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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갈피접힌 시편들, 밑줄그은 문장들>이란 강좌 이름을 보고, 선생님의 시창작에 영감을 주었던 시편들, 마음에 꼭꼭 새기고 싶었던 문장들일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그러고는 곧 궁금해졌어요. 그런 영감과 감응으로 결국 세상에 나온 선생님의 작품들이 그렇게 많은데!(첫번째 시집 <기찬 딸>과 두 번째 시집<모른다> 같은 민중-되기의 작품들, <고릴라 코딱지>, <난 외계인이야> 같은 아이-되기의 작품들), 그런 선생님 작품을 주인공으로 하기보다, 그간 읽고 밑줄 긋고 한 귀퉁이를 접어두었던 그런 문장과 시편들을 불러오신 이유가 듣고 싶어요.

김진완 시인4.pngA1. 제가 쓴 것들 위주로 강의를 한다고요? 아이고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습니다. 변변치 않은 것들이라 부끄럽지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중간 중간에 시 몇 편을 끼워 넣기는 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걸 싫어해서 체계적으로 문학을 공부하지 않았어요.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도 우스운 얘기이긴 하지만요. 전 그냥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시집을 뽑아 읽고, 누가 좋다 재밌다하는 소설을 찾아 읽고 그랬어요. 그중에 뭔가 찌릿하게 와 닿는 작품들이 있거든요. 그런 시와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흔히 멋진 풍경이나 재밌는 광경을 보면, 혼자보기 아까운 장면이다 그러잖아요? 저 혼자 읽고 묻어두기 아까운 시편들, 내 안에 들어와서 싹을 틔우고 자라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시들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거지요. 그러면 다른 분들도 “아 괜찮네. 그럼 이제 내가 품은 것들도 보여줄게” 하지 않겠어요? 그럼 또 같이 읽어보고 얘길 나누는 시간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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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시를 감상하는 좋은 방법은 그 시를 숨 쉬는 것이라는 문구가 마음을 끌었어요. 편안히 숨 쉬는 것처럼 시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시 안에서 풍기는 냄새에 코를 킁킁 거리고. 그렇게 시를 읽는 것은 화려한 말놀이와 수사에 주목하는 것과는 다른 감각적인 공명과 같은 그런 것일까요? 그렇게 시를 숨 쉬며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혹은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각 강들마다 “출연”과 “영상”이 소개되는 부분이 이것과 연관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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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제가 공부가 짧아서 어려운 시들을 잘 이해 못해요. 평론가들 해설을 읽으면 ‘아 이게 그런 뜻인가?’ 고갤 끄덕일 때도 있고, ‘뻥치고 계시네’하고 고갤 흔들 때도 있지요.

선선히 잘 읽히면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시. ‘아 나도 이런 장면 본 적 있어. 이 느낌 나도 쫌 알지.’ 하는 시들이 좋고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제 개인적 체험과 닿아있는 시들은 특히나 잘 잊히지 않지요. 체험은 감각과 짝을 이뤄 잠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 속의 풍경이나 냄새, 빛깔과 촉감이 자신이 느꼈었던 감각과 닿는 순간, 시는 우리 안에서 싱싱하게 새로 태어납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영화에서 마지막에 기차가 터널을 통과하고 눈 덮인 벌판을 질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감독이 설국이란 소설을 읽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설국을 읽지 않았다면 그런 장면은 쉽게 나오지 않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헤헤- 설국 읽었네. 읽었어. 딱 걸렸지!” 이렇게 혼잣말 하는 재미! 이거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길에 십 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으면 줍나요? 안 줍죠. 요즘 십 원짜리는 쓸모가 거의 없지요. 무용한 거죠. 근데 박용래의 시를 읽었다면, ‘아 오류동 동전! 박용래의 전생을 길 위에서 만나다니!’ 할 테고, 유안진의 시를 읽었으면 ‘야호! 내가 디보탑을 주웠어!’ 하고 환호할 수도 있겠죠. 물론, 사람들 없는데서 그러는 게 좋겠죠? 동전은 안 주워도 내면에 가라앉아있던 시는 줍게 되는 거 아닐까요? “뭐야 이거 내가 쬐금 시인같구나야-”하고 웃는다면, 그것도 조금 신나는 일일 거고요.

시들을 자기 안에 많이 끌어들일수록 일상과 연결되는 관계망들이 더 촘촘해집니다. 그딴 게 무슨 소용에 닿는 일이냐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유용한 것만 쫓다가 어떻게 됐지요? 수많은 생명체들을 멸종시키고 지구를 거의 거덜 냈잖아요. 시가 무용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생명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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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이라는 제목의 1강이 “산다는 일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라고 시작하는 것부터 마지막 6강이 “나는 너다! 우린 모든 것 기억하는 물방울이므로”로 맺어지는 전개가 어떤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우리’라는 공명하는 몸들을 만들기 같은?). 그런 시선에서 보니 중간에 처절한 외로움에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먼 집으로 가는 시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내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의 목소리로 말하기도 하는 중간 부분이 갑자기 의미심장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일종의 “존재의 레벨업”?!

김진완 시인3.pngA3. 아! 영업비밀을 들켜버린 기분입니다. 저는 제 강의의 맥을 ‘뭐 대충 그런 거지 뭐’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효영샘이 제목만 보고 정리를 해버리시네요. 탁월한 능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작가 박상륭은 몸 말 맘(마음)을 합쳐서 뫎 이란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세계를 감각하는 몸(몸의 우주)이 말(말씀의 우주)을 만들어내면, 그 언어가 맘(마음의 우주)의 지평을 넓힌다고 저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는 데요. 이 셋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한데 뭉쳐서 서로 공명하며 영혼의 진화가 일어난다고 이 역시도 내 멋대로 해석하고 있어요.

들뢰즈가 얘기하기도 전에 시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되기의 달인들이었습니다. 저는 시인들을 마음 바꿔치기 선수들 이라고 합니다만. 어찌됐든 시인들은 거미도 됐다가 송사리도 됐다가 새장 속의 새도 되고, 덜컥 귀신도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몸을 써서 말을 지어내고 자신과 독자들 마음의 우주를 넓혀갑니다 우린 큰 힘 들이지 않고 시를 읽기만 해도 뫎이 레벨업이 되는 거니까 이번 생에 사람으로 낳아져서 시 읽는 게 제일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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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저는 숱하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눈물 나도록 웃고, 찡하게 감염돼 울곤 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한편으론 이렇게 감정에 대책없이 푹 빠져버려도 될까하는 질문을 했어요. 저 스스로 감각이 교란되기보다 익숙한 정서에 빠져드는 것을 너무 경계한 탓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폭 빠지는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시인 김진완의 특이성이고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선생님도 이런 고민을 하신 적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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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수유너머 벗님네들이 가진 특이성은 대부분 착한 귀를 가진 분들이란 겁니다. 제가 실없는 농담을 하거나 거짓말을 지어내서 얘기해도 웃음을 터뜨리고, 좀 찡한 얘기를 하면, 금세 눈물을 글썽이는 리액션맛집들이 수두룩합니다. 효영샘은 특히나 내 얘길 잘 들어주고, 이야기를 자꾸 지어내게 만들어서 늘 고맙고요.

찰리채플린이 희극배우로 성공하고 나서 정기적으로 최고급 호텔을 예약하곤 혼자서 묵었다고 하더라고요. 스위트룸에서 혼자 뭘 했을까요? 온종일 울었답니다. 매일 남을 웃기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웃길까 고민하는 채플린의 영혼은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게 기울어가는 자기 영혼의 균형을 맞추려면 미당의 시처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하면서 꺽꺽- 혼자 운거죠. 울음과 눈물로 영혼의 균형을 맞춘 거라 생각합니다. 지혜로운 영혼의 소유자죠.

효영샘에게는 감정의 치우침을 막아주는 이성과 논리라는 균형추가 있잖아요. 진경샘을 비롯해서 다른 벗님네들도 마찬가지고요. 이성적인 공부를 하는 분들일수록 더 많이 웃고 눈물짓고 해야 조화로운 영혼으로 레벨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철학을 하시는 분들은 파안대소와 폭풍눈물! 더 많이 친해져야 할 두 벗들입니다.

 

Q5.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해주세요!

김진완 시인4.png A5. 이문재 시인의 농담이란 시에서,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대목이 있어요. 제가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시들의 놀이공원이 있습니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많이들 와 주셨으면 합니다. 준비물은 열린 마음! 숙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제 바통을 이어받아 자기만의 시창고를 연달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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