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모집 :: 강좌소개, 강사인터뷰를 위한 게시판입니다!


suyun

이크... 에둘러 대답한다는게 그렇게 전달되었다니 미안합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맡게 된 전주희입니다.
관련 질문은 <자본>은 경제학 책이니 철학이나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먼 분야가 아닐까? 라는 거였죠. 
물론 철학이나 예술을 좋아하더라도 <자본>을 읽는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자본>이 '경제학'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 아니라 맑스가 품은 사유의 급진성을 읽기 위해서. 라는 단서가 붙겠군요. 
우선 <자본>은 경제학 책이 아니며, 당대의 부르주아 경제학이었던 '정치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자본>을 경제학에 대한 책이라고 한정하는 것은 맑스의 의도가 아닐 뿐더라 맑스의 급진적인 사유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경제학이나 정치, 철학,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구별보다는 맑스의 사유에 대한 급진성에 주목하면서 <자본>을 읽기를 권합니다. 그러니 철학이나 예술을 좋아하더라도 이러한 맑스의 사유를 쫓아가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자본>에서 유의미한 사유를 캐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조금 걱정되었던 것은 마치 '맑스주의'를 읽지 않고서는 철학이나 예술의 급진성이나 정치성을 말할 수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해될까봐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한다는 것이 혼란을 초래했나봅니다. 낡고 오래된 주장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예술의 정치성을 주장했던 논의의 흐름들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저는 예술이나 철학의 고유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이 곧 '분야'에 한정해서만 사유를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지는 않습니다. 
맑스의 목표가 정치경제학의 '혁신'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의 '비판'에 있었던 것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는 '혁명'이라는 정치경제학을 초과하는 물음으로, 정치경제학의 문제설정 자체를 비판한 것이죠. 마찬가지로 철학이나 예술 역시 그 시대의 고유한 문제설정을 전복하려는 시도로부터 새로운 철학이나 예술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또다시 장황하게 설명하게 되었습니다만, 이러한 '비판'의 문제설정은 이번 <자본> 강의 내내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짧은 지면을 통해 미쳐 다 설명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