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수유너머N 가을강좌 ①]
포스트휴먼에 관한 여섯 개의 강의
푸코는 <말과 사물>을 ‘인간의 종언’을 예고하며 끝낸다. 우리가 알던 ‘인간’이란 바닷가 백사장 위에 그려진 얼굴처럼 사라지게 되리라. 이때 푸코는 담론의 구성물로서 인간의 종언을 예견했으나 오늘날 인간 이후를 예감케 하는 것은 정보기술, 유전공학, 로보틱스 등의 첨단과학기술이다. 기술에 의한 인간의 변환을 사람들은 포스트휴먼(post human)이라 명명하고 있다. 근대의 발명품인 인간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이론적 모색을 해왔던 우리는 포스트휴먼 현상과 담론을 마주하면서 그것이 갖는 가능성과 한계들을 살펴보려 한다. 이 강의에서는 포스트휴먼의 기술적 기반과 이론을 검토하고 포스트휴먼의 조건이 제기하는 철학적, 정치적, 문화적 쟁점들을 논의할 것이다. |
□ 개강: 2015년 10월 23일.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총6강
□ 강사: 이진경, 노의현, 최유미, 오영진, 최영철
□ 장소: 수유너머N 강의실
□ 회비: 12만원
1강 포스트휴먼, 인간의 확장과 인간의 종말 사이 _이진경 (10월 23일)
인간의 경계를 묻는 질문들을 통해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아마도 포스트휴먼이란 말은 그런 사태를 지칭하는 것일 게다. 그것은 인간 아닌 것들마저 인간 안에 추슬러 담는 또 다른 휴머니즘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휴머니즘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일까? 인간이 인간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생각하면, 휴머니즘의 식민주의적 팽창에 대해 낙관하는 것도 쉽진 않을 것 같다. 인간은 정말 인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 답보다 중요한 건 이런 물음을 견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강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들 _노의현 (10월 30일)
‘포스트휴먼’은 오늘날의 과학 및 기술상의 혁신이 ‘인간의 조건’에 일으키고 있는 급격한 변동과 관련된 단어이다. 이제까지 인간을 규정하던 특징들이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맞게 되었다는 뜻이다. 2강 ‘포스트 휴먼을 둘러싼 쟁점들’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사유하기 위한 출발점을 다져보고자 한다. 포스트휴먼의 기술적 조건들을 살펴보고, 캐서린 헤일스와 로지 브라이도티 등의 이론적 논의를 경유하여 포스트휴먼이 제기하는 철학적, 윤리적, 정치적 쟁점들을 함께 생각해볼 것이다.
3강 기계! ‘그’는 누구인가? : 기술적 대상에 대한 질베르 시몽동의 철학적 고찰 _최유미 (11월 6일)
인간과 기계는 정말 그렇게 엄격하게 분리된 대상일까? 기계는 그저 인간에 의해 작동되는 객체적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이런 질문은 단지 SF의 비현실적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은 1950년대에 이미 기계가 그저 인간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정되고 변형되는 객체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의 대등한 관계를 맺는 실재임을 보여주었다. 이 강의에서는 기술적 대상에 대한 시몽동의 사유를 통해서 인간과 기계의 접속이 갖는 철학적 의미를 살펴본다.
4강 우리는 인간이었던 적이 없다 : 다나 해러웨이의 반려종선언_최유미 (11월 13일)
『사이보그선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러웨이는 사이보그의 상상력이 자본에 의해 포섭된 상황 속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또 다른 길을 ‘개’를 통해서 모색한다. 그러나 그 ‘개’는 단지 애완동물로서의 개가 아니라 인간과 공진화 관계를 이루는 반려종으로서의 개다. 이때 공진화 관계를 형성한 인간과 동물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이거나 ‘동물’이 아니다. 반려종 관계에서 그 두 항은 새로운 존재로 변이-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강의에서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반려종선언』과 『개와 인간이 만날때』이라는 저작에서 전개되는 반려종과 공진화에 대한 해러웨이의 사유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5강 대중문화 속 포스트휴먼의 상상력 _오영진 (11월 20일)
모든 기술의 진보 이전에는 언제나 기술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현대식 잠수함이 채 나오기도 전에 쥘 베른의 소설에는 노틸러스호가 등장하고, 로버트 고더드의 로켓엔진은 유년시절 그가 버찌 나무 위에서 본 환상이 바탕되어 개발되었다. 때문에 대중문화 안에 나타난 포스토휴먼의 상상력을 염탐하는 것은 도래할 포스트휴먼을 미리 대면하는 일이 된다. SF소설과 영화들, 망가 애니메이션 등에서 나타난 포스트 휴먼 이미지의 변화 과정과 그 철학적 함의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6강 포스트휴먼은 왜 정치적 문제인가 _최영철 (11월 27일)
급격한 기술 발전이 인간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어놓을 것은 분명하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주의적 믿음이나 오히려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비관주의적 전망은 모두 기술 그 자체의 파급력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보다는 기술이 위치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술의 자체의 고유한 발전 논리를 승인하면서도 그 발전의 조건을 이루는 사회적 관계들을 함께 고려해야하는 것이다. 6강에서는 포스트휴먼 기술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과 정치적 문제들을 살펴보며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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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소개
이진경 :: 수유너머N 회원. 서구의 주거공간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철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영화, 수학사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혼종적인 잡학의 생성지대를 만들고 있다.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코뮨주의》,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대중과 흐름》,《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 등의 책을 썼다.
노의현 :: 수유너머N 회원. 정치/경제학 분야의 담론들이 과학 분야의 담론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지는 양상에 관심이 있다. 연구실에서 세미나를 통해 생물학, 철학, 정치경제학 등을 공부하고 있으며, 현재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연구 과정 중에 있다.
최유미 :: 수유너머N 회원, 「비활성기체의 결정안정성에 대한 통계역학적인 연구」로 이론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인문사회과학연구원의 연구과정을 이수중이다. 관심사는 기계,반려종등 주로 인간 아닌 것들과의 만남과 과학기술담론들이다. 현재 다나 해러웨이의 『반려종선언』과 『개와 인간이 만날 때』를 번역하고 있다.
오영진 :: 수유너머N 회원. 문화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에서 현대시, 그 중에서도 김수영에 집중해 공부했다. 현재 문학과 문화를 오고가며 강의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언어와 신체,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신체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썼고, 「거울신경세포와 서정의 원리」, 「김수영과 월트 휘트먼 비교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최영철 :: 수유너머N 회원. 의사이면서 보건학 연구자로 보건의료의 언어와 실천이 삶에 가하는 정치적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기술의 시대에 동반되는 정치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함께 옮긴 책으로 『또 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의료』,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2』,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