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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강좌 강사 인터뷰

 

<위안부 문제에 던지는 '다른' 질문들: 인터뷰 제1탄>

 

Q1. 안녕하세요. 이번 여름의 위안부 강좌는 수유너머 104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한 위안부 세미나의 결실이라고 들었는데요.
수유너머에서 위안부 세미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간 어떻게 세미나를 진행해 오셨는지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사진_심아정.png 사진_위안부지도.jpg

 

심아정: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되었을 때,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특히 ‘불가역적’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띄었는데, 이것은 오히려 ‘가역’의 운동을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했죠.
연구실에서 진경샘을 시작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성명서 발표 후에는 전공이나 관심사가 각기 다른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서 2016년 1월 첫째 주부터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까지 1년 반 정도를 거의 매주 함께 공부해 왔어요.


공부를 해 나가는 와중에 위안부 관련 자료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죠.
처음에 동료들과 함께 증언집을 읽었을 땐, 신체와 정신이 동시에 반응을 해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긴 시간 집중해서 증언집을 읽고 나면, 그날 밤엔 몸이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웃음과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울다가 웃다가 한 기억도 많아요.   
독서량이 많았던 지난 여름에는 세미나가 끝나면 어김없이 뒷풀이를 하며
혼자 감당하기 힘든 마음들을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나누고 결국엔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헤어지곤 했죠.
고통의 연대에는 오히려 웃음의 굳은 살이 박히더라고요. 놀랍죠? ^ ^
그래서 위안부 운동 하시는 분들이나 할머니들도 잘 웃으시고 농담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선행 연구자들의 연구에 기대어 혹은 오랜 기간 정성들여 만든 다큐나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뜨겁게 논쟁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물음들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이 물음들을 토대로 이번 강의에서는
지금-여기의 우리들이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문제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수강생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Q2. 강좌 제목이 위안부 문제에 던지는 ‘다른’ 질문들인데요.
수유너머 104는 주로 철학 쪽에 치우친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있기에
위안부 문제처럼 구체적인 역사성을 갖는 주제 강좌는 좀 의외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유너머 104 나름의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요즘에는 이곳저곳에서 위안부 관련 책도 많이 출간되고, 심포지움도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수유너머 104의 위안부 강좌가 이들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예컨대, 철학적인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접근했을 때 새롭게 할 수 있는 이야기랄까..?

 사진_이진경.jpg 사진_송신도.jpg

 

이진경: 철학에 치우친 공부를 하는 건, 저에게나 해당되는 얘기 아닐까요? ^ ^
저도 철학적 관심이 강하지만, 그저 철학자들의 책을 문헌학적으로 뒤지는 ‘고전적인’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지요.
저는 요즘 위안부 외에도 인공지능, 김시종의 시 같은 것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사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위안부’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것은 힘 관계의 기이한 역전 같은 것입니다.
사실 위안부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된 이상, 일본 정부는 그걸 인정하고 기록하고 배상하면 될 겁니다.
그런 일이야 역사 속에서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어찌보면 아주 ‘작은’ 일처럼 보이는 이 문제에 대해
돈도 많고 권력도 있는 일본 정부나 우파들은 대체 왜 저리 극단적일 만큼 배타적일까 이상하지 않나요?
아시아 전체를 침략했던 ‘거창한’ 문제에 대해서 인정한 터에, 그 일부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왜 저리 히스테리컬하게 대응할까요?
그만큼 위안부 문제가 치명적이라고 느낀다는 뜻일 텐데, 왜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그건 위안부들이 제기하는 진실을, 그분들의 존재 자체가 드러내는 진실을 견딜 힘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반면 위안부들은 위안부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 그나마 어렵게 버텨온 자신의 삶 전체를 와해시킬 만큼 부담스럽고 난감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래 내가 위안부였다!’면서 그 진실을 말하고 드러냈으며, 25년 이상을 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진실을 견딜 힘을 갖고 있는 겁니다. 니체 말을 빌면 진정한 의미의 강자들인 겁니다.
반대로 일본 정부는 진정한 의미의 약자들인 거지요.
위안소를 만들고 위안부를 동원했다는 다 드러난 사실조차 인정할 힘이 없는 겁니다.


프로이트가 말했다지요. “모든 억압된 것은 되돌아온다.”
이는 증상적인 것에 사로잡히게 만드는데, 이게 바로 일본 정부에 해당되는 일입니다.
그들이 위안부에 대해 진솔하게 인정할 수 없고 그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억압하는 한, 그들에게 위안부는 증상으로, ‘유령’으로 반복하여 되돌아올 겁니다.
위안부들이 모두 돌아가신 뒤에도 말입니다. 약자들이고 병자들인 겁니다.


저는 사실 일본 정부나 우파의 약함이나 증상에 대해서보다 오히려 위안부들의 이 놀라운 힘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조국’에서조차 경멸과 비난의 시선으로 인해, 극단의 피해자이면서도 그런 사실마저 애써 감추며 50여년을 살아야 했습니다.
일전에 조국광복회인가 하는 단체가 독립기념관에서 위안부 관련 자료를 철거해달라고 하는 청원을 냈었지요.
그 얘기를 듣고 정말 얼마나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는지....
저는 그 점에서 위안부들에 대한 또 다른 가해자는 한국 정부, 한국의 남성들,
그리고 위안부에 쓰디쓴 시선을 던지는 가부장적 한국사회 전체임을 다시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그렇게 50년을 침묵 속에 갇혀 살아야 했던 분들입니다. 그 사건의 무게와 시간의 길이는 누구도 견디기 힘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결국 ‘그래 내가 위안부였다’며 스스로의 진실을 드러냈고,
그것을 안고 매주 거리에서의 집회를 25년 이상 지속해 온 겁니다.
집회나 시위를 해본 사람이기에 잘 알지만, 25년은커녕 25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말 초인적인 힘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해온 겁니다.
그 놀라운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것처럼 중요한 철학적 주제가 어디 있을까 싶어요. 이것처럼 중요한 정치학적 주제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Q3. 첫 강부터 식민지, 민족, 하위주체, 재현... 정말 ‘뻑뻑한, 뻑뻑한’ 키워드들이네요.
도대체 이런 큰 주제들을 엮어서 어떤 얘기를 풀어가시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진_윤영실.jpg 사진_소녀상.jpg 소녀일러스트.jpg

 

 

윤영실: 지난 10여년 간 국내외의 한국학 연구에서 가장 뚜렷한 흐름 중 하나가 민족주의 비판이었어요.
저 역시 민족주의의 폐해에 충분히 공감하고, 민족주의가 현재나 미래의 이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국의 민족주의 비판이 너무 피상적으로 성급하게 이뤄지면서, 전선(戰線)이 뒤죽박죽 헝클어진 측면이 있어요.
우리가 정말 맞서 싸우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작 지키고 옹호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한마디로 적과 아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지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식민지의 민족주의를 포함하여 모든 민족주의를 일괄적으로 비판하면서 정작 역사상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
나아가 포스트식민기에도 지속되는 식민주의의 효과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사라져버렸다는 겁니다.
 

『제국의 위안부』 역시 민족주의 비판에 치중하다 정작 식민주의 비판이나 하위주체 재현의 윤리 등을 놓쳐버린 경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민족주의가 억압한 하위주체의 다른 목소리를 복원하는 시도라는 식의 옹호론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는 하위주체의 ‘재현’에 관한 이론적 논점들을 정리하면서,
위안부 논쟁들이 각각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를 좀더 명확히 그려보고자 해요.
무엇보다 식민주의의 필연적 구성요소인 ‘민족(네이션) 모순’과 민족주의의 층위를 구분하면서도,
양자를 아울러 극복할 수 있는 정치철학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데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식민지 과거 청산’ 역시 이러한 탈식민화(decolonization)의 전망 위에서만 온전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부분은 한 꼭지의 강의 안에 다 담기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어쨌든 최대한 문제의식만이라도 전하려고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호호호. 역시 ‘뻑뻑한, 뻑뻑한’ 강의가 될 것 같네요. ^

인터뷰 제2탄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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