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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유너머104 가을강좌] 

해러웨이: 코로나 시대 공산의 사유

최유미 선생님 인터뷰

 

Q1. 강좌명처럼, 해러웨이의 사유를 코로나 시대와 결부지어 보는 것이 기대됩니다! 먼저 소개글에서 우리는 한번도 개체인 적이 없었음을 코로나 바이러스는 역설적으로 드러낸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점에서 더 나아간다면 우리는 “한 번도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물음을 제기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간략하게나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 대한 사유를 다시금 하게 되는 배경과 이번 강의의 맥락? 내지 취지?를 듣고 싶어요~!

A1.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수시로 손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낀 채 일상생활을 합니다. 이는 개체로서 우리의 경계를 더욱 잘 지키기 위한 행동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경계를 공고히 하는 일은 우리를 무척 고통스럽게 하지요. 사유 속에서 우리는 우리 바깥의 타자와 뚜렷이 구별되는 독자적인 생명체였지만 실제로 우리는 침을 튀겨가며 상대방의 경계를 끊임없이 교란해 왔고 나의 경계 또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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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왔다고 하지요.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랑 문제없이 살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적지 않게 무증상 감염자들이 발생하고 있지요. 마치 박쥐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만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와 비슷합니다. 물론 자신은 문제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고, 이 때문에 전염된 상대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쥐와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강고한 경계를 지닌 개체와 그것을 방어하는 면역시스템이라는 전쟁의 은유로 설명하기는 난감합니다. 이들의 신체는 감염에도 불구하고 왜 별다른 증상이 없을까요? 신체의 면역시스템이 이를 잘 막아내고 있어서 그랬다면 항체가 생겼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지요. 박쥐도 무증상 감염자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는 것이지 평화롭고 최종적인 공존의 상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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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는 서로 현저하게 다른 자들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개체와 개체 바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기대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우주적 합일이나 최종적인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파라다이스를 상정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분법을 거부하기 위해 하나에 쉽게 기댑니다. 하지만 둘 다 현실 세계와는 거리가 멀지요.

우리가 아무리 손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끼면서 조심을 해도 뭔가를 먹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해요. 음식에 의해서, 그리고 상대방이 튀기는 침에 의해서 우리의 경계는 필연적으로 뒤죽박죽으로 엉킵니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이루는 세포들과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요. 감염이 되고, 배탈이 나고,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고열에 시달리고... 우리는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으면서 또 조화로운 합일이라는 파라다이스를 기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지요. 동지와 적이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적도 아니고 동지도 아닌 애매모호하고 뒤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만한 세상을 위한 정치와 윤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지요. 저는 코로나사태가 우리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이끈다고 생각해요.

 

Q2. ‘심포이에스‘를 번역하면 공-산인 것이지요? 이번 강의 전반에 공-산을 다루실 것 같습니다. 해러웨이는 동물과 인간의 오랜 관계에 대한 인류학적인 탐사를 통해 공-산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고 하셨는데요. 이 공-산 개념은 어떤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요?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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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asset.jpeg공-산은 함께를 뜻하는 공과 낳는다를 뜻하는 산입니다. 함께 낳는다, 함께 만든다, 함께 생산한다는 뜻이 있지요. 이것은 도나 해러웨이가 사용한 용어인 sympoiesis의 번역어로 택한 용어입니다. sym은 함께 라는 뜻이고 poiesis는 생산하다라는 그리스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산은 해러웨이의 사유를 핵심적으로 표현하는 말인데요. 누구도 그리고 무엇도 혼자가 아니라 서로 기대는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령 장인이 의자를 만든다고 해 봅시다. 그가 장인일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용하는 도구가 있기 때문이죠. 그것은 단지 수단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 없이는 장인이 장인일 수 없다면 그것을 단지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장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에 자신의 신체를 길들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목적과 수단의 관계라고 여기는 것의 구체적인 양상, 특히 일상의 살고 죽는 일을 살펴보면 사용하고 사용되는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동등하지도 않지요. 공-산은 이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Q3. 어떤 분들이 강의를 들으시면 좋을까요?

A3. ㅎㅎ 저야 어떤 분이든 들어 주시면 좋지요. 이 강의는 이야기를 바꾸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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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숙한 이야기는 악당이 있고 영웅이 있지요. 한때 우리는 남성일색이었던 영웅들에 여성을 끼워 넣으려고 대단히 노력을 했었지요. 하지만 영웅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별 차이는 없지요. 이야기도 흥미롭게 되기는 어렵고요.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각기 몰두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이야기의 구도를 너무 단순하게 상정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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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복잡하지요. 하지만 복잡한 이야기를 한다고 판단이 불가능하고, 행동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에요.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문제의 이야기를 바꿔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강의에서 서로에게 반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바꾸고 싶으신 분들은 모두 환영합니다.

 

Q4. 코로나 속에서도 즐겁게 일상을 유지하는 나만의 비결이 있으시다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

A4. 저는 요즘 돌봐드려야 되는 분이 계셔서 바깥 활동을 거의 못해요. 돌보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지요. 돌본다는 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 민감해지는 것임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민감해 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가 쾌적해야 해요. 그래서 이틀에 한 번씩은 베란다에서 요가하고, 일어나고 자는 것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어요.

▼요가하는 유미샘을 모델로 한 이승연 작가님의 작업(수림뉴웨이브 아트랩 2019, 신세계 환상곡 - 시각 이승연, 드로잉에 색을 입혀 피그먼트 프린트)KakaoTalk_20200917_00010948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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