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존재론
강사: 이진경(수유너머104회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문학은 빛 속에서 어둠을 보고 어둠 속에서 빛을 본다. 예술은 부재하는 것들을 불러내고 현존하는 것들을 떠나보낸다. 이런 점에서 문학이나 예술은 본질적으로 어긋남을 산다. 존재론은 조화롭고 합치된 세계가 아니라 어긋남 속에서 태어난다. 존재론적 사유는 세계의 배신에서 시작되며, 배신의 끝에서 성숙한다. 이 강의에서 우리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존재론에, 존재에 다가가려 한다. 이는 또한 존재론을 통해 문학예술에 침투하려는 시도이기도 할 것이다.
* 개강: 2018년 7월 5일, 매주 목요일 저녁 7:30
* 총 5강 10만원
1강. 초험적 경험과 대기의 예술
재현적 예술조차 예술이게 하는 것은 리얼하게 재현된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대기다. 그런데 그 대기를 채우는 것을 ‘숭고’라고 명명할 때, 우리는 초험적 경험의 기회를 안이한 초월적 경험으로 대체한다. 문제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초험적 경험을 다루는 것 아닐까?
(텍스트: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말라르메, <시집>)
2강. 존재의 목소리와 목소리 없는 존재
하이데거는 대상 주변의 대기 속에서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존재의 목소리일까? 존재는 선-확보된 시야 속에 오지 않고 무규정성의 어둠 속에서 온다. 그것은 정복하려 하지만 정복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거기에 다가갈 것인가?
(텍스트: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
3강. 문학은 왜 철학보다 더 존재론적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이다’과 구별되는 ‘있다’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를 위해 먼저 규정된 존재자와 미규정적 존재 사이의 간극을 탐색한다. ‘알려지지 않은 자’의 자서전, 존재 없는 존재자와 존재자 없는 존재가 대비되는 작품은 이 탐색의 입구가 될 것이다.
(텍스트: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계속되는 무>; 이탈로 칼비노, <존재하지 않는 기사>)
4강. 특이점의 문학론과 문학적 존재론
특이점의 존재론적 의미, 그것은 존재자가 존재의미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문학작품이 창조하는 세계에서 존재자의 존재의미를 다루는 존재론적 문학의 단서이다. 반면 세계의 배신은 종종 존재자를 존재로 나아가게 한다. 거기서 문학적 존재론이 출현함을 볼 것이다.
(텍스트: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랠프 앨리슨, <보이지 않는 인간>)
5강. 불러냄, 혹은 부재하는 것들의 리얼리즘
예술이란 부재하는 감응을 창조하고 거기 이어진 부재하는 세계를 불러내는 작업이다. 부재하는 것들을 불러내 다른 세계,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창안하여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예술의 존재론이란 이 부재하는 것들을 규정가능성으로 담고 있는 존재를 통해 다른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후안 룰포 [빼드로 빠라모], 송승환 [마침내 당신이 밝혀진다면]
* 강사소개: 이진경 (철학자)
지은 책으로 『파격의 고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미-래의 맑스주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 『노마디즘 1-2』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이자 수유너머104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