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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와 가시성의 정치학(강의 후기)

민섬 2009.12.09 03:06 조회 수 : 7240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들의 몸짓은 보이지 않고.

그들은 정치적 활동의 주체로 여겨지지도 않고.

그저, 한국 사회의 폭력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된 자들로 나타날 때에나 (비로소) 불쌍한 존재로

인지된다는.


강의 내용이 가슴에 박힙니다.

더 슬픈 사실은 처참하게 희생되었을 때 조차, 소외당하는 현실이겠죠.

강의듣고 오면서, 더듬어 봤어요.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



용산에서 밥 당번 할때 일인데....

제가 무언가를 시커멓게 태웠죠. 빨리 수습하려고 철 수세미로 박박 닦고 있는데...

옆에서 설거지 하시던 이주노동자 한 분이, 어떻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시는 거에요.

(제가 창피할까봐.. 작은 목소리로 말씀해 주셨음에도... 주변에서는 여태 그것도 몰랐나는 시선으로

저를 보시더군요...OTL)

바로, 행동에 옮기며 감탄하는 저를- 아주 흐뭇하게 지켜보시던 그분의 눈빛이 요즘도 종종 생각나곤 합니다.

(요즘도 종종- 열심히 태우고 있거든요;;)



그 전까지는 무관심. (낯선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라기 보다, 관계맺지 않은 모든 이들을 향한 무관심)

이었다면--


저는 그분을 '주방'에서, 관계 맺은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수업에서 소수자들과 이주 노동자들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읽으며-

정말 행운이었다고 (거듭) 생각했어요.



기득권층을 향한 열망때문에, 자꾸 무언가를(루이비똥 백이든, bmw든,180cm남친이든...) 끼어 입으려고 하는

한국사회에서 입고 있는 것 조차 벗어 버리고.... 날것의 존재로 함께 설 수 있는 것.

아직도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언지 모른는 저에게는 '주방'만큼 적당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언젠가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언지 알게 되면-

그땐, 세상을 향해 소리 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지금은.

좀 더 많은 주방에서 그(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것들을 벗어 버리고 함께 설수 있지 않을까... (입고 있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 희망이 생겼습니다. 제게.





P.S

1. 냄비를 태웠을 때, 철 수세미보다 쉬운 방법을 아직 모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알려드릴게요!

2. 반장님 (지난 주)강의 노트에, [결석생! 민영샘 ㅜㅜ] 라고 적힌 것을 보고, 웃다가 울뻔 했어요.

   느낌표에 눈물까지..(ㅜㅜ) 올출석에 내가 기스를 냈구나. 뭐 그런..

   멋진 강의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민족간의 문제는 '주방'에서? 이런 황당한 결론을 내고 말았네요.

   이럴때 (좀 더 있어 보이기 위해서는) 다짐을 적으면 될텐데.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은 덜 솔직한 거 같고.

   열심히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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