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상 4강부터 듣게 돼 이 시간이 처음 참석한 강의였다. 이번 회차는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 개념, ‘본존재’ 속에 ‘어펙트’의 자장을 살펴봤다. 머리 속에 성긴 개념어가 선생님의 이론과 강의의 내공으로 어렵지 않게 접해지면서 중간중간 감응까지 전해지는 강의였다. 하나의 체험같은 강의가 강의 주제와 잘 어울렸다. 흡사 책이 말하는 듯 문어체적인 완벽한 설명이 딱딱하지 않고 재미까지 이어지는 체험이었다.
어펙트에 대한 감상은 낱알 기억으로 숨의 수를 놓는 작업이다. 가끔 직접 찾아나서든 갑자기 찾아오든 호명되어지든 아니든 그 자체로 혼연하다. 흔들리는 존재로 필멸을 마주하게 하는 태초의 원초적인 창조의 힘이 느껴진다. 이번 차례는 하이데거 사유 속에 어펙트의 발견이었다. 강의 목차에서 총6번 어펙트의 변주가 있다. 지성사의 화려한 여정과 동시에 고유한 어펙트의 궤적은 저마다 삶 속에서 그려질 것이다.
어펙트 개념은 정의되는 단어 그대로 전해지는 감응이 있다. 학문적으로 ‘어펙트’로 설명될 때 관계에 치중한다. ‘영향력 아래 남자(?)’, 예전에 흘려들은 한국영화 제목은 어펙트 논의를 차용한 것 같다. ‘정서’는 일상에 흐르는 도저한 힘이 있다. 진실같은 것이 세상에 감광될 때 순간을 가득 채우는 기운이 있다. 하이데거의 ‘대지의 분위기’ 설명에서 객관과 주관이 혼용되는 신비로운 체험으로 이해됐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20가지 플롯’이라는 책이 있다. 매력적인 이야기의 요소에 관한 책이다. 정서와 감정을 비교하는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설명과정에서 생명력이 중요한 구분점으로 제시된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감정을 환기하는 이야기를 감정 이야기로 분류한다. 흔한 로맨스 영화가 이에 속한다. 그에 반해 독창적인 서사에서 감정을 잉태하는 생명력을 가진 이야기의 힘을 정서로 풀이했다. 인상적인 이 책이후 일상에서 정서와 감정을 일차원적으로 구별했다. 그즈음 본 아핏차퐁 ‘열대병’ 영화에서 어렴풋한 정서의 인상을 느꼈었다. 토속 서사를 차용했는데 친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민속, 원시적인 이미지에서 몰입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다.
대지의 분위기와 관련한 개인적인 일화가 있다. 하이데거는 ‘고흐의 신발’ 회화작품에서 노동의 숭고한 의미를 발견했다고 했다. 누구의 평인지 모를 때 해석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훌륭한 해석 자체가 매력적으로 기억됐었다. 영상작업을 하는데 이런 의미 부여가 보이면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미 확장 이전에 누구의 신발이 더럽게 보이면 거기서 감상이 차단되는 경험을 했다. 현장 반응에서 어펙트, 정서가 차단됐다. 영상물이 완성되고 사람의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한 생각이 지금 또 들었다.
정서, 어펙트 인간세상의 중요한 현상에서 밑바탕을 이루는 요소라고 강의설명에 나왔다. 강의에서 철학사에서 어펙트의 재밌는 여정을 보면서 정서가 풍부한 강의를 들었다. 개인일상에서 바라는 일과 관계에서 정서로 가득찬 순간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이어진다. 이 강의가 생활 속에서 어펙트에 대한 적극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주변에서 니체를 통해 셜명해준 적극적으로 욕망하기와 관련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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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참여했지만 끝까지 진지하고 즐겁게 들어주어 고맙습니다. 영화를 만들거나 고민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래요.
오며가며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누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