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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삶들은 있는가, 있는가, 있는가?

solaris 2018.07.23 16:36 조회 수 : 191

강의 후기를 써야 하는데

노회찬 의원의 자살로 받은 충격 때문에 멍합니다.

나름 다른 삶을 찾아 첼로와 문학을 내려놓고

용접공이 되었고

깡패들의 똥물진압으로 유명한 동일방직 노동자와 결혼했고....

시인과는 다르지만, 다른 삶을 찾으려 삶을 걸었던 분이었는데...ㅜㅜ

더구나 저는 개인적인 연이 많았던 분이었는데....

 

랭보,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의 착란을 위해 

그 착란을 통해 열릴 문을 찾아서

샤를빌, 촌구석을, 어머니와 가족을, 기독교와 프랑스를, 유럽을,

급기야 시를 위해 다가갔던 베를렌마저

반복하여 떠났던 시인이지요.

 

이번 강의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돈이 없었기에

샤를빌에서 가출을 해서도, 파리에서도, 베를렌과 갔던 런던에서도

걷고 또 걸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삶은 걷는 것, 다른 삶은 다른 길을, 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곳을

무심코가 아니라 무작정, 걷는 것이지요.

 

취한 배, 돗대도 없고 삿대도 없이

그저 물결 따라 흘러가는 작은 배에 몸을 맡기는 것,

나쁜 피를 타고 났음을 시인하고 애써 좋은 피를 찾지 않고

그 나쁜 피를 따라 더 멀리 가는 것,

때론 독을 마시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

그래도 떠나지 않겠다고, 험한 세상, 더러운 세상을 떠나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것,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고귀한 자들, 어렵고도 드물다고 스피노자가 말했던 이들이

존재를 지속하게 해주는 것,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사는 삶에 대한 자긍심, 오직 그것 하나인 듯합니다.

불행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작은 자긍의 삶마저도 그냥 두지 않습니다.

오랜 만에 찾아온 동창 넘, 지지와 성원을 표시하는 대중들의 성원을

무심코 받는 것만으로도 그 자긍의 삶은 치명적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작은 얼룩마처 쉽게 수긍하기 힘든 것이 고귀함이기에

남들은 잘도 참고 쉽게도 넘어가는 작은 사건 하나에도

쉽게 발을 걸려 넘어지고 쓰러지게 마련이지요.

 

더러움을 참지 못하고 일찍 떠나버린 이들이여,

그대의 꿈을 왕관으로 쓰고, 다시 태어나라

자긍의 웃음이 충분히 꽃으로 피어날  다음 생의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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