할까요? 
지젝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성과이지만 자유주의로 봉합된 인권개념을 내던질 것인가, 다시 살려낼 것인가. 현대철학자들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겠죠. 
지난 강의에서는 후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인권론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발리바르의 관개체성과 스피노자의 양태의 코나투스 개념을 통해
인권의 반인간주의, 탈개인주의를 넘어서는 봉기-정치적 인권의 구성가능성을 탐사해보았습니다. 
발리바르에게 개인의 해방이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해방이 나의 해방의 조건이 되는 관계성의 망에 ‘개인’이 놓여있기 때문에 ‘권리’는 이미 집합성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 관계는 상호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발리바르에게 인권은 ‘평등자유의 구현을 위해 틀이적 개인들이 상호 호혜적 관계를 바탕으로한 연합 속에서 봉기를 통해 쟁취하는 정치적 행위’이지요. 한마디로 인권은 해방이기도, 해방을 향한 진군이기도 합니다. ^^
발리바리의 인권의 개념으로부터 우리는 개인주의에 기반한 인권개념을 넘어설 가능성을 모색해봅니다. 
한편 스피노자를 통해 우리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역시 만물 중의 하나인 양태로서의 윤리성을 착목하게 됩니다. 스피노자에게 인간은 하나의 양태이면서 윤리성을 구성할 수 있는 고유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스피노자를 통해 반인간주의를 넘고, 다른 양태들-사물들과의 윤리적 관계의 구성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제 인권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이 구성할 수 있는 사물들과의 윤리적 관계’로 확장됩니다. 

인권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우리가 인권의 담론을 재구성하고자 했을때 인권의 인간주의나 개인주의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이 작동하는 장소를 사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국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권리를 주장할 때, 국가에게 요구합니다. 
용산의 문제를 삼성에게 요구하지 않고 국가에 대해서 요구하듯이. 
그렇다면 상호성의 체계- 즉 타인의 해방이 나의 해방의 조건이 되는 관계성이 작동되는 장소가 국가가 최선인가, 혹은 왜 국가여야 하는가를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로 인권이 봉합되는 물적 기반, 그것으로서 국가의 문제를 사유해야 한다는 한 인권활동가의 문제의식이 강의때 제기되었었지요. 
충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비국가적 구성체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국가만이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일종의 환상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을까요?
짧게 생각해보건데, 우리들이 추구하는 인권이라는 것이 있다면 수량적인 의미에서의 보편성이 아니라 소수적 인권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인간과 시민이 아니라 인간과 장애인, 인간과 성노동자, 인간과 철거민이라는 형식이죠. 물론 당사자주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런 위험이야 뭘하든, 어디로 튀던 도사리는 위험이 아니던가요. 
그리하여 각종의 보편성들이 경합하는 그런 인권의 비국가적 구성체들이 미친 꽃다발처럼 마구 생성되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야지만 더 이상 국가로 인권적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을 폐기하게-나도 모르는 자동폐기-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늦은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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