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주가 지났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 졸업축하 포트럭파티, 이따 달려보는걸로!
[졸업에세이_김소담(모모)]
10년이 다 되어 수유너머라는 공간을 다시 찾았던 것은, 어떻게 알게 된 <청년인문지능>의 주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을 이해하는 10가지 키워드. 나는 이해하고 싶었다. 사람을. 그래서 이곳에 왔는데, 희한하게도 그 이해의 대상은 ‘나’였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였다. 청인지의 키워드이자, 각 장의 주제들은 ‘내’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작동할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7장, <정념>은 가장 확실하게 그에 대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한국어에서 ‘정념’은 ‘사로잡히다’라는 단어와 함께 쓰인다. 잡‘히’다. 수동형이다. 그 말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로 그래서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강한 감정의 단어들이 연상된다. 데카르트가 제시한 여섯 가지의 기본적인 정념 중 – 기억을 돕기 위해, 여섯 정념은 감탄, 사랑, 증오, 욕망, 기쁨, 슬픔인데 – 내게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랑’이었다. 보통 우리는 사랑을 ‘하는 것’, 즉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던가? 사랑이 어떻게 ‘사로잡히는’ 것인가? 누군가에 꽂혀서 사랑에 ‘빠져들더’라도 사랑은 결국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사랑에 대해서 뭔가를 잘못 알고 있는 건가.
174쪽에 따르면, 감정은 조절 가능한 것, 흥분은 조절이 불가능한 것, 그리고 정념은 ‘만성 상태가 된 오래된 흥분’이다. 그러므로 정념은 ‘조절 불가능한 것이 오래 가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정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정말 ‘하나에 꽂혀 있다’. 책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정신 활동의 집중화’이며, ‘균형을 잃은 것’이다. 그러므로 정념 상태는 ‘정서의 충만인 동시에 정서의 고갈’이다. 실제로, 한 생각에 빠져 있고, 그에 관련한 것들 – 예를 들면, 평소에는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던 노래의 가사 – 이 들리고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앞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재발견과 찬탄이 이어지고, 어떤 부분에서는 위로받는다. 책은 이런 상태에 대해서 냉정하게 진단해준다.
‘이는 그가 세계 전체를 자신의 망상에 따라 인식하고, 자신의 정념을 <우주>에 투영하기 때문이다. (177p)’
게다가 이 정념의 대상에 대해서도, 우리의 정념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여 꽂히는지, 그 원리를 간단하게 분석해준다. 그것은 바로 <결정 작용>인데, 내 식으로 정리하자면 ‘보고 싶은 면만 봐서 만들어진 이상화(理想化)’다. 어떤 사람을 ‘사랑 한다’고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지, 내가 만든 그의 상(想)은 내가 나의 과거와 성향에서부터 영향 받아 보고 싶은 면만 골라내 조합한 이상(理想)이 아닌가 경계해야 한다. 이것에 대해서도 책은 회초리로 때리듯 정신을 들게 나를 내리쳤는데,
‘정념의 밖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보면, 정념의 대상은 대부분 보잘 것 없는 것이다. (177p)’
‘정념은 보잘 것 없는 대상을 환상적인 위대함으로 장식하여, 우리로 하여금 그 대상에 집착하게 한다. (180p)’
‘정념에서 생겨나는 환상은 유한한 대상을 신성시한다. 정념은 유한을 무한으로 전환시킨다. (189p)’
우리는 모두 유한한 존재인데, 한계가 있는 존재인데, 어떻게 나에게 절대적이 될 수 있는가. 맞다. 나는 사랑이 아니고, 욕망하고 있었고, 집착하고 있었다. 왜 내가 그 대상을 나에게 절대적으로 만들었냐고 한다면, 내가 그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워 있고 채워지지 않는 ‘나’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조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붙잡고 싶었고, 연결되고 싶었고,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 받고 싶었다.
이 장의 단 하나의 문장을 꼽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문장을 꼽겠다.
“정념의 참된 원인은 우리 자신 속에 있으며, 정념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 속에 있지 않다. (185p)”
모든 정념 - 분노를 비롯한, 감탄, 사랑, 증오, 욕망, 기쁨, 슬픔이 모두 그러하다. 앞으로 이것을 새기며, 또 새기며, 살아갈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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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바
모모쌤 여행 에세이 나오게 된 것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사랑은 사로잡히는 것 같아요. 주체적으로 하고 싶어도 맘 처럼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
'보고 싶은 면만 봐서 만들어진 이상화'가 항상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상대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할지라도요. 반대로 그 상대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면 보고 싶은 면만 보는 것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정념의 참된 원인이 내 자신 속에 있다는 이야기에 80퍼센트 정도 동의합니다..ㅋㅋ 이런 의미에서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것 중요한 것 같아요.
덕분에 즐겁게 세미나 할 수 있었어요. 또 봬요!!!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표현해내는 용기에 갈채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