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물론 정말 그런가 물을 수 있고, 가령 사이보그가 어째서 불온한가 되물을 수 있죠. 통상 우리는 사이보그란 말에서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기계가 장착된 인간’정도만 떠올리죠. 하지만 사이보그는 그 경우에조차 유기체와 기계의 결합체를 의미해요. 다시 말해 그것은 유기체와 기계의 구분을 와해시키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중간적인 존재입니다. 그런데 기계와 도구가 하나의 연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안다면, 그것은 유기체와 도구가 결합된 존재자 모두를 지칭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면 근본적으로 이미 사이보그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건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이란, ‘정상인과 다른’이란 의미로 쓰지만, 무언가에 기대어 사는 자들, 일본 식으로 표현하면 ‘폐를 끼치며 사는 자’들이라 인식돼요. 헌데 우린 일반적으로 남들에게 언제나 기대 사는 자들입니다. 그건 남들에게 선물을 받는 자들이라는 뜻도 되지요. 이점에서 우린 모두 장애인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자들만이 장애인으로 분류됩니다. 무엇이 그들을 장애인이 되게 만드는가? 이는 장애인을 정상인과 분할하는 현실적 조건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장애인의 존재론은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정치학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불온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인지?
A. 둘 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평소 관심 가던 주제이니 모아서 강의하게 된 것이기도 하죠. 그러나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은 이번 주제에 대해 단서 등을 제공했지만, 이를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다루려고 하게 되면서, 그 모든 것이 다른 것으로 되돌아왔지요.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되어서 말입니다. 덧붙이면 장애인이나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것은 현실에서 제가 만나고 경험했던 것들을 통해서 제게 끼어든 것이기도 합니다.
A.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운동 하시는 분들을 몇 분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이 강의를 준비하는 데 또 다른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지요. 가령 비정규직의 경우, 일본이나 한국에서 비정규직 운동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관심 갔던 노동 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존재론적 차원으로써까지 밀고 올라갔던 거지요.
A. 학교와 연구실에서 강의를 하지만 그 밖의 곳에서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공부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이 많아서 밖으로 안다니는 편이었어요. 강의한다는 것도 활동인데, 요즘 너무 안한다는 생각에 늘리긴 했어요.
연구실에서 강의할 때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나름 알기도 많이 아시고 기대하는 바도 크기 때문에 강의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많이 줍니다. 그래서 어느 강의보다도 가장 긴장을 강하게 하는 강의가 되죠. 그래도 쉽게 하려고는 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으면 안되니까. 무엇보다 같이 생각하고, 촉발한다는 의미에서 긴장이 큽니다.
A. 외부란, 어떤 문제를 사유하는 방법론적인 전제, 개념이지요. 그것은 모든 것을 외부에 의해 사유한다는 사유의 일반적 방법론입니다. 강좌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도 외부의 방식으로 불온한 것들의 문제를 사유한다면 어떤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실험적 시도입니다.
----인터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신청글을 올려주셨어요. 개강일이 기대됩니다. 11일 월요일 일곱시에 뵙겠습니다.----
4월 2일 홍대의 작은용산 "두리반" 이진경 샘 특강 풍경은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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