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모집 :: 강좌소개, 강사인터뷰를 위한 게시판입니다!


 

 

2017년 여름강좌 강사 인터뷰

 

<위안부 문제에 던지는 '다른' 질문들: 인터뷰 제2탄>


Q 1-1.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논자들이 서로 다른 지점을 강조하고, 다른 주장을 하는 것 같아요.
자세한 얘기야 강의를 들으며 함께 고민해 보겠지만, 일단 왜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지요?

 

사진_이지은.jpg사진_배봉기.jpg

 

이지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합의를 계기로 다시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즈음 하여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문제, ‘소녀상’ 문제 등등도 있었구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젠더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여성 하위주체’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식민지’ + ‘여성’이라는 중첩된 구조가 있었고,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계급문제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못 사는 집안의 여성들이 갔으니까요.
그런데 해방 후에도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이들의 목소리를 억압해 온 것이지요.
‘위안부’ 여성이 피해자임에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죄책감을 가졌으니까요.


윤정옥 선생님 등의 노력에 힘입어 겨우 ‘위안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공간이 마련되었을 때는,
‘민족주의’가 문제를 간단치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대협의 운동도 진화를 거쳐 왔는데요,
초기에는 일본인 ‘위안부’와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컸다고 들었습니다.
이들 사이엔 모집 과정 및 방법, 본국 여성과 식민지 여성, ‘위안부’가 된 후의 생활 등등의 차이가 있었어요.
그러나 다른 한편 ‘군대 성폭력 피해’라는 점에서는 또 같지요. 이러한 복잡한 상황 때문에 의견 대립이 있었던 거지요.
그러니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는 ‘젠더’, ‘제국주의’, ‘계급’, ‘가부장제’, ‘민족주의’가 모두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논자에 따라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논자가 어떤 입각점에 있느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지게 됩니다.

 

Q 1-2. 네, 간단치 않은 문제군요. 왜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되었는지는 어렴풋이 알겠네요.
그런데 문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선생님은 어떤 점에 관심을 두시나요?

이지은: 네, 이 많은 문제를 두고 전 다른 지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사실 문학,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접할 때 ‘재현’의 방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현’의 방식을 묻기 이전에,
이것이 탄생하는 순간, 증언자(당사자)와 서술자 사이에 어떤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할머니의 증언을 받아 적는 사람, 할머니의 삶을 기술하는 사람의 역할이요.
이들의 존재를 무엇이라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령, 르포를 읽다보면 이 문장이 증언자의 목소리인지, 기술하는 사람의 목소리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주체와 객체 사이의 어떤 목소리, 혹은 둘의 목소리가 모두 담긴 다성적인 문장, 이런 것들을 자꾸 찾게 되었습니다.
증언자의 신체에 접속하는 글 쓰는 ‘손’으로서 서술자. 이러한 목소리를 더 많이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밀고 나가면 ‘당사자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또 이는 ‘재현’을 다른 방식으로 문제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2. 강의소개를 보니 페미니스트 인터내셔널리즘의 모범적인 사례로 17년 전에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에 주목하시던데,
이 법정에 어떠한 의미부여를 하고 계신지, 그리고 법정 이후의 시간들 속에서 어떤 지점들을 눈 여겨 보시는지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진_심아정2.jpg 사진_국제여성전범법정.jpg

 

 

심아정: 저는 최근에 이제껏 함께 공부해 온 동료가 병역거부로 인해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함께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의 재판에도 3번 동행했는데, 그때마다 ‘법정‘이라는 시공간은 정의가 실현되는 장소가 아님을 실감했죠. 
그러나 제 옆 자리를 떠나 뚜벅뚜벅 피고석으로 걸어가는 동료의 뒷모습에서
적어도 법정은 진리가 드러나는 장소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판에서의 패소는 운동의 실패와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을 위반한 자의 상상력과 무고함이 드러나는 계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주목하는 여러 법정 또한 진리와 주체가 드러나는 '사건'과도 같은 성질을 가집니다.

 

2000년 12월에 닷새 동안 동경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이하 '법정')은
가해국 일본정부와 히로히토 천황에게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는 민중법정이었어요.
일본 국내에서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이 법정을 방청했지만, 단 두 개의 언론에서만 보도되었죠.
뿐만 아니라, 법정을 소상히 보도할 예정이었던 NHK가 정치적인 압력에 굴복한 나머지,
천황에 대한 유죄 판결과 가해병사의 증언 등을 삭제하고서 방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NHK의 내부고발이 있었고 결국엔 패소했지만,
그들이 그토록 공들여 삭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무언가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진실이 있었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정'이 열린 이후에 일본 내 위안부 운동은 우익들에게 거센 공격을 받게 되는데요,
오히려 이러한 역풍은 '법정'을 지지하고 실현했던 사람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죠.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페미니즘은 운동이나 담론 양 측면에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1990년대에는 국가, 계급, 민족, 식민지,젠더 등의 분할선이 그어져 있던 위안부 문제에
페미니즘이 또 하나의 분할선을 그으면서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는 장(場)을 만들어내며 등장했다면,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는 페미니즘이 기존의 여러 분할선들과 구분들을 넘어서는 연대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식민지와 피식민지의 구도, 젠더와 계급 마저도 초과해 버리는 인터내셜널리즘(국제주의)이 가능했던 장소였죠.
제 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맑스주의 마저도 '자국방어'를 우선시하며 현행화 해내지 못했던 인터내셔널리즘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현행화된 적이 있다는 것을  '법정'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법정' 이후의 시간들에서는 '법정'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과테말라 민중법정이라든가,
그 이후 운동의 차원에서 결실을 맺은 성과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법정' 이후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변모한 ’위안부‘ 문제의 문제지형 속에서,
지금-여기의 우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우리의 문제로 ’문제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Q3. 강사 중 단연 이채로운 경력을 띠고 계신데요.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한 영상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언제, 왜 그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짤막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사진_홍현숙.jpg 사진_문옥주.jpg

 

홍현숙: 지난 해가 문옥주 할머니 돌아가신지 20주년을 맞는 해였고,
마침 대구에 있는 희움 박물관이 새로 개관하면서 기념하는 전시를 문옥주전으로 정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최근 몇 년째 위안부할머니들을 주제로 영상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마침 수유너머에서 하는 위안부 세미나에 운 좋게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세미나를 하면서, 저의 위안부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나름대로의 갈래가 생겼고, 위안부운동의 다른 면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옥주의 ‘소리’를 따로 듣게 되었고 그의 위안부 운동참여의 방식도 알게 되었는데요,
문옥주 할머니의 삶에 대한 태도의 거침없음, 자유로움, 예술적 재능들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저는 수요집회에서 문옥주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회에 오신 사람들에게,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써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수백 장의 한지위에 곱게 손으로 써 내려간 편지를 할머니 무덤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무덤을 그 편지들로 덮어드렸습니다. 참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도 좋아하셨을 겁니다.

 

이번 강의에서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문옥주가 위안부시절, 그가 통장을 맡겼던 우체국의 직원이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그가 죽을 때까지 운동을 돕고 같이 살기도 했던 모리카와 마츠코상입니다.
그는 문옥주의 사후, 문옥주의 삶의 궤적을 따라 버마까지 가서 살다 오고,
지금까지도 배우 가라타니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아 다니며 ‘문옥주’를 공연하고 있습니다.
문옥주라는 한 위안부가 자기 앞의 현실을 도저하게 휘저으며, 탈주선을 타는 모습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드러내는 실천을 소박하게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오고 있습니다.

 

Q4. 강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실 것인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공지만 보면 어떤 얘길 하실지 잘 상상이 안되거든요.   ^ ^ 


  사진_가해병사2.jpg 사진_가해병사3.jpg

 

카게모토 츠요시: 아아,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공지할 때는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여서 대강 말한 탓에 좀 애매한 제목이 되었어요. 
‘다른 질문’을 얼마나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병사들의 이른바 ‘후일담’소설을 읽어보자는 것이에요. 
물론 이런 시도는 일본에서는 많이 수행되었지요. ‘위안부 표상’에 관해서는 꾸준히 쓰였고,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다른’ 문제제기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한국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일본 소설들을 접하기가 어렵기도 해서 어떤 분들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본 소설을 원어로 읽고 일본에서의 위안부관련 논의를 따라가면서 공부하시는 분에게는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그것은 좀 걱정입니다만,,, ^ ^
제가 그 소설들을 읽어보려는 시각은 객관적 시각이 아니기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간 저는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남성으로 몇 십 년 살아오면서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후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병사들의 ‘후일담’을 읽는 것은 위안부 피해 여성의 증언을 듣거나 읽는 일과는 또 다른 힘듦이 있어요.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병사들의 글을 보면서 단순히 ‘바보’라고 해서 넘어갈 수 없는 질문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파고들어가 보렵니다. 
사실 제가 강의를 통해 말하는 것은 적나라한 병사들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피해여성의 증언을 소개할 때와 마찬가지로 강의실에서 토하고 싶어지거나 나가고 싶어지거나 될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무리해서 듣지 마시고, 장깐 나가서 공기를 마신다든가 해서 적절히 대처해 주셨으면 합니다). 
병사들의 목소리는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들 또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신체는 성욕이나 지배욕이라는 설명만으로는 풀지 못하는 다양한 감정들의 도가니입니다. 
결코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제가 어떻게 해서도 무시할 수 없는 병사들의 영역을 같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아, 이렇게 말해도 여전히 정리된 말이 아니네요. 일단 이런 식으로 답변하겠습니다.
 

 

강좌신청 게시판 바로가기- > 클릭

 

■ 이 강좌에 관련된 문의는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아래의 번호로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전화는 사정상 못 받을 수 있어요.  
  김충한   010-구구칠공-488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수유너머 104의 정규강좌란? 어떻게 참여할까요? [2] vizario 2017.03.18 5059
공지 정규강좌 수강신청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vizario 2017.03.21 1692
271 [2021가을강좌] 랭보와 현대 :: 10.8(금) 개강! file oracle 2021.08.07 856
270 [2021가을강좌] 기계주의 철학입문 :: 10.6(수) 개강! [4] file oracle 2021.08.04 1253
269 [2021여름강좌] 강사인터뷰: 스피노자의 탈근대주의_강희경 file 효영 2021.06.18 507
268 [2021여름강좌] 강사인터뷰: 차라투스트라 강독_류재숙 file 강좌팀 2021.06.15 548
267 [2021여름강좌] 강사인터뷰: 천개의 유물론_이진경 외 6인 file 지수지구 2021.06.09 536
266 [2021여름강좌] 천 개의 유물론 :: 7.3(토) 개강 file oracle 2021.05.24 1383
265 [2021여름강좌] 강사인터뷰: 세이렌을 듣는 밤_김경후 시인 file 낙타 2021.05.15 374
264 [2021여름강좌] 차라투스트라와 영원회귀 _7.9(금) 개강 [2] file oracle 2021.05.11 961
263 [2021여름강좌] 들뢰즈의 친구들 _7.8(목) 개강 [1] file oracle 2021.05.11 1442
262 [2021여름강좌] 시워크숍: 세이렌을 듣는 밤 _7.7(수) 개강 file oracle 2021.05.11 689
261 [2021여름강좌] 스피노자의 탈근대주의 _7.5(월) 개강 [2] oracle 2021.05.11 1010
260 [2021봄강좌] 강사인터뷰: 차라투스트라 강독_류재숙 [2] file 강좌팀 2021.02.27 687
259 [2021봄강좌] 강사인터뷰: 이것은 나의 ‘첫’ 시_김경후 시인 file 낙타 2021.02.23 685
258 [2021봄강좌] 시워크숍 :: 이것은 나의 '첫'시 / 4.7(수) 개강! [2] file 강좌팀 2021.02.07 1014
257 [2021봄강좌] 강독강좌 :: 차라투스트라1 / 4.9(금) 개강 [22] file 강좌팀 2021.02.07 1657
256 [개강연기] 헤겔을 넘어선 헤겔(1/6(수)-> 1/13(수) 효영 2020.12.31 270
255 [강좌취소] 화엄의 철학, 연기성의 존재론 생강 2020.12.29 407
254 [모집마감] 화엄의 철학, 연기성의 존재론 생강 2020.12.29 195
253 [2021겨울강좌③] 『의미의 논리』 읽기2: 강사인터뷰 file Jae 2020.12.18 502
252 [2021겨울강좌④] 들뢰즈 철학의 절단면들2: 강사 인터뷰 lllll 2020.12.17 559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