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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가을강좌] 단테의 [신곡] 읽기- 강대진 선생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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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강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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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일리아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양 고대의 중요 저작들을 번역·해설·소개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쓴 책으로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폴로도로스 신화집』, 『오이디푸스 왕』 등이 있다.

 

 

 

Q. 단테 알리기에리 (Dante Alighieri)는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 에서 태어나,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중세의 신학과 철학,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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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1265~1321)>

 

 

라틴어와 희랍어(그리스어)까지도 통달했을 듯한데요. 요즘말로 ‘엄친아’인 단테의 작품 중에서 특히 이 작품이 고대 서사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Odyssey〉(11권)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Aeneid〉(6권)의 저승 여행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어떻게 서양 고전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변형시키는지가 강의에서 기대되는 내용 중의 하나입니다.

답: 단테는 라틴어는 잘 알았지만, 희랍어까지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서유럽에는 이 당시 고전 희랍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고, 페트라르카가 동로마(비잔티움)에서 희랍어 선생을 구해오고서야 제대로 된 교육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희랍 고전들의 요약본이나, 그 내용을 변형한 작품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알고는 있었죠. 단테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고대의 작품은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그리고 스타티우스의 <테바이스>와 루카누스의 <파르살리아>입니다. <오뒷세이아>는 <아이네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국내에는 일본의 번역을 따라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으로 번역된 작품 속 주인공 중의 하나인 베아트리체는 어린 시절 만난 실제 인물로서 그에 대한 사랑을 일생 동안 간직하며, 창작의 영감을 주고 영혼의 구원을 이끄는 존재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두루두루 여러모로 출중했던 단테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평생 지니고 살았던 듯한데요. 단테의 이러한 경험들이 이번에 강의해주실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 저로서는 단테가 실제로 만났던 현실 속의 베아트리체와, 같은 이름의 작품 속 인물을 너무 동일시하는 것에 좀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신곡>에 나오는 베아트리체는 그 현실의 여성과는 거의 연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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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어려서 만났던 아름다운 여인, 너무나 눈부셔서 거의 천상적 존재로 여겨졌던 그 여인을, 기독교의 진리와 하느님의 은총을 상징하는 존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녀는 성모님의 대리인이기도 하고, 오뒷세우스를 돕는 아테네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녀에게 이런 역할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 대한 단테의 영원한 사랑을 보여준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보자면 단테는 저승까지 쫓아가서 상대를 괴롭히는 스토커가 될 것입니다. 저는 단테가 그렇게 ‘찌질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Q. 당대의 혁신적인 문학 운동을 주도하였고, 이후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피렌체의 행정과 외교, 군사 방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다가 정쟁에 휘말려 1302년 추방당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 후 세상을 뜰 때까지 다시는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랑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도 <신곡>에 많은 영향을 끼쳤겠지요?

답: 예, 아마도 <신곡>이라는 걸작은 이 추방령 때문에 씌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중년에 이르러 이전의 명성과 영광을 모두 잃어버린 그가 자기 생애를 돌아보고서, 자신이 지금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문학을 통해- 정신적인 여행을 떠났던 것이지요. 그것은 저승을 방문했던 헤라클레스의 여정, 약 1300년 전에 저승을 다녀가신 예수의 여정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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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강의의 교재를 한형곤 번역의 [신곡](서해문집, 2005)으로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혹시 번역상의 문제 때문인지요. 피렌체 출신인 단테는 어떤 언어로 이 책을 썼는지요? 국내의 번역본들은 원전에 충실히 잘 번역되었다고 평가하시는지요?

답: 한형곤 역은 몇몇 분이 좋다고 추천해서 한 번 확인해 보려고 선택한 것입니다.(약간 무책임한 태도죠? 하하) 제가 학생 때 처음 읽었던 것도 이 분 번역인데, 그 사이 많이 고쳤다고 하네요. (물론 제가 옛날에 읽었던 구절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쳤는지 딱 짚어내기는 어렵겠네요.) 눈 밝은 분들이 최고로 치는 번역은 최민순 신부님 것(가톨릭출판사 판)인데요, 소리 내어 읽으면 운율이 좋긴 합니다만, 한국어가 워낙 빨리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 독자로서는 뜻을 얼른 알아듣기 어려운 표현이 많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민음사 판(박상진 역)인 듯한데, 그 번역은 의미 전달에 너무 중점을 두어서 원문에서 멀어진 대목이 꽤 있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긴 하지요. 다른 판본을 읽다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 이 판본을 보면, 전체적인 줄기가 잡힌다는 점입니다. 저로서는 열린책들 판(김운찬 역)이 가장 낫다 싶은데요, 사실 이것도 완전하지는 않아서, 복문(複文)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옮겨진 경우가 꽤 여러 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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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책 표지>

 

단테는 자기 시대 피렌체 방언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오늘날 피렌체 주변 언어가 이탈리아 표준어가 된 것도 단테 덕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당시에 고상한 장르는 라틴어로 쓰는 게 관례였는데, 단테는 세속적인 언어로 작품을 썼고, 이것이 그가 자기 작품을 ‘희극(Commedia)’라고 불렀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은 ‘신적인 희극’이란 뜻인데, ‘신적인’이란 말은 보카치오가 붙인 거고요, 작가 자신은 그런 오만은 부리지 않았지요. 이것이 ‘희극’인 이유는, 결말이 슬프지 않다는 점, 그리고 고상한 장르인 비극과는 달리 속인들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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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조각배>

 

 

 

 

 

 

Q. 강의 계획서에서 ‘지옥편’은 자세히, ‘연옥편’은 간략히, ‘천국편’은 대체적인 얼개만 다루 겠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작품 내용에 따른 구분이신지요, 아니면 강의 시간상의 배분차원의 문제인지요? 그렇다면 3권을 다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옥편’만은 꼭 자세히 읽기를 바란다고 수강자들에게 권유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답: 예, 맞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적인 것입니다. 6회 정도 모여서는 ‘지옥편’ 하나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시각적(視覺的)인 이유도 있습니다. ‘지옥편’은 이미지가 풍부해서 그림 자료가 아주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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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편’부터는 질의-응답이 아주 많아져서 사실 본문을 직접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옥편’에는 희랍 로마 전통이 아주 풍부하게 쓰였고, ‘연옥편’에도 절반 정도는 차지하는 반면, ‘천국편’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사실은 ‘천국편’엔 그림 자료가 거의 없고요, 있어도 내용 파악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이 부분은 기독교의 역사를 정리하고 반성하며 기독교 교리를 여러 상징으로 그려내는데, 사실 기독교인 아니고는 흥미 있게 읽기도 어렵습니다. 저로서야 같이 공부하는 분들의 요구만 있으면 늘 즐겁게 읽습니다만, 대개는 시작하자마자 힘들어서 수강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 다음 학기에는 제 수업 자체가 -어떤 주제를 내세우든- 폐강됩니다^^;

 

 

 

 

 

 

Q.약 700년 전의 작품으로서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시인, 서(西)유럽 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단테의 작품이기에 그동안 수많은 방식으로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요. 강의 제목에 ‘그리스 로마 전통과 기독교 성서 전통의 융합’이라는 부제를 단 것으로 압니다. 강대진 선생님께서는 <신곡>을 이번 강의를 통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수강자들에게 소개하실 계획인지요?

답: 예, 현대의 독자들이 희랍 로마 전통과 성서 내용을 잘 몰라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설명해 드리고요, 한국에서는 구조 얘기들을 잘 안 하는데, 독자들이 작품 전체를 한 눈에 넣을 수 있게 구조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사실 번역서마다 저승 지도가 나와 있지만, 그 구성 원리를 설명해 주지 않아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저도 옛날에는 읽을 때마다 혼란을 느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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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꿈>

 

 

 

 

 

 

 

 

 

Q. 예를 들어, 호메로스 <일리아스>의 경우는 제1권 1행인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노여움을(혹은 분노를)”이 <일리아스> 전체의 주제를 보여주기도 하는 매우 유명한 구절로 언급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 한 구절이라도 외워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단테의 <신곡>에서 ‘바로 이 구절이다!’라고 뽑을 만한, 기억하면 좋을 구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답: 모든 고전 작품의 첫 구절은 다 중요합니다. 첫 세 줄 외우면 좋고요, ‘지옥편’ 26곡에서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하는 연설이 아주 좋습니다.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외웠다고 했던 구절,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책에서 서준식 님께서 강조하신 구절입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그저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높은 것, 즉 덕과 지식을 위해서다’라는 뜻의 구절입니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이 모두 별(stella)라는 단어로 끝나는 것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특히 ‘지옥편’ 마지막의 구절은 카잔차키스가 <영국기행>에서 인용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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