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봄강좌] 강사인터뷰 :: 김경후 시인
이것은 나의 '첫' 시입니다
199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현대문학상 수상(2016년, 61회),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2001, 민음사), 『열두 겹의 자정』(2012, 문학동네),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2017, 창비),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2018, 현대문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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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쓰기 워크숍 제목 <이것은 나의 ‘첫’ 시입니다>는 첫 시를 쓰는 순간, 그리고 첫 시와 마주하는 순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순간일 텐데요, 첫 시를 쓰던 선생님의 순간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어떤 것이 첫 시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순간이 첫 시이기도 하고 아직 제가 쓰지 못한 그 순간이 첫 시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시가 첫 시가 되어야 하기도 합니다. 아마 아직 쓰지 않은 시가 첫 시일 것 같습니다. 첫 시를 쓰게 되면 이번 워크숍을 함께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막연하게 첫 시를 말한다면 제가 쓴 글보다 읽었던 글을 첫 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뭐지?’라는 충격도 있었고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니, 살아 있어서 참 다행이야’라는 떨림과 환희가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느껴보려는 첫 시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Q. 흔히 말하듯 바쁘게 사는 현대 사회에서, 지금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앞으로 더욱 빠르고 격하게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모두 생각합니다. 시가 그 흐름에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그 흐름을 타는 시라면 이미 시가 아닌 권력의 언저리를 맴도는 무엇일 테고요. 그래도 번화한 시내에서 시끌벅적 사람들을 만난 후 뒷골목으로 발을 딛는 순간 가슴이 휑해지거나 컴컴한 어둠 속에서 얼어붙은 신발 끝에 가슴이 아픈 어떤 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아마 한 줄의 글을 쓰겠지요. 그 한 줄이 세상을 구하거나 각성시키지 못해도 그 자신의 내일조차 밝혀주지 못해도 그의 시선은 환호와 네온사인과 깨진 가로등을 포함해서 사람이 살아가는 일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 줄을 쓰는 순간만이 그가 살아 있는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Q.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시라고 생각하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 것. 시를 쓸 때 무엇무엇이 중요하고, 이런 것이 시이고 저런 것은 시가 아니고, 어떤 시가 최고의 시라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것 아닐까요. 상식과 관념, 답습된 어떤 것을 따르지 않고 대신에 개성과 자기 존재의 기반을 발견하거나 알아보는 것,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있게 모국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Q. 시를 쓴다면 시를 읽는 것 역시 중요할 텐데요, 워크숍 설명에서 언급된 네루다, 바예호, 이하, 포파를 비롯하여 앞으로 읽게 될 시인들의 시가 기대됩니다. 그 시와 시인들이 시 쓰는 우리를 어떤 곳으로 안내할까요?
A: 멋진 텍스트일수록 나를 각자 다른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첫 시를 써보자는 이번 워크숍이 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다른 빛깔과 다른 질감을 발견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발견이 계량화 서열화 편향된 세계관에 저항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Q. 매주 시 쓰는 감각을 터득해갈 여섯 번의 워크숍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A: 시를 이야기할 때 많이 생각하는 요소들을 간략하게 알아보고, 몇몇 시편들을 함께 도란도란 둘러 읽겠습니다. 그리고 워크숍 전날까지 공유한 무기명 시에 대해 그날의 주제를 중심으로 나누어 읽고 각자의 감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Q. 자신이 쓴 시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낯설어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읽고, 함께 쓰고, 함께 나누는 시간은 어떤 시간이 될 수 있을까요?
A: 자신의 글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언제나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입구처럼 두근거리고 두렵습니다. 시 쓰기보다 합평의 시간이 더 곤혹스러운 분들도 있고, 최고의 합평 조건이라는 건 거의 신적인 요소로 보입니다. 마음과 경험과 사람과 말과 방향과 모든 것을 알아볼 사람과 모든 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불완전한 우리가 불완전한 합평을 할 때 공감의 따스함이 있지 않을까요. 우정의 말과 같은 것 말이지요. 이번 워크숍에서 작품만을 보기 위해 가능하면 시에 이름을 지우고 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마치 자기 작품이 아닌 것처럼 자기 작품을 말하는 순간이 있을 텐데 오히려 그럴 때 자신의 글에 대한 태도, 합평이라는 것의 의미, 글을 쓸 땐 몰랐던 어떤 지점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무기명이면 조금은 덜 부담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워크숍 수강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해주세요!
A: ‘첫’이라는 말이 갖는 설렘과 기대가 우리말과 자신을 알아보고 싶은 열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 시가 새롭고 넓고 섬세한 탐험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시워크숍] 2021.0407 ~ 0519 (6강) / 매주(수) pm7:30 [강좌소개▶▶클릭] [강좌신청▶▶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