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N 봄 강독강좌
중세철학: 붉은 사제복의 이단자들
그간 중세철학에 대한 몰이해는 연구자들과 강의자들의 노력에 의해 많이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앤서니 캐니는 그의 『중세철학』의 서문에서 이러한 관심의 증가가 가지는 고무적인 의미에 대해 상찬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세철학은 근대철학의 이성성(합리성, rationality)을 악명 높은 화형대와 마녀사냥을 통해 억압한 흑역사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중세철학이 실제로 수많은 이단들의 역사라고 한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젊은 날은 마니교의 이단숭배에 물들어 있었으며, 아퀴나스의 신학은 이단으로 정죄된 후 복권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했고, 둔스 스코투스 또한 이단의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토록 애썼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지오르다노 부르노는 어떤가? 그가 화형대에서 “나보다 나를 태워 죽이는 당신들이 더 두려워하고 있군요”라고 했을 때까지 그는 도미니크회 수도사였다는 것은? 이 일화들은 이성과 신앙이라는 해묵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이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중세라는 시대의 본성을 어떻게 탈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중세철학은 ‘지혜’(sapientia)가 가지는 본래적 이미지, 즉 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이는 프로메테우스를 가장 충실히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닌가? 목숨 걸고 철학하는 자들, 화염이 날름거리는 붉은 사제복을 입은 이단자들의 철학 말이다. 우리가 중세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그들의 사제복을 우리가 우리 시대에 새로 갈아입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여전히 잘 마른 자작나무에서 타올라오는 붉은 불길을 닮은 옷일 것이다.
<기본 텍스트>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선한용 옮김, 『고백록』, 대한기독교서회, 2003
: 이 책의 11권을 중심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을 파헤칠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은 이 책의 백미며, 현대 철학자들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주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둔스 스코투스 지음, 박우석 옮김, 『제일원리론』, 누멘, 2010
: 스코투스의 ‘인과론’의 특유성과 그로부터 도출되는 ‘일의성’(univocité) 테제를 살펴본다. 이 테제들은 스코투스의 명성에 걸맞게 매우 정교한 존재론적 논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분석철학자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존재론을 주장하는 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이 텍스트를 통해 과연 일신한 존재론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윌리엄 오캄 지음, 필로테우스 뵈너 엮음, 이경희 옮김, 『오캄 철학 선집』, 간디서원, 2004
중세 보편논쟁을 한 칼에 갈음하고, 근대 경험론과 실증철학의 문을 연 오캄의 철학을 살펴봄으로써 중세적 이성이 자신을 극복하는 방향을 가늠해 본다.
< 참고 텍스트>
* 아우구스티누스, 『그리스도교 교양』, 토마스 아퀴나스, 『유와 본질』, 둔스 스코투스, Ordinatio에서 ‘일의성’에 관한 부분과 그 외 중세철학자들의 ‘일의성’ 논제들 - 파일 형태로 제공되고 강사가 필요시 설명함.
* 코플스톤, 『중세철학사』, 앤서니 캐니, 『중세철학』, 마우러, 『중세철학』, 질송, 『중세철학』- 필요할 시 강사가 정리된 형태로 제공할 예정.
* 질 들뢰즈와 폴 리쾨르의 작품들에서 중세철학 관련 부분들 - 마찬가지로 강사가 정리된 형태로 제공할 예정.
* 그 외 강사가 중요 부분 라틴어 원전 대조를 통해 이해를 도울 것임.
<일정> 매주 목요일 7시, N1
날짜
텍스트 범위
구분
1주차
4월 10일
아우구스티누스,『고백록』 11권
시간론
2주차
4월 17일
둔스 스코투스,『제일원리론』1장~2장
인과론(논리학)
3주차
4월 24일
둔스 스코투스, 『제일원리론』3장
존재론
4주차
5월 8일
둔스 스코투스, 『제일원리론』4장
존재론
5주차
5월 15일
오캄, 『선집』1장~2장
인식론
6주차
5월 22일
오캄, 『선집』3장~6장
논리학
7주차
5월 29일
오캄, 『선집』7장~11장
존재론
※5월 1일은 메이데이 휴일입니다.
<강사소개>
박준영: 대학에서는 불교철학을 대학원에서는 프랑스철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수유너머 N]에서 ‘해석’과 ‘사건’이 길항하는 지점을 연구하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리좀(Rhizome)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서로는 《해석에 대하여-프로이트에 관한 시론》, 폴 리쾨르(공역)이 있으며, 쓴 논문으로는 <리꾀르와 하이데거의 주체 해석과 윤리적 함의>, <탈주체의 소환장-근대적 주체의 탈구성과 재구성에 대한 예비적 고찰>, <한비자, 혁(革)의 아포리아- 한비자 사상에 있어서 '정치적 주체'의 문제와 민주주의> 등이 있다. 그 외 《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를 함께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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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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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콩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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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ia
ㅎㅎ 감사합니다.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께 많이 알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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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
신청. 비밀글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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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반갑습니다~ 중세의 숲을 함께 헤쳐가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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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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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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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z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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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ㅎㅎ생각해 보겠습니다. 암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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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서양 중세철학은 절대 타자를 세우고 인간의 삶과 관계 맺으려는 치열한 1.000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타자를 우선한다는 것이지요. 인류 탄생이래 한 대륙 전체에서 이헣게 오랫동안 이 문제에 매달린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안에 인간의 모든 것이 있는 소중한 것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바탕에서 서양의 현대 문명이 탄생하고 세계의 원리가 됩니다. 따라서 현재에 우리에게 발생하는 문제의 답은 이 천년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 이 믿음에 저도 동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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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반갑습니다~^^ 1000년의 사유를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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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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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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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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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함께하게 돼 반갑습니다.
그런데 중세철학 개강날는 이번주 목요일이랍니다~
목요일에 뵈요
*^ ^* 너무나 멋진 커리큘럼입니다!!!
이런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무지하게 부럽네요...
저는 인사원 때문에 시간이 겹쳐서 참여할 수는 없지만 ㅠ ㅠ
"재방송"을 학수고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