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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문지능-세계] 청인지 에세이

승환 2018.10.13 01:05 조회 수 : 106

 

6장 물질과학편 기출문제 : 옛날의 낡은 과학이론을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 플로지스톤 이론을 중심으로

 

고승환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과학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낡은 과학이론이 보다 정밀한 이론 때문에 힘을 잃었다면, 이런 이론은 거시적인 단계에서는 참된 이론으로 남아 있다. 또 … 그 시대에 주어진 사실들을 수학적으로 올바른 공식에 따라서 설명한 이론이라면, 이런 이론도 여전히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로지스톤>이론과 같이, 후일에 순전히 상상적인 이론이라고 판단된다면, 이런 이론은 과학적이라 할 수 없다.”(p.257) 또한 어떤 이론이 오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 때, 즉 반박이 불가능할 때 과학적이지 않다.(p.258) 결국 이론 내용이 틀리더라도 수학적인 공식에 따라 설명되었고 반박이 가능한 형태라면 과학적인 것이다.

플로지스톤은 고대그리스어의 태운다는 말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단어다. 종이나 나무 등을 태우면 많은 열과 불꽃이 나온다. 그런데 그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가연성 물질(탈 수 있는 물질) 속에 이 불꽃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플로지스톤은 보통의 물질이 아니라 어떤 ‘기운’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플로지스톤 이론은 비과학적인지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플로지스톤 이론은 현상을 수학적 공식으로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대부분 금속은 산화물의 형태로 광석 안에 있다. 그러면 어떻게 그 산화물을 환원시켜 금속의 형태로 돌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나온다. 플로지스톤 이론에 의하면 매우 간단하다. 금속이란 금속회와 플로지스톤이 합쳐진 화합물이다. 그러므로 플로지스톤을 금속회에 넣어주면 금속으로 환원될 것이다. 그런데 플로지스톤을 어떻게 넣어줄까? 금속회를 플로지스톤이 풍부한 가연성 물질과 섞으면 된다. 예를 들어 숯 같은 것이다. 섞은 다음 가열을 한다. 그런데 가열을 하면 금속회는 금속이 되고 숯은 재로 변한다. 플로지스톤이 숯에서 금속회로 옮겨가서 금속회는 금속이 되고 숯은 플로지스톤이 빠져서 재로 변한다. 이처럼 플로지스톤이론은 수학의 사칙연산을 활용한 화학공식과 같이 더하고 빼는 과정이 간결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학적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플로지스톤 이론은 반박이 가능한 형태인가? 앞서 예로 말한 금속이 녹스는 것은 연소와 같은 작용이고 플로지스톤이 빠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라부아지에는 금속이 녹슬면 더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천칭으로 무게 재는 것을 즐기던 라부아지에는 이 사실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럼 의문이 든다. 연소할 때 뭔가 빠지는 것이라면 질량이 줄어야지 왜 늘까? 처음에는 공기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산소가 발견된 후에는 더 정확하게 연소란 플로지스톤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산소를 얻는 것이라는 해석을 하게 됐다. 이처럼 플로지스톤 이론은 변칙적인 사례를 통해 충분히 반박 가능한 이론이었다.

이로써 책에서 말한 2가지의 과학적 조건을 플로지스톤이론은 모두 충족한다. 이뿐만 아니라 플로지스톤이론은 또 다른 과학적 발견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산소 자체도 플로지스톤 화학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플로지스톤 화학을 하던 스웨덴의 쉘레, 그 다음에 영국의 프리스틀리가 만들었고, 라부아지에는 그 실험을 프리스틀리에게서 배워 재현한 것이다. 프리스틀리는 쉘번 경을 모시던 1770년대 중반에 산소를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발견을 하게 되었을까? 플로지스톤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금속회 내지 녹이 플로지스톤을 흡수하면 금속이 된다고 했다. 프리스틀리는 그 실험을 밀폐된 공간에서 했다. 공기를 채운 유리병에 금속회를 넣고, 큰 렌즈로 햇빛을 모아서 아주 뜨겁게 가열했다. 그렇게 해서 금속회를 금속으로 환원하면, 공기 중에 있는 플로지스톤을 뽑아서 금속회에 넣어주는 것이니 그 공기 자체는 플로지스톤이 결핍된 상태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험결과가 정확히 예상대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 주위에 있던 공기의 성질이 변하는 대신 금속회에서 새로운 기체가 나와 버렸다. 그래도 프리스틀리는 이 기체를 ‘탈 플로지스톤 공기’라고 불렀다.

그 기체를 모아서 성질을 검사하면서 프리스틀리는 아주 흥분했다. 그 안에서 뭘 태워보니까 엄청나게 잘 탔는데, 해석이 잘되었다. 왜냐하면 플로지스톤이 결핍된 공기는 플로지스톤을 회복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여기서 다시 왜 플로지스톤이 없으면 있는 상태로 있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다. 자연히 그런다?) 그렇다면 주위에 있는 다른 물질에서 플로지스톤을 빨아들이려고 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그 기체가 연소를 촉진한다는 말이다. 연소는 가연성 물질에서 플로지스톤을 빼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플로지스톤 이론만을 예로 들었지만 현재는 틀렸다고 증명된 수많은 옛 이론들 중 상당수는 과학적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들도 역사가 그랬듯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모두 과학적 방법을 따르고 있다. 질문에서 이미 내포하고 있듯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방법이 어떠한가이다.

현대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탐구대상 하나를 꼽자면 바로 “우주”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우주의 형태가 어떠한지 밝혀냈고, 허블의 법칙을 통해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제 무엇이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지 알기 위해 암흑에너지를 탐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모르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탐구할 때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다른 방법을 창안할 수 있을까하는 깊은 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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