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수유너머N 여름강좌 2
획(劃)이 그리는 세계
― 서예의 철학과 역사 ―
강사: 고윤숙 (동묵헌/열림서예연구원)
글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추상이지만, 사물을 대신하고 그림을 대신하는 추상이다. 몇 글자 적는 것이면 사물도 그림도 대신할 수 있는 놀랍고 간결한 추상. 그래서 글씨를 배운 아이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서예는 글자를 글자 그대로 둔 채, 글자로부터 벗어나 그림으로 만든다. 먹이 묻은 붓으로 가로 획을 하나 그을 때, 서예가는 그저 글자의 일부인 선을 하나 그리는 게 아니다. 먹의 농담과 붓을 움직이는 힘의 강약, 그리고 붓의 속도와 움직임이 만드는 획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다.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맺는가, 어떻게 비틀고 어떻게 꺾는가에 따라 우주적 힘이 표현되는 어떤 형상이 나타난다.
서예란 글자로부터 벗어나는 탈주선이 글자 그 자체 안에서 작동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글자를 쓰는 것만으로 예술이 될 수 있다. 글자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벗어나는 탈주선들. 그것을 다루면서 이런저런 글자체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배우는 이들을 위한 교본이 되면서 또 하나의 코드가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탈코드화의 선들이 시작된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이런 반복이 서예의 역사를 이루어왔다. 이 강의는 이 역사를 엿보는 작은 문이 되고자 한다. 글자 안에 범람하는 수많은 탈주의 흔적들을, 우주적 힘의 표현들을 함께 맛보도록 하자.
* 개강: 2016년 7월 11일, 매주 월요일 저녁 7:30 4층 (강의실)
* 총 4강 8만원
* 강사: 고윤숙 (동묵헌/열림서예연구원)
1강 池水盡墨(지수진묵: 못의 물이 먹에 의해 온통 새까맣다)의 세계
- 글자의 실용적 목적은 기록이다. 하지만 어떤 매혹을 느꼈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평생 수련하며 예술의 경지까지 올라섰을까? 글자의 변화와 전각, 문방사우 등을 통하여 서예의 예술적 요소들에 대하여 살펴본다.
2강 오체, 글쓰기가 만드는 다양한 스타일들(해서, 행서, 초서, 전서, 예서)
- 글씨체는 저마다 색다른 강도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어떤 글씨체로 작품을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이러한 글씨체의 변화와 현재 형태, 역사적인 변형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서예의 철학이 표현하는 특이성을 느껴보도록 하자.
3강 왕희지, 구양순, 안진경, 또는 중국의 서예가들
- 중국의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왕희지를 비롯하여, 역사상 중요한 서예가들과 작품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이다. 글쓰기에 얽힌 서예가들의 삶과 사건에 관해 아는 것은, 작품에 대한 깊이있고 풍요로운 이해를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4강 조선 명필의 세계, 혹은 벼루에 구멍을 뚫고 붓자루를 망가뜨린 이야기
- 추사 김정희를 중심으로 이 땅에서 글쓰기의 예술을 실천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해 보도록 한다. 또한 한문과 다른 스타일을 향유하는 한글서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다양한 한글 작품들을 살펴보며 우리나라 서예의 역사적 흐름을 알아보도록 하자.
* 매 강좌마다 ‘임서(臨書)’시간을 갖을 예정입니다.
‘임모(臨摹)’는 서화 모사(模寫)의 한 방법이다. 서(書)의 경우, 임서(臨書)라고 한다. ‘임’은 원작을 대조하는 것을 가리키고, ‘모’는 투명한 종이를 사용하여 윤곽을 본뜨는 것을 말한다. 넓게는 원작을 보면서 그 필법에 따라 충실히 베끼는 것을 의미한다.
* 강사소개: 고윤숙 (동묵헌/열림서예연구원)
이화여대 조형예대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5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외 다수의 대회에서 서예/전각부문 14회 수상, 국내외 단체전 다수 참여, 수유너머에서 토요서당, 화서각, 서양고전 등 강의. 현재 동묵헌 및 이화여대 열림서예연구회에서 자암 김장현 선생님의 지도하에 서예와 전각을, 수유너머N 인사윈에서 예술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강사인터뷰 1탄: http://www.nomadist.org/xe/Nzine/2424077
강사인터뷰 2탄: http://www.nomadist.org/xe/Nzine/242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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