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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문지능-철학] 철학과 굴뚝청소부 에세이

김경서 2019.03.31 21:25 조회 수 : 75

청년인문지능 에세이                                                                김경서

 

 

차이와 대립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긍정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리는 이 문장은 뒤에 암묵적인 하나의 조건을 달고있다. 단,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사람들과 토론을 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어디까지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 흔히 그 양상은 서로 대립하는 정치적 신념 혹은 도저히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을만한 악행에서 비롯한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위와 같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까지만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당연하다거나 식상하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지만-대부분의 경우에는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해주는-반사작용처럼 튀어나오는 이러한 모범답안에 이 근본적인 의문이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이 제한당한다고 느껴진다. 따라서 앞으로 차이와 대립의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가치가 개입하는지와 차이와 대립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스피노자의 철학을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미리 정한듯이 생각이 같을 때도 있지만 전혀 달라서 타협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사소하게는 그 날 먹을 점심메뉴부터 개인의 가치관처럼 중요한 것들까지 있을텐데 후자의 경우 억지로 상대방의 가치관을 바꾸려 하거나 자신의 것에 동화시키려 하다가는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대개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 이상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거나 너무 안 맞는 경우 멀어지거나 한다.  다음은 좀 더 복잡하고 민감한 경우인데 정치적성향이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서로 정반대로 충돌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굳게 믿으며 아무리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해도 저것(타인에게 해를 끼치는)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가 바로 우리의 가치가 개입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잠깐 스피노자의 말을 살펴보면 그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을 선악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분히 자연스러운, 양태가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추구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이해관계에서 충돌하는 것도 이와 같다고 하는데 이때문에 스피노자는 사람들에게 도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게 된다.  그렇지만 스피노자는 또한 기쁨의 감응을 야기하는 양태와의 만남, 상호작용을 중시했기 때문에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 극도의 혼란상태를 긍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시 돌아오면 대립은 서로 반대되는 두 힘이 충돌하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 대립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 된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차이와 대립을 인식하자마자 가치를 개입시켜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는 행동 사이에 새롭게 한 단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후 차이를 긍정하든 인정하든 배척하든지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 그 자체에 집중해 봄으로써 후에 들뢰즈의 차이의 철학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차이와 대립의 상황을 가치의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그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어 다른 식의 사고를 차단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가치를 배제하고 판단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이 글의 목적은 가치를 배제하고 차이를 바라보며 모든 차이를 인정하자는 것도 그러한 차이와 대립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은 이 글의 주제와는 벗어나있다. 차이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차이를 오롯이 차이로서 바라보는 것. 이 아주 짧은 새로운 단계를 거치는 것이 다양한 사고 혹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아쉬움과 기대를 담아 차이와 대립에 관해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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