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고 이제야 써서 미안합니다. 저의 기억과 연약해진 지각으로 써봅니다.ㅋㅋ 그날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피곤한 분위기에서 제가 말이 많았던 것 같아 후회를 하며 집에 돌아간 기억이 나는군요.ㅋㅋㅋ
1. 상상한다는 것은 경험론자의 말대로 지각의 반영, 약한 지각일 뿐인가? 아니면 사르트르의 말대로 지각과 상상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인가?
대체로 우리조에서는 사르트르의 말에 공감했다. 사르트르도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론자들처럼 일종의 재료(아날로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재료는 물리적인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한) 젊은이가 여기에 없는 애인을 생각한다. 그의 이러한 상상은 그의 애인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추상적인 앎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 즉 소재를 통해서 그 애인을 생각한다. … (이 때)애인의 사진이 아날로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사진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애인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젊은이는 애인을 포옹하거나 손을 잡는 행동을 그려볼 것이다. 이렇게 간신히 그려본 행동이 아날로곤의 역할을 한다.”(교재 p.269~270)
그러나 사르트르에게 상상은 상상의 재료인 아날로곤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대상으로서의 아날로곤이 사라질 때에만, 즉 아날로곤의 나타남이 중지되고 표상될 때에만, 참된 상상이 존재한다. 상상은 실제의 재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보는 것이다.
2. 창조적 상상이란 경험적 재료들의 다양한 종합인가? 아니면 경험적 재료없이도 가능한가?
“창조적 상상이란 무로부터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또 창조 이전의 작업과 필연적인 관계가 있고 창조가 성숙되었을 때 창조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책의 주장이고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특히 충한튜터님이 매우 공감하신 걸로 기억한다. 예를들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뉴턴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학자들의 소소한 창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의 시발점이 되는 질문도 시대적인 분위기와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내가 빛의 속도로 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어린 아인슈타인의 질문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나? 다 학창시절 때 한창 배웠던 맥스웰이론의 영향이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라고 본다.
그런데 과연 창조적 상상은 이렇게 이루어질까 의문이 남는다. 꼭 창조이전의 작업와 필연적인 관계만 있을까? 우연적인 관계는 없을까? 창조는 RPG게임의 경험치와 같이 누적되어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레벨업처럼 폭발되는 것인가? 창조적 작업이 쌓여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양한 창조적 작업들이 있는 거 아닐까? 과학사뿐만 아니라 미술,영화 등 다양한 역사를 함께 공부하면서 이러한 주제에 대해 깊이 토론해봐도 재밌을 듯하다.
3. 객관적 지식이란 정말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객관적 지식이 확보된다고 믿어지는 과학은 늘 확실한 관측과 실험 위에서만 이론이 만들어질까? 관측과 실험에 쓰이는 기구조차도 이미 불확실한 감각과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고, 관측을 하기 전에 이미 대담한 임의적 가정을 하기도 한다. 교재에서 “지각은 이미 상상을 전제로 한다.”라고 말하는데, 상상은 과학활동에서 임의적 가정에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면 객관적 지식이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인가? 만약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현실적으로 확보되었다고 일컬어지는 객관적 지식은 어떻게 확보되고, 앞으로 객관적 지식이라 불리는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어떻게 확보되는지에 대해서는 장하석이라는 과학철학자분이 말씀하신 “인식적 반복”이 공감된다. 예를 들어 그냥 집안에 있으면 적정한 온도라고해도 겨울에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집안이 아주 덥게 느껴진다. 그러나 온도계를 보면 실내온도는 내가 나가기 전이나 똑같다. 그러면 나는 나의 체감이 왜곡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가 원래 왜 온도계를 믿고 사용하게 되었나를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체감과 대강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날이 확실히 더워지는데 온도계에 넣은 액체가 팽창하지 않는다면, 그런 온도계는 고장났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체감과 대부분 일치하면서 더 정밀하게 온도를 나타내주는 온도계가 있어서 채택하고나면 그것을 체감보다 더 믿는다.
아마 잘 모르지만 감각에 반한다고 일컬어지는 양자역학 또한 이러한 “인식적 반복”이라는 방법에서 자유롭지 않을 듯하다.
추가적으로 우리조의 경우 직관에 대한 얘기가 없었는데 조금 아쉽다...
승환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객관적 지식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저는 개개인의 지각은 주관적이지만, 언어를 통해 소통하면서 공통적인 감각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승환님께서 "인식적 반복"이라는 개념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는 과학철학자의 말씀이 더욱 신선하네요~ 주객이 전도되어 되려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측정기구가 오히려 "진리"가 되어버리는 현상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구요! 이번 주에라도 직관에 대해 이야기나누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