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모집 :: 강좌소개, 강사인터뷰를 위한 게시판입니다!


<2017 여름강좌>

루쉰에 다가가는 6개의 단어

강사: 최진호

 

 

1.첫 강의에서 다뤄질 주제지만, 그래도 여쭤보겠습니다. 루쉰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 1936년에 사망합니다. 이 시기 동안 중국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의 하나가 ‘혁명’일 것입니다. 제국의 약화와 해체, 신해혁명, 국민혁명, 사회주의 혁명 등등. 혁명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었지만 ‘혼돈’을 불가피하게 수반했습니다.

 

htm_2013020523555910101012.jpg남창의거의 모습.jpg00016c8b5de00f2c8a6903.jpg

 

 

저한테 루쉰은 이 혼돈의 시기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루쉰이 죽기 직전 미완성으로 남긴 글의 등장인물도 흥미롭습니다. 루쉰은 그 글에서 일본 유학시절 만나 중국 혁명의 지도자 황싱(黃興)을 추억합니다.

 

 

다운로드.jpg

황싱(黃興)(1874~1916)

 

 

황싱은 1900년대 도쿄에서 사범학교를 다녔는데 그 시절에 다른 ‘혁명군자’들처럼 변발을 자르지도 않았고 소리 높여 혁명을 외친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반항적 기질’을 딱 한 번 드러낸 적 있다고 루쉰은 회상합니다. 그것은 일본인 학감이 학생들에게 웃통을 벗지 말라고 하자 한사코 웃통을 벗고 세숫대야를 들고서 목욕탕을 지나 ‘슬렁슬렁’ 자습실로 들어간 일입니다. 루쉰은 혁명의 시대에 혁명가는 ‘공담’이나 ‘한담’을 말하는 이가 아니라 ‘실재로’ 적에게 타격을 주는 동시에 계속 살아내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루쉰 역시 글을 무기로 삼아 혼돈의 중국을 횡단했다고 생각합니다."

 

 

 

 

 

2. 강의 소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잡문' 입니다. 잡문이라 함은 어떤 걸까요? 또 그것이 루쉰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1486616015-7293_thumb.jpgdownload.jpg

 

 

"우리에게 루쉰은 「광인일기」나 「아Q정전」등을 쓴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1918년부터 1936년까지의 문단 생활 속에서 루쉰이 주력했던 것은 ‘번역’과 ‘잡문’이었습니다. 특히 ‘잡문’에는 변화하는 중국 상황과 사람에 대한 루쉰의 통찰이 담겨져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2대 서기장이자 평론가였던 취추바이(瞿秋白)는 루쉰의 잡문을 급변하는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급변하는 중국 사회, 특히 정치적 압제가 강고했던 중국 사회에서 작가는 통상적인 예술 형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작품 속에 충분하게 녹여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죠. 잡문은 이런 조건에서 탄생한 ‘예술성을 띤 논문’입니다. 동시에 잡문은 ‘자질구레’하기는 하지만 시대를 담고 있어서, 모든 사람이 아니라 저항하고 싸우는 누군가에는 필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루쉰의 잡문은 사회의 일상적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투창과 비수입니다. 이 투창과 비수에는 비장미만이 아니라 유머와 시대에 대한 통찰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3.이번 질문은 좀 큰 질문인데요. 연구실에서 동양사상가를 다루는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20c에는 루쉰을 비롯한 동양사상가들은, 물론 서양의 철학을 배웠겠지만 이것을 똑같이 반복하지 않고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변용을 시켰을 것 같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루쉰을 사례로 좁혀서 답해주셔도 됩니다.

 

 

"루쉰의 「광인일기」는 달 빛을 본 주인공의 각성에서 시작합니다. 통상 계몽의 이미지는 태양의 빛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어둠에 빛을 비추는 것이 통상적인 계몽이지요. 그러나 루쉰에게 각성은 달 빛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는 ‘중국의 역사’가 ‘식인’의 역사였으며,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역시 ‘식인’을 하는 사람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비판합니다. 그런데 그 비판의 끝에서 또 다른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 역시 ‘식인’ 문화의 일부였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비판하는 자와 비판 대상으로 구분하는 길이 막혀 버리게 됩니다. 어떤 비판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 침묵의 순간이 그의 진정한 각성이었던 것입니다. 깨어났는데 그 곳이 쇠철방이었다는 것이지요. 깨어난 뒤에 가야할 길이 보여야하는데 길이 없다는 자각이었습니다. 이것을 깨어난 노예의 자각이라고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깨어나면 주체라고 말하지만, 루쉰은 깨어났는데 노예인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이 자각 속에서 더듬더듬하면서 계속 길을 찾는 것이 루쉰의 저항이었습니다."

 

 

 

 

 

 

4. 강의구성이 6개의 키워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자선집, 출구, 이이, 논쟁, 윤리, 잡} 루쉰을 다루는데 있어 이 6개의 단어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이런 순서를 정한 건 어떤 이유가 있나요?

 

" 강의는 루쉰이 기록한 루쉰에서 시작합니다. 루쉰 식의 ‘이 사람을 보라’인 것이지요. 자신의 글과 활동에 대한 그 자신의 규정을 통해 ‘루쉰’의 삶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루쉰의 삶이란 혼돈의 중국 사회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출구의 모색은 적들과의 지난한 ‘논쟁’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다운로드 (1).jpg

 

 

때로는 적을 공격하는 동시에, 그들을 훌륭하게 조형해냄으로써 루쉰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중국의 급변하는 상황은 루쉰을 글을 쓸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적과 싸우는 데 있어 ‘잡감만 있을 따름’(而已)이었는데 했는데 이 무기조차 절망해야 순간이 온 것이지요. 그 순간 루쉰은 ‘잡감’마저도 버립니다. 그리고 ‘따름’의 세계와 마주합니다. 어떤 대의나 명분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더라도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쓸 ‘따름’(而已)이었습니다. 바위에 짓눌린 들풀이 곧게 자라는 대신 옆으로 구불구불 자라는 것처럼, 루쉰은 자신의 글을 씁니다. 아주 ‘자질구레한 것’조차 무기로 삼습니다. 루쉰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열망합니다. 이것인 이 6개의 단어를 고른 이유입니다."

 

 

 

 

 

 

5. 강의 시작 전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루쉰 전기는 꽤 많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린시엔즈의 『인간루쉰 상하』(사회평론)나

03905831_20070202.JPG

 

『노신평전』(실천문학사),

 

노신.jpg

 

마루오 쯔네키의 『노신』(제이앤씨)을 좋아합니다.

            8956683263_1.jpg

 

 

              루쉰을 포함한 당대 중국 지식인들의 운동을 다룬 조나선 스펜스의 『천안문』(이산)도

              8987608093_1.jpg

 

                읽어보시면 전체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좌 소개 바로가기-> 클릭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수유너머 104의 정규강좌란? 어떻게 참여할까요? [2] vizario 2017.03.18 5059
공지 정규강좌 수강신청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vizario 2017.03.21 1692
211 [2019여름강좌] 강좌소개 :: 들뢰즈/가타리, 분열분석의 기초개념들 / 이진경, 최진석, 김효영 / 7.8(월) file 효영 2019.06.09 2974
210 [2019여름워크숍] 강좌소개 :: 시창작워크숍_미지의 시쓰기 / 송승환 / 7.5(금) file 효영 2019.06.09 696
209 [2019봄강좌] 강좌폐강 :: '예술과 커먼즈' 폐강안내 효영 2019.04.02 343
208 [2019봄강좌] 강사인터뷰 :: 예술과 커먼즈: 어펙트시대의 문학과 정치_제2탄 file 바스락 2019.03.28 448
207 [2019봄강좌] 강사인터뷰 :: 예술과 커먼즈: 어펙트 시대의 문학과 정치_제1탄 file 바스락 2019.03.27 475
206 [2019봄워크숍] 강사인터뷰 :: 바깥의 시쓰기, 송승환시인 file 비슈1빠 2019.03.24 951
205 [2019봄강좌] 강사인터뷰 :: 벤야민x어펙트: 예술과 감응의 탈주선_권용선선생님 file 구르는돌멩이 2019.03.22 505
204 [2019봄워크숍] 강좌소개 :: 바깥의 시쓰기 / 송승환 / 4.5(금) file 효영 2019.03.14 885
203 [2019봄강좌] 강좌소개 :: 예술과 커먼즈: 어펙트시대의 문학과 정치 / 김대현, 김미정, 김지윤, 이성혁, 최진석 / 4.4(목) file 효영 2019.03.14 855
202 [2019봄강좌] 강좌소개 :: 벤야민×어펙트: 예술과 감응의 탈주선 / 권용선 / 4.3(수) file 효영 2019.03.14 784
201 [2019겨울워크숍] 강사인터뷰 :: 전각 워크숍 / 고윤숙선생님 file 효영 2018.12.19 455
200 [2019겨울강좌] 강사인터뷰 :: 어펙트이론 입문 / 최진석선생님 file 바스락 2018.12.18 721
199 [2019겨울워크샵] 강사인터뷰 :: 최초의 시쓰기 / 송승환시인 file Jae 2018.12.16 620
198 [강좌신청방법] 신청방법이 새롭게 바뀌었어요 file 효영 2018.12.16 598
197 [2019겨울워크숍] 강좌소개 :: 전각워크숍 / 고윤숙 / 1.4(금) file 효영 2018.12.07 570
196 [2019겨울워크숍] 강좌소개 :: 최초의 시쓰기 / 송승환 / 1.2(수) file 효영 2018.12.07 968
195 [2019겨울강좌] 강좌소개 :: 어펙트affect 입문 / 최진석 / 1.4(금) file 효영 2018.12.07 1016
194 [2019겨울강좌] 강좌소개 :: 바깥의 문학 / 이진경, 송승환, 최진석, 진은영 / 1.10(목) [4] file 효영 2018.12.07 2186
193 [2018가을강좌] 강사인터뷰 :: 가라타니 고진, 그 가능성의 중심 / 조영일선생님 file lectureteam 2018.09.12 664
192 [공개강좌] 6가지 키워드로 읽는 포스트인문학 10/6(토) 개강 file lectureteam 2018.09.05 1889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