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유미샘이 만든 아로니아빵이고, 오른쪽이 제가 만든 해바라기씨 통곡빵입니다.
아로니아빵은 만드는 걸 못봤고, 여기선 제가 만든 것만...
망할 뻔한 걸 살려냈습니다. 해바라기씨를 한 컵 넣었는데, 이게 물을 제법 흡수하지 않을까 싶어 넉넉하게 물을 넣었습니다. 근데 이게 기름이 많아서 그런건가, 아무튼 반죽이 완전히 질척해서 통밀이랑 강력분이랑 조금씩 넣다 보니 한컵정도 가루가 더 들어갔네요. 1차발효 중간에 접기를 하려는데 이게 사워도운지 반죽인기 구분이 안되는 비쥬얼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가루 섞고 반죽기 돌리고 소금이랑 이스트 조금씩 추가해서 다시 했습니다. 전체 배합은 결국 가루 네컵 조금 안되는 분량에 해바라기씨 한 컵 추가한게 되버렸네요.
사워도우 : 발효종 3/4c, 호밀가루 3/4c
본반죽 : 사워도우, 강력분 1c, 통밀(레드밀)1/2c, 호밀가루1c, 해바라기씨1c, 소금 2t--, 이스트 1t, +(대략 통밀 1/2c, 강력분 1/2c, 소금, 이스트 조금씩 추가)
1차발효 30분 하다가 다시 반죽기 돌리고, 다시 1차발효 1시간 (중간에 접기 한 번), 2차발효 50분
225도에 30분정도 구웠습니다. (예열시간 맞춰놓은데다 넣는 바람에 중간에 타이머가 꺼져서 중간에 3분정도는 온도가 조금 떨어졌었어요.)
유미샘이 했던것보다 해바라기씨 식감이 좀 덜한데 더 많이 넣어야 하나봐요. 통밀을 조금 섞어서 그런지 괜찮게 나왔습니다. 모양은 늘 그렇듯 망한 것 같이 보이지만...
아로니아 빵은 효빈쌤이 만든 술의 술지게미로 했어요. 거기에 아로니아도 잔뜩 들어있어서 같이 넣었는데.. 역시 술지게미는 발효가 넘 잘되요.
요즘 거의 우울증인듯한 증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래도 빵을 만드니 좀 낫네요.
마음이 힘드신 분들 빵을 만들어보세요.
제게 빵만들기는 밀가루반죽의 느낌이 주는 위로라기 보다는.. 이런거예요.
냉장고에 두었을 때는 그냥 죽은것 같은 효모들이
밀가루 들어가고 물들어가고 반죽을 해주면 숨을 엄청 쉬어요.
살려고 말이죠.
빵빵하게 부푼 빵은 그들의 숨이죠.
저는 발효 중간에 빵에 쿠프(칼집)을 내어 주는데요..
그러면 그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반죽 아래 있는 효모들이 힘차게 숨을 쉬어서 반죽이 벌어지죠.
빵은 그러니까 효모들의 숨이에요.
물론 효모들은 밀가루와 물을 먹지요
이 세상에 유한한 생명을 가진 것치고 무구한 것은 없어요.
빵을 만드는 것도 효모들의 숨을 거둬들이는 일이죠.
빵은 늘 똑같이 만든다고 해도 그때 그때 달라요.
사실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효모들의 상태가 다르고 날씨가 다른데요..
효모들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빵은 안만들어져요.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내 마음 같이 되지 않는다고 힘들고 속상하면
빵을 만들어보세요.
그럼
일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손이 알아차려요.
실패하면 실패하는 데로
잘 만들어지면 잘 만들어지는 데로
피부가 많은 것을 그냥 알아차려서
머리에게 말해요.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