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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 공간의 상상상상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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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적 전제주의’로부터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까지‘문학·예술의 정신적 고향’에서 ‘자본주의 주변부 제국’까지 러시아를 가리키는 형용어들은 극과 극을 달린다하지만 이렇듯 현란하고도 모호한 이미지의 혼합 속에서 정작 러시아의 삶과 문화지성은 오랫동안 왜곡되거나 신화 속에 가려져온 게 사실이다그 결과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 실험은 실패한 이데올로기로 격하되고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은 자유 민주주의의 승리로 눈가림되거나수난과 저항의 역사는 그저 아름다운 문화라는 허울좋은 수사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우리는 아직 러시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더 이상 ‘적’도 아니고 ‘동지’도 아닌‘오래된 이웃’으로 마주한 러시아에 관해 이제 제대로 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이번 강좌는 대학 내의 전문가 서클 속에 폐쇄되어 왔거나 대중 속에서 안일하게 소비되어 온 러시아의 이미지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새로운 관점에서 러시아인과 그들의 삶문화에 대한 조망점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러시아를 여전히 막연한 이미지들 속에 상상하는 사람들그 불투명함 가운데 인식의 편린을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수강을 권한다.

 

개강: 2012 7 12 ( 2회 강의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반+토요일 오후 3) / 장소노마디스트 수유너머강당 / 강좌회비: 10만원

 

※ 강의는 교재를 토대로 강사가 재구성한 순서와 내용에 따라 진행됩니다.


 

 

책소개

 

 

러시아의 삶과 문화, 정치와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기획된 그린비 ‘슬라비카 총서’의 첫번째 권. 러시아의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의 역사는 물론이고 그 근저에서 이러한 역사를 추동해 온 언어와 종교, 이데올로기의 역사까지 폭넓게 아우름으로써 러시아 문화의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에 관한 풍부한 지식들을 접하는 한편으로, 문화와 문화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의 권위 있는 입문서 시리즈 중 한 권인 The Cambridge Companion to Modern Russian Culture를 완역했다.

 

옮긴이 서문

 

 

 

한국과 러시아(구 소비에트 연방)가 정식으로 수교한지 갓 20년을 넘었다고들 하지만, 최초로 조우한 역사부터 셈해 본다면 거의 350년이 넘는다. 첫 번째 만남은 서로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나선정벌(1654, 1658)로 기록된 국지전에 불과했으나, 1884년에는 이미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에서 조·로 수호통상조약을 맺어 국가간 관계로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제 정치에 어두웠던 구한말의 상황에서 아관파천(1896)이라든지 러일전쟁(1905) 등과 같은 혼란과 격변 속에 양국 관계가 표류하느라,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그 이전이나 이후로나 명료하고 균형잡힌 관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가령 19세기 말 전해진 <<조선책략>>을 통해 러시아는 조선을 노리는 탐욕스런 제국주의 열강으로 묘사되었고, 일제 강점기 때는 혁명의 소문 속에 공포 혹은 이상(理想)의 대상이 되었으며, 해방 이후 분단 상황에서는 천사와 악마라는 양극단을 통해서 인식되었던 것이다. 19세기말~20세기 초 근대화를 둘러싼 급박한 지정학적 변동을 고려하더라도, 최근까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다면적이고 총체적이기는커녕 일방적인 불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지정학적 이해 관계만이 러시아관을 규정짓지는 않았다. 일본을 통해 유입된 근대 러시아 문학과 예술은, 우리에게 ‘러시아’라면 무엇보다도 우선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심어놓는데 성공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집을 사다놓는다든지, 클래식 감상을 위해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등을 선택하는 것은 근대 한국의 문화사에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요즘은 어떤가? 휴가철에는 러시아 근대의 고도(古都)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다녀온 여행기가 화려한 사진과 함께 블로그를 장식하고, 볼쇼이 발레단의 아이스쇼가 주기적으로 개최되며, 잊을 만하면 러시아 관련 전시회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채운다. 그러나 우리를 이토록 매혹시키는 ‘러시아 문화’가 실상 100년 전의 과거 혹은 서구의 시선과 감수성을 투과해 전해진 형태라는 데 주목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우리가 아는 러시아 문화와 그 영웅들은 대개 소비에트 시대 이전에 활동했거나, 혁명이 발발한 후 유럽과 미국으로 망명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접하는 러시아 현대 문화는 실제 전통의 일부라기보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상업적으로 다듬어진 상품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한국에서 러시아 문화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아직 절반의 얼굴밖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를 극명하게 입증해 주는 사실은 포스트 소비에트 시대의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당장 서점에 나가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러시아에 관한 상투적이면서 착종적인, 모순된 인식을 금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러시아 문화는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이라는 거의 한 세기 전의 유미주의적 이미지에 아직도 포장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제정 시대의 전제주의와 소비에트 시대의 1당 독재,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추락한 국제 정치적 위상 등은 현재의 후진적 정치 행태와 더불어 늘 조소의 대상이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누구나 소비에트 체제 이후 각종 산업의 몰락과 국민 생활의 빈곤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타샤’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처에서 성 산업에 희생되는 러시아 여성들은 이런 사정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2000년대 들어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과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강대국의 지위를 복구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가 놀라는 것도, 사실 심중에 러시아는 이미 영락한 과거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과 20년 전까지 가장 위협적인 적대국의 이미지로부터 정치·사회·경제적 조롱의 대상이었다가 다시 경탄과 두려움의 사이를 오가는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도대체 얼마나 명료하고 총체적인가? 우리는 여전히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러시아인과 그들의 삶, 정치·사회·경제·문화 전반에 대해 피상적이고 일면적인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외양만을 따져본다면, 국내 유수의 대학들에 러시아 관련 학과가 설치된 지 꽤 오래고, 현지에서 연구하고 돌아온 전문 인력들도 이젠 적지 않다. 다방면에서 러시아에 대한 논문과 저술들이 빈번히 출판되며, 번역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본다면, 러시아를 처음으로 접하는 대중을 위해 마련된 입문서와 전문 연구가들이 내는 논문 및 서적의 간극은 아직 넓고도 깊다. 대중적 저술들이 문학·음악·미술·발레 등의 고급 문화 영역에 대한 상찬이나 호사가적인 진기함에 젖어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맥락적 설명과 이해를 놓치는 반면, 학술 논문들은 협소한 분야에 지나치게 천착하거나 전문가 아니면 해독할 수 없는 심오함만을 추구한 채 대중들로부터 스스로 소외되는 형편이다(대표적으로 러시아어 인용구를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는 관례를 예거하고 싶다). 대중적 교양과 학문적 깊이의 ‘사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러시아에 대한 상투화되거나 착종되고 모순적인 이미지를 떨쳐내기란 요원한 일이라 생각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러시아인과 그들의 언어와 관습, 정치 형태와 사회적 규범, 경제 생활 및 일상의 통념과 지적 수준, 감성적 인식의 다양성, 달리 말해 삶의 양식 전반으로서의 문화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지적해 줄 수 있는 책은 불가능하다. 이는 지식의 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러시아’라는 기호의 경계가 애초부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인과 문화의 역사적 기원은 오늘날의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 있으며,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동안 수많은 지역민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복속시키면서 우리가 아는 근대 러시아가 성립했다. ‘러시아’라는 기호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민족과 국민, 국가의 이름일 뿐, 실제로 그 땅에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의 양식 전반은 러시아라는 이름으로 다 담아낼 수 없고 그럴 필요조차 없을 지 모른다. 러시아에 대한 다면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의 불가피함이란, 방대한 백과사전적 작업을 통해 그 땅의 모든 것을 알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관점과 인식의 한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며 ‘러시아’라는 기호에 관련된 이질적인 다양성을 조사·분석하며 맥락화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엔 명민한 통찰력, 창조적 상상력과 함께 비판적 시선이 필수적이며, 지금 우리가 ‘러시아 문화’에 대해 성찰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과정을 포함해야할 것이다.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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